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2.19 13:27수정 2026.02.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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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설 명절 연휴에는 가족 여행을 떠났다. 이제 차례나 제사상을 차리는 집은 절반이 채 되지 않겠지만 우리 가족은 여행을 통해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 특히 이번 설은 본가 부모님도 함께해 더 좋았다. 가족 여행은 목포였다. 서울에서 출발하느라 차가 막힐 걸 감안해 14일 이른 아침에 떠났고 고창군 고인돌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고 있었다.
"서점마을에 가볼까?"
갑작스러웠지만 아내에게 제안했다. 나는 독립서점에 관심이 있다. 이번 목포 여행 방문지 가운데 '포도북스'라는 공유서점도 있었을 만큼 독립서점의 특별함을 좋아한다. 집도 직장도 본가도 모두 수도권에 있는데 평소 전라도 지역에 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서점마을에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미 운전을 오래한 상태였는데 고인돌휴게소에서 서점마을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더 가까운 거리에서 할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설마 인구 5만의 고창군에 뭐가 있겠어?"라고 체념하기 직전이었다.
"도서관. 도서관에 가자."
얼마 전 고창 서점마을에 대해 검색하다가 아주 좋은 도서관이 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오. 고창군에 이런 도서관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던 기억도 났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황윤석 도서관'이었다. 거리도 휴게소에서 11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도서관에 가면 인근에 카페도 있겠지. 대한민국에 사람이 있다면 카페 역시 있을 테니 책도 읽으며 좀 제대로 쉬었다 가자"라고 얘기했고 우리 가족은 계획에도 없던 도서관으로 향했다.

▲ 고창 황윤석 도서관 외관
김승훈
"아니. 이게 도서관이라고?"
외관만 봤을 뿐인데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 고창 황윤석 도서관 내부
김승훈
여기가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인지, 황윤석 도서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 황윤석 도서관 내부
김승훈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큰 창을 통해 비추는 자연광이었는데 천장에서도 채광창을 통해 조명과 어우러져 도서관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 같았다.

▲ 필자의 딸들
김승훈
도서관이 좋아서인지 아이들은 3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모르는 부분은 필자가 설명도 해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했다. 도서관의 순기능이랄까. 생각해 보면 공공 문화기반시설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도서관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 말고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도서관은 누구나 책을 읽을 기회를 제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도서관은 민주공동체의 산실이다.
황윤석 도서관 옆에는 카페도 있어 커피와 음료를 마셨다. 맞은편에는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마을(꿈에그린마을)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았고 고창 시내로 들어가 점심밥도 먹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살펴보니 인근에 고창읍성이 있어 내친김에 방문해버렸다.

▲ 흥선대원군이 서양 문물을 배척하기 위해 세웠다는 척화비
김승훈
역사책에서나 봤지, 척화비를 고창읍성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필자는 갑자기 역사 선생님이 돼 아이들에게 서양 오랑캐와 교류하는 건 곧 나라를 팔아먹는 거라 쇄국 정책, 위정척사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였는지 아니면 설명이 부족해서였는지, 이해시키기는 어려웠다.

▲ 읍성을 가면 누구나 찍게 되는 곤장 사진
김승훈
조선 3대 읍성으로 서산해미읍성, 낙안읍성, 고창읍성이 있는데 필자는 이날 방문으로 3대 읍성을 모두 보게 된 쾌거를 이뤘다. 실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고창 방문이었다. 잠시 들러 커피나 한 잔 하려고 했던 게 9시간을 머물게 될 줄이야.
고창은 청보리밭 정도만 알았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선운사, 고인돌유적지, 고창읍성, 풍천장어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화려하다는 것도 실감했다. 목포로 떠나기 전 고창읍성 앞 특산품 매장에서 선운산 복분자, 땅콩빵, 땅콩버터를 구입했다. 고창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여행 예산이 증가했지만 잠시 들렀던 전북 고창군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다.
※ 황윤석(1729-1791) :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로, 그가 남긴 일기 <이재난고>는 조선 후기를 온전히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어 '조선의 타임캡슐'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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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예상치 않게 전북 고창에서 9시간 머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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