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크레인 사고 1주기 ‘추모와 투쟁 주간’ 추모 공간의 모습.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그럼에도 제도개선을 숙고하는 과정에서 법률개정은 불가피하다
이처럼 도식적이고 획일적인 조치만 취하면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법률이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주의 갖은 변명으로 산안법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지켜야 할 규정이 너무 많다든지, 안전보건규칙 제40조와 같이 규정에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기에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든지 하는 등의 변명과 관행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명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 중요한 것은 대다수 사업장의 사업주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모름'이 '진짜로 위험에 관해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어렴풋이 위험이 예상되나 애써 무시하는 것'인지 구별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운영하는 내가 그 정도는 몰라도 된다'라는 생각(무관심), 그리고 무관심해도 사업을 하면서 큰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산안법이나 안전보건규칙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는 입법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입법만능주의자'가 아니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노동자의 몸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의 문제 앞에서 제도와 법률의 정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답습되고 있는 안 좋은 행정관행, 사업주의 관행이 너무나도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법을 가장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사법부조차도 현장에서 사업주의 포괄적인 의무가 있다고 최근 판결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노동부는 여전히 법을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노동부는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작업을 중지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은 매우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한다. 불과 며칠 전에 '아무 문제 없다'던 현장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수십, 수백 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다(심지어 근로감독 중인 사업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중대재해'가 비로소 공권력 개입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도개선'이 중요하고 그 제도개선 위에 법 개정의 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산안법에 "사업주가 사업장 위험의 크기·발생확률 등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포괄적 의무 조항'을 둘 것을 제안한다(영국의 1974년 산안법 "so far as is reasonably practicable"을 의역). 하위법령에서는 사업주가 져야 하는 의무의 '예시'들을 촘촘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일러둔다.
제도개선의 목적은 통제권의 확보에 있다
제도개선의 1차 목적은 '사업주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이는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주제의식과도 일치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 사업장의 위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하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체가 사업주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제도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더불어 궁극적인 목적은 노동자의 현장 통제권 확보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신체포기각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법에 쓰여진 의무를 지키는 시늉'만 하면 되었고, 그 외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해왔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포괄적 의무를 부여한다면, 위험한 현장에 대한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와 그를 위한 통제권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의무가 있고, 나에게는 권리가 있다."
* 사족 : 상당수 하급심 판결들은 산안법을 여전히 좁게만 이해하고 있다. 위의 삼성중공업 사건의 2심 판결만 보더라도 사업주의 의무를 형식적인 것으로만 보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한, 아리셀 1심 판결에서도 같은 문제는 반복되었는데, 이 사건에서는 '리튬1차전지'가 산안법상 규제대상인 "위험물질"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다. "위험물질"에 관해서는 안전보건규칙 별표1에서 정하고 있는데, 별표1의 "2. 물반응성 물질 및 인화성 고체"의 가~하에서는 개별 물질을 명시하고 있다(여기에 리튬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거. 그 밖에 가목부터 하목까지의 물질과 같은 정도의 발화성 또는 인화성이 있는 물질", "너. 가목부터 거목까지의 물질을 함유한 물질"도 정해져 있다. 즉, 가목에서 하목까지는 예시에 불과하고 그것과 유사한 정도의 발(인)화성이 있다면 위험물질로 봄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리튬1차전지'는 위험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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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의 안전보건에 관한 포괄적인 의무를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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