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오슝의 유명 쇼핑몰인 드림몰 옥상에 있는 대관람차
박솔희
제주도에 살아서 안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전 세계 어느 바다를 봐도 큰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치진 해수욕장에 갔지만 우리 집 앞 삼양 검은모래해변만 떠올랐다. 특별히 경치 구경을 하러 간 여행은 아니었기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위주로 다녔다.
현지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인 드림몰에서 대관람차를 탔고(제주에 없다!), 식당가에 가서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먹었다. 로컬 버스를 타고 야생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서우산 동물원에 갔더니 우리처럼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대만으로, 제주에서 가오슝으로 장소만 옮겼을 뿐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어디든 나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어디를 가든 아이를 예뻐해 주던 가오슝 사람들
가오슝은 따뜻하고 쾌적한 도시다. 한국에 한파가 몰아치던 시기여서, 낮에는 반팔 차림으로도 돌아다닐 수 있던 가오슝의 온화한 겨울 날씨가 더욱 반가웠다. 수도인 타이페이만큼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도시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교통 체증도 없고, 여느 관광지에서 흔한 바가지 요금이나 새치기, 불친절도 겪지 않았다.
어린이와 함께 여행하기에도 좋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일본만 해도 실내 흡연하는 식당이 많은데 대만은 공공장소 흡연이 금지돼 있어 눈살 찌푸릴 일이 없다. 아이를 예뻐하는 문화도 있다. 3박4일 여행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아이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갈 때마다 노키즈존이 아닌지 확인해야 하고 혹여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진땀을 빼야 하는 한국과는 달랐다.

▲ 아이허 강에서 곤돌라를 탔다.
박솔희
아이와 함께 한 대만 여행이 처음은 아니다. 유아차를 타는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타이페이에 갔었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는데 공항 직원이 멀리서 우리를 보고 분주히 다가와 유아 우대 라인을 안내해 준 적이 있다. 그런 작은 친절들이 마음에 남았고 아이와 또 한 번 대만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우육면 집에서 순서를 양보해준 '웰컴투 타이완' 아저씨, 치진의 해산물 식당에서 밥 먹는 내내 우리 아이를 계속 웃겨 주었던 젊은 직원들, 상어 풍선을 갖고 싶다는 우리 꼬마에게 '베이비 샤크? 오케!'라며 흔쾌히 아기상어 풍선을 만들어준 풍선 아티스트 청년. 마음 따뜻한 가오슝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펑리수, 누가크래커, 곤약젤리보다도 더 소중한 기념품으로 남는다. 그런 기념품을 꺼내보며, 다음번 대만 여행도 계획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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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청춘, 내일로>,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이후 쭉 제주에서 살고 있다. 2021년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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