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윤석열 사형선고 촉구 촛불행동 주최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사형선고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중계방송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지켜보며 사형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내란죄 집단의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특검의 사형 구형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땅히 사형이 선고되기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상식에 벗어난 법원의 논리에 분노했다.
검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공소기각의 우려는 선고 초반에 일찌감치 사라졌다. 직권남용죄 수사권만 가진 검찰과 공수처가 직접관련성을 가진 내란죄 수사도 가능하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성급했다.
틀어진 방향
재판장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비상계엄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일단 행위의 동기나 이유와 행위의 목적을 구분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국헌문란의 목적이 요구되기 때문에 동기나 이유가 아니라
오로지 목적만이 법적 판단에서 중요하다는 재판장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2024년 3월부터 12·3비상계엄 직전까지 대통령이 국방장관이나 사령관들에게 꾸준히 비상계엄을 암시하거나 언급했던 사전모의 과정은 야당의 과도한 행태에 대한 단순한 집착과 불만, 격정과 하소연 정도의 내심적 동기나 이유 정도로 폄하되었다. 이로써 장기집권은 비상계엄의 목적에서 제거되고, 그 대신에 국회활동의 저지나 마비가 비상계엄의 한정된 목적으로 단정된다.
내란행위의 비난가능성을 축소하는 법관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규범의 문언에 대한 이른바 '법관의 보충적 해석'은 허용되기 때문에 법관이 법규범을 해석할 때 역사적 해석방법에 따라 시간적 흐름을 쫓아가거나, 비교법적 해석방법에 따라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비교하면서 문언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다소 현학적이기는 해도 재판장이 로마시대와 중세에 벌어진 내란, 영국 찰스1세가 주도한 의회해산 형태의 내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성공한 내란과 실패한 내란을 처벌할 수 없었던 이유, 선진국에서 내란이 발생하지 않는 제도적 이유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로 하자.
문제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을 설명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헌문란의 목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부여된 계엄선포권의 형식적(절차적), 실체적 요건에 대한 사법심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시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러다가 무죄선고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잠시 아득해지기까지 했다.
계엄선포권의 절차적, 실체적 요건은 헌법과 법률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계엄선포권의 행사에서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계엄선포권의 절차적, 실체적 요건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은 필수적이다. 국헌문란은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강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고, 계엄선포권의 절차적, 실체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는 행위가 다름 아닌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절차적,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비상계엄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 혹은 비상계엄 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행정이나 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면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시함으로써 무죄선고의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기는 했다. 여기서 '성경을 읽기 위하여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원칙이 등장한다.
다만 이 대목에서도 동기나 이유와 목적을 구분하면서 국가위기상황의 극복은 비상계엄의 동기나 이유일 뿐이고, 국회의 기능에 대한 저지나 마비가 비상계엄의 목적이라고 설시하는데, 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동기나 이유와 목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함으로써 대통령이 제시한 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감행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재판부 인식

▲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선고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양형의 단계에서 황당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단 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피해)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에 동원된 경찰과 군인,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언급되면서 이들을 피해자로 적시한 점은 비상계엄에 대한 법원의 인식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재판장의 눈에는 한밤중에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충격받은 일반시민들의 충격과 트라우마는 사회적 피해로 고려되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내란 우두머리를 비롯한 주요임무종사자들에 대해서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비교적 고령이며 고위직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봉직해왔다는 것이 감형사유로 등장한다.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는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는 대부분 고령이며 장기간 공직생활을 계속한 사람들일텐데
결국 대통령에 대해서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국방장관에 대해서 무기징역을 유기징역을 선고할 의도로 억지로 끌어다 쓴 감경사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유기징역 선고까지 염두에 두었으니 국민의 저항을 의식한 절충안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물리력의 행사를 자제했다는 감경사유까지 등장했다.
법원이 자제로 언급한 실제적 내용은 목숨을 건 국민의 저항이나 계엄군의 소극적 대응이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비트는 법전문가의 법기술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감경사유는 선고문의 서두에서 내란죄가 범죄의 결과가 아니라 위험에 대해서 처벌하는 위험범에 해당한다는 본인의 전제까지도 무너뜨렸다.
이미 내란을 일으킨 현직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할 때부터,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자에 대한 무죄판결을 파기환송할 때부터, 국정농단의 주범인 대통령 부인과 그 측근에 대해서 무죄나 공소기각을 판결할 때부터 법원의 선고 내용이 예상돼 불안했다. 내란재판의 선고결과는 그 불안감이 막연하고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법원개혁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냉정을 되찾고 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금지하는 법률안부터 통과시키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1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공유하기
이러다 무죄? 잠시 아득해지기도...법원개혁 당위성 증명한 내란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