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미귀환 포로 참전용사(POW/MIA) 유가족. 서로 마음이 연락되고 위로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고 주엘렌 단장은 회상한다.
주엘렌
그래서일까. 공연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면, 약간의 긴장과 경직된 분위기의 여느 음악회와 달리, 합창 단원과 관객 사이에 따뜻한 눈빛이 끊임없이 오가고 한 공간 속에서 함께 '하모니'가 돼 가는 느낌을 받는다. 국방부에서의 공연은 그중 가장 강렬한 공감의 진동을 느꼈던 자리였다고 주엘렌 단장은 회상한다.
미 국방부는 매년 실종 군인과 미귀환 포로(POW/MIA) 가족을 초청해 연례행사를 열어 왔다. 지난 2024년 광복절을 맞아 '한국 전쟁 실종 군인 유가족' 600여 명을 모신 자리에 K 하모니가 초청받았다. 주엘렌 단장은 연습 기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무려 70년 이상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지낸 분들이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600명의 슬픔을 대하는 자리. 하필이면 지휘자가 오지 못해 주 단장이 대신 지휘를 맡게 되었다.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가련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휘하게 해 달라고 연습 내내 기도드렸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한국 노래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니고, 한인 어린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터였다. 그런데도 소절마다 무언가가 가서 닿는 듯했다. 25분의 연주를 끝내고 객석으로 몸을 돌린 주 단장 눈에는 기립박수 속에 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단다. 행사를 맡은 디렉터도 울고, 국방부 직원들도 울고, 유가족들도 울고 있었다. 퇴장하는 내내 유가족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아름다웠다고 고맙다고 울면서 인사를 건넸다. K 하모니 부모들이 꿈꿔왔던 합창의 힘을 제대로 느낀 날이었다.

▲ 워싱턴 DC 소재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설날 단독 공연을 가진 K 하모니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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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중창팀에서 시작한 K 하모니는 현재 앙상블 팀을 포함 40명의 단원으로 성장했다. 워싱턴 지구를 중심으로 한 DC캠퍼스(지휘 갈렙 리, 반주 최혜경)에 이어 지난해에는 서울 캠퍼스(대표 이예은, 지휘 이은경)도 출범하게 되었다. 단원 선발을 위해 오디션을 하지 않게 된 데에는 K 하모니의 모델이 된 시카고의 유나이팅 보이시스 합창단(Uniting Voices Choir)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나이팅 보이시스 합창단은 1956년 무어 목사에 의해 교회 어린이 성가대로 시작했다. 이후 시카고 거리의 방황하는 어린이청소년, 방과후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행복한 어린이 합창단'이 되었다. 지금도 단원의 80% 이상이 저소득층 자녀이며 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도 하고 있다. 주 단장은 시카고로 날아가 유나이팅 보이시스 합창단의 조세핀 단장을 찾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쉽고 빠르게 휴머니즘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바로 합창이에요."
조세핀 단장의 말은 주 단장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 같이 해보자'는 격려에 크게 고무되었다.
" K 하모니는 음악의 완성도나 진학을 위해 커리어를 쌓는 모임이 아니에요. 우리 학부모들은 합창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로 성장하길 원하거든요. 그래서 지부라는 말 대신 배움과 교류, 문화를 나누는 터라는 의미에서 워싱턴과 서울의 모임을 '캠퍼스'라 부르기로 한 거죠."
K 하모니의 목표, 세계 평화

▲ 크리스마스 시즌 백악관 오픈하우스 공연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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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미국 영부인이 초대한 각계각층의 손님을 위해 미리 선정된 팀들의 환영 공연이 백악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12월 6일, K 하모니도 백악관 오픈하우스에서 공연을 했다. 백악관 공연은 아마추어 어린이 합창단에 영광이긴 했지만 다른 공연에 들이는 정성과 다르지 않았기에 특별하진 않았단다. 공연 후엔 단복인 한복을 입은 채 거리로 나가 차량까지 이동한단다. 단체로 한복을 입고 지나는 모습을 미국인에게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다.
3년 여의 활동 중에 가졌던 아쉬움도 하나씩 해소되고 있다. 워싱턴 한국 문화원 측의 협력도 그중 하나다. 주로 국가 차원의 큰 규모 행사를 주도해 왔던 워싱턴 한국 문화원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차원의 문화 공연에 관심을 보여온 것이다. 당장 '국립건축박물관 설날 공연'을 위해 기념품을 잔뜩 지원해 주었다.
아직도 설날(Lunar New Year-음력설)을 중국의 명절(Chinese New Year)로 인식하는 미국에서 한복을 입은 K 하모니 단원들의 설날 공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지난 16일 '새해맞이'를 주제로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한 국립건축박물관(National Building Museum)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친 단독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K 하모니 합창단은 쉴 틈이 없다. 공립 도서관 행사 초청은 물론 국립 마틴루터킹 도서관 공연과 워싱턴 DC 시장실 주최 '여성의 달' 행사, 펜타곤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가야금과 전통 악기뿐 아니라 단원들은 요즘 탈춤도 배우고 있다.
대통령 봉사상과 연방 하원으로부터 받은 상장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어린 단원들에게 좋은 격려가 되었다. 기업 지원이든, 국가 기관 초청이든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주 단장은 말한다. 국립건축박물관 공연만 해도 2년 동안 꾸준히 문을 두드린 결과다.

▲ K 하모니는 문화의 힘, 합창의 힘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평화 전도사의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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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고민도 있다. 예산 확보와 연습실 문제다. 특히 연습실은 오래된 과제다. 매주 토요일, 합창 파트별 연습과 앙상블 연습을 위해 작은 방들이 딸린 큰 합주실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단다. 북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오가는 단원들의 고된 '연습실 행군' 이야기가 몹시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K 하모니의 목표를 물어보았다. 주엘렌 단장은 망설임 없이 "세계 평화요!"라고 답했다. 연습실도 구하지 못한 작은 어린이 합창단이 이루기엔 너무 큰 목표일까. 주 단장은 확신이 있다. 다름이 충돌로 이어지는 어른들의 세계와 달리, 어린 세대는 활발한 어울림을 통해 평화로운 공존의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그래서 K 하모니 합창단 캠퍼스가 세계 곳곳에 세워지길 꿈꾼단다.
3년 전엔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을 오늘 하고 있듯 다시 3년 뒤엔 K 하모니 네트워크가 어떤 큰 숲을 이룰지 누가 알겠는가. 맑은 목소리로 기성세대가 세워놓은 장벽을 허물어 갈 K 하모니의 내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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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공연까지...관객 600명을 울린 어린이 합창단 K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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