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으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인터뷰] 박덕자 타로마스터

등록 2026.02.20 13:05수정 2026.02.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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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자 대표를 처음 만난 곳은 십여 년 전 진주시 칠암동 '단디커피'였다. 신년 운세를 타로로 보는 자리였지만, 그의 상담은 미래를 점치는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담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상담에 가까웠다.

이제 설이 지나 병오년 새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몇 해 전 그는 카페 운영을 정리한 뒤 사주명리와 타로 상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진주시 칠암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덕자 타로마스터 “외롭지 않으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박덕자 타로마스터 “외롭지 않으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박덕자

그는 1989년 경상국립대 건축학과에 입학했지만 1학년을 마치지 못한 채 노동 현장으로 향했다. 1980년대 말 격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시인 박노해, 김남주, 신동엽의 시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사회 불평등에 눈을 떴고 세상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갓 스무 살 넘긴 나이였지만 농심 공장 노동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삼성전자, 한일합섬 등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야학을 열어 노동자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노동운동의 토대를 다졌으며 사측의 해고 속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해고는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었다. 그런데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동지에게서 배신감을 느꼈을 때가 가장 외롭고 힘들었다."

그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마비되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날이 이어지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노동운동을 정리하고 선배의 권유로 진주 지역 문화예술단체 큰들문화예술센터에서 9년간 영상사업단장으로 활동했다.

'큰들'은 그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든든한 터전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심리적 부담이 이어지면서 결국 정들었던 큰들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막상 활동을 그만둔 뒤 별다른 일 없던 그가 찾은 것은 술이었다. 술에 의지하며 몇 달을 보내는 동안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큰언니의 권유로 사주명리를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는 사주명리 공부에 회의적이었지만, 공부를 이어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대학 진학 당시 천문학과에 가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주명리 첫 수업에서 우주와 별의 원리를 접하며 예상 밖의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덕자 타로마스터 그는 사주명리와 타로를 공부하면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덕자 타로마스터 그는 사주명리와 타로를 공부하면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덕자

- 타로 상담과 풍수, 인생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서른여덟 살 무렵 원인을 알 수 없는 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간을 지나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왔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사주명리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후 타로와 풍수로 관심이 넓어졌다. 겉으로는 점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 삶을 이해하려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했다."

- 공부를 통해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상황을 원망하는 일이 많았다. 억울함과 분노가 앞섰다. 지금은 사건을 삶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려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가 아니라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묻는가'라고 생각한다. 질문이 바뀌면서 태도와 선택도 달라졌다."

- '일이 잘 안풀리면 사람들에게 무조건 베풀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사주에서는 흐름이 막혔을 때 공부, 여행, 베풂을 통해 전환을 시도하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베풂은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행위는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게 한다. 그것이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 신동엽 시인을 언급했는데,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을까.

"'껍데기는 가라'라는 문장이다. 겉으로 드러난 조건이나 체면을 걷어내고 본질을 보라는 뜻으로 읽는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본질을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

- 2026년, 지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지쳤다는 것은 그동안 애쓰고 노력한 결과일 수 있다. 과하게 애쓰지 않았다면 지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멈춤도 하나의 과정이기에 마음을 편안히 먹을 필요가 있다.

-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들에게 당부 한마디.

"결과를 먼저 계산하기보다 선택의 방향이 자신에게 맞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이 맞다면 속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자신의 내면이 단단하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 살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선택은.

"20대에 노동 현장으로 들어간 일과 30대 후반에 사주명리를 공부한 일이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스스로를 쉽게 의심했다. 그런데 사주명리를 공부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하나의 흐름과 기질을 지닌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이런 감정에 흔들렸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나를 탓하기보다 받아들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를 사랑하게 됐다.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모든 능력이든 비교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각자 다른 조건과 리듬으로 살아간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에 두고 살아도 괜찮다고 본다.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일. 그것이 결국 자신감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힘든 이에게 토닥이는 한마디.

"우리는 때로는 목적지를 정해두고 곧장 나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서성이며 고민하기도 하지 않나. 나는 그 서성이는 시간 또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길을 찾지 못해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시간 역시 삶의 한 장면이다.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 돌아보면 오히려 그 시기가 자신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순간으로 남기도 한다.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겉으로는 멈춰 있는 듯 보여도 삶은 그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박덕자타로마스터 #진주단디커피 #진주박덕자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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