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차에서 대기중인 기자 구급차에서 3시간 이상을 대기한 후에야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유영숙
이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니 바로 이송되어 치료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타고 온 구급차 말고도 여러 대의 구급차가 주차장에 서 있었다. 구급차 침대에 누워있는데 입 안에서 피가 계속 나왔다. 구급대원이 응급 조치를 해 주었지만, 아프기도 하고 불편했다.
병원 직원이 구급대원에게 많이 기다려야 할 거라고 말하며 환자 이름, 다친 정도, 복용하는 약, 기저 질병 등을 체크하고 갔다. 그때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휴일이라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다려도 너무 많이 기다린다. 작년 봄 의료 대란이 일어났을 때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환자 소식을 들으며 왜 저런 일이 일어날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구급차에서 몇 시간 기다리는 동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 환자를 먼저 받느라 내 치료 순서는 오지 않았다. 구급차에서 대기 시간이 3시간이 지나 오후 9시가 넘었다. 기다리는 동안 아들이 도착했다. 밖에서 보니 골절된 환자, 의식 없는 환자 등 환자 여러 명이 왔다고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응급실에서 들어오라는 소식이 정말 반가웠다.
구급대들이 내가 치료받으러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 잘 받으세요"라며 돌아갔다. 우리도 우리지만 그때까지 저녁 식사를 못한 구급대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응급실에도 처음 간다. 응급실에는 보호자 한 명만 동행이 가능했다. 아들이 함께 들어가고 남편은 바깥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가장 심한 입 안 치아 부분을 지혈하고 얼굴과 무릎, 팔 등 타박상을 치료해 주었다. 치료 후에 또 기다리다가 얼굴 턱과 무릎 엑스레이를 찍었고 항생제 주사와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했다. 나는 2년 전에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할 때 파상풍 주사는 맞아서 제외하고 항생제 주사만 맞았다.
치과 치료는 언제 받을 줄 몰라 또 기다렸다. 30여 분 기다렸는데 치과 치료 받으러 가라고 했다. 직원을 따라 미로 같은 병원 안을 돌아 치과에 올라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입 안을 살펴보더니 입술과 잇몸을 꿰매야 한다고 하셨다. "부러진 이는 다시 붙일 수 없고 남은 이를 빼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주에도 치과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치아를 잘 관리했다고 칭찬받았는데 누가 사고로 이가 부러질 줄을 알았을까.
치과에서 입술 다섯 바늘과 지혈을 위해 잇몸은 두 마늘을 꿰맸다. 마취 주사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지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치료해 준 의사 선생님께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였다. 다행인 건 찍은 엑스레이로 턱관절도 이상 없고 무릎도 뼈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퇴원 수속을 받는 것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결국 6시경에 원주병원에 도착하여 구급차에서 3시간 대기하고 치료받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오후 11시 30분경에 모든 것이 끝나 인천 집으로 올라왔다.
사고는 예고 없이 일어난다
구급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별생각이 다 들었다. 놀러 와서 119구급차에 실려 갈 줄 누가 알았을까. 사고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놀러 오지 않았으면 사고는 안 났을까? 아이들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천천히 시장에 올걸. 바닥을 잘 볼걸.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도 노인이란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나이가 든 모양이다.'
그러나 사고는 이미 일어났고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이번 일로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자책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만한 게 얼마나 다행인가.
부푼 입술과 얼굴 타박상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고, 꿰맨 입술에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해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나을 거고, 앞니 세 개도 임플란트 시술로 새 이를 심을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연휴가 끝나면 얼굴 타박상 치료와 치과 임플란트는 오랫동안 치료해야 될 거다. 남편을 보면 임플란트 2개 하는데 반년도 더 걸렸다.
119구급차를 타보니 무료로 응급 환자를 멀리까지 이송해 주는 구급대원이 고마웠다. 더불어 설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과 의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귀한지 느끼게 되었다. 지방에도 의사가 많아서 환자들이 위급할 때 제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응급실 뺑뺑이로 죽는 환자도 없어야겠고 환자들이 편하게 치료받았으면 좋겠다. 정부와 의사협회가 잘 협의하여 가장 먼저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정책이 만들어지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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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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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119구급차 타고 응급실을 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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