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는 '우리집'은 어디에

집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미래를 바라며

등록 2026.02.20 15:24수정 2026.02.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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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케어 전문' 피부 관리사로 일하면서, 출산한 지 50일이 넘었는데도 아직 아기가 낯설어 어색해하는 귀여운 산모 고객들을 종종 본다. 내 배 아파 낳았지만, 갓 낳은 아기에게 느끼는 감정은 산모마다 다양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애기를 낳았다고 해서 갑자기 모두가 좋은 엄마로 변신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천천히 아기를 알아가며 자신의 속도에 따라 엄마의 역할에 적응해 가는 모습도, 처음부터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로 똘똘 뭉친 모습도 모두 아름답다. 임신과 출산은 단순한 생물학적 번식이 아니라, 위대하고 숭고한 생명의 탄생 전반을 아우르는 일이 아닌가.


<오징어 게임3>에서 감동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피 튀기는 전쟁통 속에서도, 출산이 임박한 여자와 아기를 지키고자 했던 노년의 여인이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아기를 생존자로 남기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주인공의 마지막이 기억에 남는다.

그 시리즈가 흥행한 이유는,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우리 사회의 함축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나는 여차저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엄마의 역할을 견뎌왔기 때문에, 사회가 불행해지는 꼴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다 픽사베이

어릴 때 나는 왜 우리 집이 전셋집일 수밖에 없는지 몰랐다. 다만 부모님이 넓은 평수에서 사는 친구들의 부모님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은 가난을 받아들이며 사셨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부모님처럼 여전히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가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불공평'이라는 말이 자꾸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 이미 출발선이 달라지는 시대에, 가난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정의롭다고 말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주거 문제를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원래 나는 마당과 텃밭이 있고,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20평대 주택에서 대출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이다. 대도시 브랜드 아파트를 마냥 부러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도시에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대도시의 20평대 아파트 한 채 가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사실은 그리 원하지도 않는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했다는 묘한 분노가 뒤섞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시를 떠나면 당장 생계에 어려움이 생긴다. 생계가 최우선인 서민에게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자꾸 늘어난다. 그럼에도 자녀들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쥔다.


최근 '토지 공개념'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다. 토지는 단순한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지닌 자산이라는 생각. 그 말이 내 삶에 작은 숨구멍처럼 느껴졌다. 집의 기능이 투기가 아니라 주거라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신혼집을 서울에서 전세로 얻고 대출을 받으면서도 다행이라 여겼던 때가 떠오른다. 전세 대출을 원리금으로 갚아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벌써 14년 전이다. 지금은 그 가격으로 전세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또 14년이 흐르면 무엇이 달라질까. 쾌적한 신혼집을 부담 없이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주거 불안과 대출 상환 부담 없이 자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세상이 올까.


나는 아이들에게 집을 마련해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 묻게 된다. 집이 삶의 안전한 기반이 되는 사회는 정말 가능한 걸까.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걱정 없이 사는, 이 소박한 꿈이 우리에게 보다 더 가까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주거 #집걱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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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피부관리사, 피부 심신 회복 전문 아로마 테라피스트. '느리미'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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