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간호 합의 뒤집은 교육부, '간호 단독 신설' 강행하나

보건교육계 "법률에 따른 민주적 합의, 교육부가 깨뜨리려"

등록 2026.02.19 15:45수정 2026.02.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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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전문교과 '간호' 표시과목 신설을 위한 '교원자격 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전교조 보건교육위원회, 전국보건교사회, 전국교사노조연맹, 한국교총 보건교육정책위원회, 보건교육전문직협의회 등 6개 단체(이하 보건교육 연합회)는 2019년 이후 교육부가 합의한 사항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협상에 돌입했다.

보건교육 연합회에 따르면, 보건교육 연합회는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까지 포함하여 2019년 이후 줄곧 교육부와 논의를 해왔고 이 과정에서 △보통교과 '보건' 표시과목을 우선 추진하거나 △전문교과 '간호' 표시과목과 병행 추진하는 방향에 합의한 바 있다. 즉, 간호 표시과목 단독 신설이 아니라 보건 표시과목과의 병행 또는 선(先)추진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입법예고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기존 합의의 신뢰와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제도적 배경도 분명하다. 2007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일부 시수 조정은 있었으나 2009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 5·6학년과 중·고등학교에서 연간 17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이 의무화되었고,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입법을 통해 법률에 따른 중·고등학교에 '보건' 과목이 설치되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보통교과 '보건' 표시과목 신설을 위한 '교원자격 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을 하지 않았고, 이 공백으로 인한 문제는 20여 년간 지속되어 왔다.

실제로 국회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보건교사에 대한 보건 표시 과목 부여 정교사(교과교사) 자격 전환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으며, 입법조사관의 검토보고서 역시 보건 과목에 대한 표시과목 부여 필요성을 지지한 바 있다. 이는 법률에 의해 제도화된 교과라는 점을 전제로 한 문제 제기였다.

<보건 표시 과목 정교자 자격 변환 개정 법률안 관련 국회 입법 조사관 검토보고서 中> 보건 표시과목 정교사 자격 변환 개정 법률안 관련 국회 입법 조사관 검토보고서 중 일부 발췌본
▲<보건 표시 과목 정교자 자격 변환 개정 법률안 관련 국회 입법 조사관 검토보고서 中> 보건 표시과목 정교사 자격 변환 개정 법률안 관련 국회 입법 조사관 검토보고서 중 일부 발췌본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표시과목은 특정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을 교원자격증에 명기하는 제도다. 이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 교육과정 편성 ▲ 교과서 개발 ▲ 교원 연수 체계 ▲ 교원 수급 및 임용시험 응시 자격 등을 결정하는 국가 교원 자격 체계의 핵심 기준이다. 무엇보다 표시과목은 "이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장치다.

법률로 과목이 설치되고 보건교육이 의무화되었음에도, 보통교과 '보건' 표시과목이 부여되지 않은 채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면서, 초등학교에는 보건 교과서는 있는데, 국가교육과정에 초등학교 보건교육과정이 없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국가교육과정이 개발된 후 교과서가 제작되는데, 초등학교는 법률은 있지만 표시 과목이 없으니 보건교과서만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형편이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법정 보건 수업이 정규 편성되지 않거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해 보건교사가 보건 수업에 난색을 표하는 등 보건교육과정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보건 수업은 법률에 따라 건강증진, 질병예방, 성교육, 정신건강 증진, 약물·담배·술 등 오남용 예방, 성교육,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 건강 의사소통 및 건강생활 기술, 건강권과 건강 자원의 활용 등이 포함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진로 다양화가 실천되면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보건의료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사가 방과후 수업 등의 형태로 보통교과인 보건뿐만 아니라 전문교과인 간호 관련 수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전문교과 '간호' 단독 표시 과목이 신설될 경우, 해당 과목은 보건교사가 아닌 별도의 '간호 표시과목' 소지자가 담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현재 학교에 간호 표시과목 교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호'표시 과목이 있기 전에는 간호학 전공자인 보건교사가 가르쳐 왔는데, 오히려 '간호' 표시 과목이 신설되면, 간호학 전공자인 보건교사는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행 학교 교육과정 운영 구조 및 교원 수급 체계 등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2024년 현재 고교 학점제 공동교육과정 보건·간호 계열 과목 운영 현황> 교육부 고교학점제 정보센터 통계 및 각 시도별 공동교육과정 공시 자료 재구성
▲<2024년 현재 고교 학점제 공동교육과정 보건·간호 계열 과목 운영 현황> 교육부 고교학점제 정보센터 통계 및 각 시도별 공동교육과정 공시 자료 재구성 전국보건교사회

이 같은 상황에서 보건교육 연합회는, 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 교원 자격 검정령 시행규칙 개정 입법 예고 후 교육부와 수차례 재협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26년 2월 5일, 비록 보통교과 '보건' 표시과목 신설은 아니더라도 일반계 학교와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우선하자는 취지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협상안을 수용했다.

합의 내용은 '보건·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을 보건교사 희망자 전원에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연수 및 전환은 권한이 있는 시·도교육감이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연합회는 희망하는 보건교사가 보건·간호 전문교과 표시 과목을 부여받더라도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인 보건교육 뿐만 아니라 학생의 건강 관리를 위해 보건실에서의 처치도 현행과 같이 병행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면서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학생들의 수업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직후 교육부는 돌연 입장을 바꾸어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와 2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초 입법예고한 원안대로 '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 신설을 강행하겠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가 보건·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건교육 연합회가 확인한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 측 입장은 다르다.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는 '보건·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혹여라도 보건·간호의 재입법예고 과정에서 자칫 '교원자격 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특성화고 간호과 협의회 등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마치 보건교육 단체 내부에 이견이 크게 존재하는 것처럼 갈등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교육계 내부의 대다수 단체가 보건·간호 전문교과 표시과목 부여에 찬성하는 데다 반대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인데, 이를 편의대로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법률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보건교육계와 교육부가 합의한 사안을 지렛대 삼아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면서, 교원자격 체계 개정 권한을 가진 정책 주체로서의 교육부 역할은 방기하면서도, 입법예고의 책임을 일선 보건교육 단체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로 설치된 보건 교과의 표시과목을 정비하지 않은 채 전문교과 '간호'를 단독 신설할 경우, 교육과정 및 교원 자격 체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장의 운영 혼란과 교원 수급 공백, 수업 편성 차질 등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과 민주적 절차, 공정과 정상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이 과연 합의의 지속성과 제도의 정합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교육부 내 직역 이기주의와 보신주의를 앞세우며 민주적 합의와 절차를 스스로 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계 안팎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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