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앞의 기다림 (일상 속의 소외) 회의실 안에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정규직 직원들과 달리, '기간제' 사원증을 멘 화자가 유리문 밖에서 소외되어 서 있는 장면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섞이지 못하고 배제되는 계약직 노동자의 위축감과 단절감을 보여줍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7개월이라는 내 애매한 계약 기간을 놓고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구청에서 예산이 더 나와야 00씨 계약을 연장해줄텐데, 하며 의례상 걱정하는 얼굴들을 볼 때에도, 나는 그저 그러게요, 하며 또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는 것은 애매한 상황에 짓는 애매한 미소였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몇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나는 정규직이 아니다. 필기시험도 치고, 면접도 보고, 자기소개서도 아주 열심히 썼으나 갖가지 이유로 떨어졌다. 그러나 당장 돈을 벌어야 했기에 좌절에 빠져있을 새도 없이 다시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공공기관 행정은 대체로 비슷했기에 일이 특별히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힘든 것은 오히려 매번 익숙해지지 않는 계약직이라는 나의 신분이었다. 업무도, 교육도 다 똑같이 수행하지만 회식 자리는 함께 가지 못하는 직원. 사내 카페에서 할인을 받기 위해 '00부 계약직입니다' 설명해야 하는 직원. 명함이 없어 미팅에 갈 때마다 얼굴이 자연스럽게 붉어지는 직원. 그게 나였다.
첫 번째 직장에서는 계약직이어도 아무렇지 않아 했던 내가 점점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첫 직장에서는 아직 어린 대학생이어서 그랬던 걸까? 이제는 더 이상 엄청나게 어리지도 않은 그저 사회인이 되어버려서인 것일까? 모두가 건강하게 돈을 벌고 생계를 위해 회사에 나온 것은 똑같지만 나는 정규직이 아니기에 스스로를 계속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었다.
두 번째로 입사한 직장은 공무직이라는 또 다른 직원들이 있었다. 공무직은 나와 달리 고용 불안의 걱정은 없지만, 월급이 제자리라는 점이 차이였다. 그러나 공통점은 정규직, 공무직 모두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은 높은 월급과 복지를, 공무직은 최저 시급에 가까운 월급을 받았다. 어딘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들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함께 갈 사람들이었고 나는 아니었다. 내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말고 할 자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회의할 때에도 공무직 직원들은 불렀지만 나는 배제되었다. 그리고 정규직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부서 카드를, 나는 커피 한 잔을 사마실 때에도 내가 이 카드를 사용해도 되는 건지 여러명의 직원들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다. 또 부장님은 내년 사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나는 곧 나갈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맞는 말이니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눈치를 보고 있던 어느날, 친한 공무직 직원분과 사내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그분이 나에게 나직이 말했다.
"00씨도 열심히 해서 정규직 되어야지. 나는 시험 때문에 계속 정규직 떨어져서 그냥 공무직 하는거야."
그때 첫 직장에서 "그 나이까지 뭐했어?" 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분이 생각났다. 나도 얼른 정규직이 되고, 결혼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한 때는 굉장히 먼 일이라고 생각했고,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렸다.

▲두 개의 모니터 (현재의 성실함과 미래의 불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화자의 시선이 업무 화면과 채용 공고 사이트, 그리고 계약 만료일이 적힌 달력을 동시에 향해 있습니다. 현재의 업무에 성실히 임하면서도, 늘 내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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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건 남의 일도, 먼 일도 아니었다. 당장 몇 년 내에 내가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첫 직장의 그분이 얼굴을 붉혔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나도 같은 계약직이기에 다른 직원들 눈치를 본다고 잠자코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은연 중에 나도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얼른 정규직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상기시키자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노동의 본질은 건강하게 땀 흘리고 돈을 벌어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 나자신이 항상 자랑스러웠고, 계약직일지언정 부모님이 사주신 백팩을 등에 지고 만 원 버스를 통과하여 출근하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는 정규직이 된 내 또래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정규직들만 회식 자리에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왜 정규직이 되지 못했지? 내가 그렇게 모자란가? 하는 자책은 나를 좀 먹기에 충분했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정규직에 비해 모자란 것이 아닌데. 그렇게 스스로 되뇌어도 내년에 어디서 일하지? 하며 일하는 중간중간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나 자신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처럼 내년을 걱정하는 비정규직들에게 다시 되뇌이고 싶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정규직보다 못난 것이 아니라고, 열심히 일하고 나와 가족을 책임지는 우리 모두는 노동자로서 빛나는 사람들이라고.

▲만원 버스 안의 빛나는 등 (노동의 가치 긍정) 고단한 퇴근길 만원 버스 안, 부모님이 사주신 백팩을 메고 묵묵히 서 있는 화자의 모습입니다. 차창 밖의 따뜻한 도시 불빛이 화자를 감싸며, 비정규직일지라도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모든 노동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빛난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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