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오래된 한복
김선아
"요즘 한복 말고, 옛날 한복 꺼내보자." 하시며 장롱 속 저 구석 오래된 옛날 한복을 꺼내주셨다. 꽃분홍색 저고리와 치마. 어릴 적 스쳐 지나가듯 봤던 기억 속 한복이었다. 그 한복을 이제 손녀가 입게 되다니.
저고리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고, 치마는 길었지만 할머니 솜씨 좋은 손끝에서 금세 한 단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움직이기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인견인데 지금 옷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며 설명해 주시는 할머니의 표정엔 묘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한복을 입고 우리는 인사동에 있는 전시장을 찾았다.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았고, 한복을 입은 가족과 커플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이들 게임 전시회겠거니 큰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기대 이상이었다.

▲쿠키런: 킹덤 위대한 왕국의 유산
김선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를 매개로 전통 공예를 접하게 하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임 캐릭터에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전통의 멋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관객이 함께 참여하며 완성해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인 10인의 전통 공예 작품이 대규모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새로운 예술로 재탄생했다. 빛과 소리, 움직임이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전통은 더 이상 박물관 유리장 속 유물이 아니었다.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였다.

▲고통 속에 피어나는 꽃 '열정' 이재만作 / 쿠키런 4전시실 연대 전시된 작품
김선아
전시는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6개 전시실 안에 12개의 공간, 작가님들의 작품과 체험형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명인들의 다양한 전통 공예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쿠키런 킹덤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함께 더 커지는 빛 '자유'-전영일作 , 빛의연대 Nerdy Artist Union / 쿠키런 5전시실 연대 전시된 작품
김선아
입장 팔찌에 부착된 NFC 태그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미디어 아트도 인상 깊다. 빛과 연기, 바람이 어우러진 공간 연출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전통 공예에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를 입혀 이렇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관람 내내 경이롭게 느껴졌다.

▲해원 Nerdy Artist Union / 쿠키런 6전시실 연대 전시된 작품
김선아
마지막 6 전시실 '화합'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캐릭터를 그려 참여할 수 있다. 내가 그린 쿠키 캐릭터를 업로드하면 기존 캐릭터들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장면이 연출된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큰 미소를 짓게 된다. 전시 공간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 구역이다.

▲ 쿠키런 6전시실 자신이 그린 쿠키런 캐릭터의 모습
김선아
기념품 숍에서는 전시 굿즈뿐 아니라 참여 장인들의 수제 작품도 함께 판매한다. 명인이 직접 만든 작품인 만큼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전통 공예품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입장 시 럭키 드로우로 받은 상품도 이곳에서 교환할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김기호 금박액자 / 기념품샵의 명인의 작품
김선아
이번 방문에서 단순히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입고 간 할머니의 오래된 한복은 예상과 달리 전시장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전통 공예와 미디어아트, 게임 속 세계관이 만나는 공간에서 오래된 한복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아이들과 꼭 함께 방문해보길 권한다. 아이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전통을 만나고, 어른들은 공예 작품 속에서 깊이를 발견한다. 놀이처럼 시작해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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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 문화와 예술, 요리, 사는 이야기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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