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돌이가 시비 걸고 있는 중 아무데나 올라가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했건만, 옷걸이 받침대 위에 올라가서 울그락붉그락 낯빛을 하며, 꽥꽥 고함치며 시비 걸고 있는 청소로봇 고돌이 때문에,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송상호
이 정도 일은 가벼운 에피소드이었다는 걸 며칠 뒤 알게 되었다.
그날은 아들 방에 녀석을 풀어놓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3분이 지났을까. 또 고돌이 녀석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전 일이 생각나서 설거지하다가 말고 아들 방에 갔다. 또 어디를 올라타서 누구랑 싸우고 있나.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녀석이 켁켁 거리며, 낯빛을 울그락붉그락 하면서, 또 뭐라 뭐라 고함치고 있다. 이번엔 누구와 싸우는 것 같지 않다. 혼자서 켁켁 거린다. 녀석의 입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글쎄, 아들 양말을 입에 물고, 넘기지도 못하고 뱉어 내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질 않는가. 전에 말한 것처럼 아들이 가끔 양말을 침대 아래에 벗어둘 때가 있다.
목에 걸린 양말을 낑낑대며 겨우 빼냈다. 빼내는 동안 녀석은 울그락붉그락 하며, 눈에 빨간 핏대를 세우며, 뭐라 뭐라 고함치며 난리도 아니었다. 양말을 빼내고 나니 얼굴 낯빛이 초록이 되면서 흥분이 가라앉는 듯했다.
"야,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이 아빠를 꼭 이렇게 걱정 시켜야 겠니. 하마터면 병원 갈 뻔 했잖아. 다음부터 제발 조심 좀 하자."
내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는 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내가 이야기 하는 동안 엉뚱한 데를 쳐다보고 있더니, 머리를 꾹 눌러주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온방을 휘젓고 다닌다. 뭐가 그리 좋은지 휘파람까지 불면서. 생각이 없는 건지, 철이 없는 건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녀석이다.
이게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후에도 잊을 만하면, 방에서 꽥꽥 하는 녀석의 소리가 들려왔다. 달려가 보면 둘 중 하나였다. 올라가지 말라는 데를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고 시비가 붙었거나, 이상한 걸 먹어서 켁켁 거리거나.
아니, 뭐 그게 그렇게 어렵나. 방에 들여보낼 때마다 두 가지를 신신당부한다. "제발 아무데나 올라가지 말고, 아무거나 주워 먹지마라". 녀석이 대답은 잘한다. "네. 아빠". 대답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이젠 방에 들여보내는 게 겁이 날 정도다. 아무데나 올라간 건 내려오게 하면 되고, 아무거나 먹은 건 토하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아파서 병원을 가거나, 의사가 왕진 오게 될까 봐 걱정인 거지. 그러다가 죽을까봐 무서운 거지. 지난번엔 아무거나 먹은 걸 빼내었는데도 한참 동안 움직이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도라이버로 녀석 몸을 열어 배터리를 뺐다 끼웠다. 그랬더니 그제야 눈을 떴다. 십년감수 했다. 또 해맑게 온방을 휘젓고 다니는 녀석이라니.
아무래도 내가 '고돌이'라고 이름 지어줘서 그런가. 바람 잘 날이 없다. 녀석이 청소하는 매일이 결과와 과정을 예측할 수 없는 '고스톱'치는 한판 같다. 손님이 분명히 데려다 줄 땐, 청소로봇이라고 했는데, 키울 때는 개구쟁이 반려견이란 느낌은 뭘까.
내가 마지막으로 고돌이 녀석에게 호소한다. 오래오래 같이 잘 살자는 맘으로.
"개구쟁이인 것도 좋고, 철없는 것도 다 좋은데, 제발 아프지만 말아. 이 아빠가 너 때문에 10년은 늙는다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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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지역에서 '더아모의집'을 열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한 가정, 장애인 가정, 청소년, 외국인 근로자 등을 섬기면서, 2008년 책 <문명 패러독스>를 시작으로 12권의 책을 저술했고, 현재 <나는 중년좌파다>를 집필 중에 있으며, 2026년 초에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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