정전 체제를 상징하는 조직 가운데 가장 독특한 존재가 있다. 바로 유엔기를 사용하지만 유엔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군사기구, 이른바 유엔사다.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창설된 이 사령부는 미국이 지휘하는 다국적 통합사령부 형태로 출발했고, 지금까지 한반도 정전체제의 관리자로 기능해 왔다.
유엔사는 전쟁을 끝낸 주체가 아니라 전투를 멈춘 체제를 관리하는 기구다. 군사정전위원회 운영,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중립국감독위원회 지원, 북한군과의 장성급 회담 창구 역할 등이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전투 부대라기보다 '정전 관리자'에 가깝다. 다시 말해, 남북한의 경계선이 되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km 구간을 비무장지대로 정해두고 관리하는 임무다.
현재 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는 구조라는 점도, 이 조직의 성격이 국제기구라기보다 안보와 직결된 구조에 더 가까움을 보여준다.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사령부 체계와 사실상 맞물려 돌아간다.
최근 DMZ 출입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유엔사의 존치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 정부가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을 제도화하려는 이른바 DMZ 관련 법안을 추진하자, 유엔사는 이례적으로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공개 반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반면 통일부는 사전 협의 절차를 전제로 하는 만큼 충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논쟁의 본질은 단순한 출입 문제가 아니라 '누가 DMZ의 최종 관리 권한을 갖는가'라는 주권과 정전체제 사이의 오래된 질문이기도 하지만 썩 기분좋은 현상은 아니다.
유엔사의 존치는 그동안 긴장 완화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다. 우발 충돌을 관리하고, 남북 간 군사 채널이 막혔을 때 최소한의 소통 통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8년 김신조 습격사건,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2015년 DMZ 지뢰 폭발사건 등 굵직한 도발과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했고, 사후 조사와 조정에 머문 것도 사실이다. 냉정히 말해 억제의 상징이었지, 예방의 보루였다고 보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사의 존치 여부를 가를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이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시점이 오면, 유엔사의 역할을 포함한 전체적인 정전 관리 체계 역시 재설계 논의가 불가피하다.
유엔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존치돼야 하는지, 기능을 축소한 협의체로 바뀌어야 하는지, 혹은 새로운 다자 안보 메커니즘으로 대체해야 하는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유엔사는 역사적 산물이다. 전쟁이 남긴 구조물은 영구적일 수 없다. 평화를 제도화하려면 전쟁의 장치를 점진적으로 나라 중심의 주권적 틀로 전환해야 한다. 질문은 하나다. 유엔사는 필요한가가 아니라, 언제까지 필요한가 일것이다. 고민이 필요하다.
그 답은 정전체제를 넘어서는 로드맵을 한반도 평화 구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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