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15일 4.3마중물조사단이 찾아 낸 유적지는 제주민들이 집단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여러 개의 돌담집터 흔적이 존재
박진우
배기철 단장은 "산으로 입산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을, 그리고 한겨울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토벌 과정에서 죽어야만 했던 이들의 삶에 대한 기록은 정리되지 못하고 있음에, 이들의 삶을 찾는 것은 4.3의 진실을 찾는 또 하나의 과제여서 매주 일요일마다 산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에 결성(회원 50여 명)된 '4.3통일의 길, 마중물'은 2년 동안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제주4.3연구소를 비롯해 단체와 기관에서 발간한 각종 증언 자료집과 보고서, 미군 문서 기록,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근세조선오만분지일지형도(1914-1918), 미군이 촬영한 제주도 항공사진(1948.05), 김석범의 '화산도'와 한림화의 '한라산의 노을' 등 소설 속의 전투지나 도민 피신지, 그리고 한라산을 발로 누빈 인문연구가의 자문 등을 통해 2017년 10월에 첫 답사지인 노로오름(1068미터)을 시작으로 한대오름, 돌오름 등 중산간 오름 지역과 어승생, 청산이도, 물장오리 등 한라산 지역을 329회(2026.02.15. 기준)나 걸으며 70여 년 동안 잠들어있던 유물들을 하나씩 깨웠다.
조릿대를 걷어내도 육안만으로는 세월의 무게를 제대로 걷어 낼 수 없자 금속탐지기를 구입하여 산으로 들어갔다.

▲ 2026년 2월 15일 궤 안에서 금속탐지기로 유물 위치를 찾고 있는 4.3마중물조사단 관계자
박진우
한라산에는 피신한 입산자들의 집터와 생활용품, 농기구 등 생활 흔적과 무장대와 토벌대가 남긴 다수의 탄피와 탄두, 박격포 불발탄 등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유물들이 나왔다. 특히 무장대와 토벌대가 격전을 벌인 곳은 상대방을 향한 방어용 돌담(트)과 서로를 향했던 탄두와 탄피들이 70여 년 전의 상황을 그대로 잠재우고 있었다.
4.3마중물조사단과 동행한 민오름(642미터) 중턱 물가(습지)에는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했을 정도로 여러 돌담집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시 돌담집은 나뭇가지들을 얼키설키 엮어서 지붕을 만들었을 것이고 돌담 사이와 나뭇가지 사이로 들이닥치는 눈보라와 함께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어 냈을 것이다. 궤에도 피신 흔적이 있었다.

▲ 2026년 2월 15일 민오름 돌담집터 주변에서 금속탐지기로 1차 위치를 확인한 후 호미와 전정 가위 등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4.3마중물조사단
박진우
지난 10년 동안 유적지 현장을 기록한 고영구 연구자에게 특이 사항을 묻자 "노로오름에는 숟가락과 밥사발 등 생활 흔적 외에도 집단 방어시설과 일본 99식 소총과 미군의 M1카빈(M1 Carbine. 30) 탄피, M1 개런드(M1 Garand) 탄환 등 무기류, 전투 흔적 등이 고스란히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 육군의 정복 단추가 발굴되어 토벌과정이나 토벌 후에 미군 관계자가 전투 현장을 방문했을 가능성과 함께 미군이 어떤 형식으로든 4.3 학살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물증이 나왔다"고 말했다.

▲ 2017년 10월 노로오름(1068미터) 정상 6개 분화구중 제일 큰 분화구(장태코)에서 발굴한 미군 군복 단추
43통일의 길, 마중물
4.3마중물조사단은 유적지 현장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보관할 저장 시설과 관리할 주체 등의 어려움으로 유물이 발견된 위치정보(GPS)를 저장하고, 탄피와 수류탄, 몽당 놋숟가락 등의 유물들을 촬영한 후 땅속에 묻었다. 그리고 가상 공간에 기록관
www.43majungmul.com을 만들어 기억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2017년 10월 노로오름(1068미터) 분화구에서 발굴한 미군 탄피와 탄환 등
‘4.3통일의 길, 마중물
배기철 단장은 "4·3 당시 산에 올랐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에 대해서 조사가 미미하다. 한라산의 수많은 삶을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유적지에서의 유물 발굴을 위해 훈련된 인력과 첨단 장비를 통해 발굴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유적지 보존과 함께 발굴된 유물들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될 때 4·3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2026년 2월 15일 민오름 돌담집터 주변에서 발굴된 손잡이 짧은 숟가락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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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년 전 한라산에 입산한 사람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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