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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도 없이 끌려간 청년의 억울함... 법원 심판대에서 진실 가린다

법원, '반공법 위반' 신지우씨 재심 개시 결정... 수사과정 불법성 지적

등록 2026.02.24 14:46수정 2026.02.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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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영장도 없이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던 한 청년의 억울함이 마침내 법의 심판대 위에 올라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11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신지우(75)씨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신충관씨 사건에 이어, 여수 적금리 일대에서 벌어진 공권력의 폭거를 바로잡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신지우씨의 재심개시를 통보한 재심개시결정문
신지우씨의 재심개시를 통보한 재심개시결정문 변상철

"한강물을 봐야 한다"... 각목과 협박으로 점철된 1976년의 기억

어린 시절 한국전쟁으로 일찍 부모를 여읜 뒤, 조부모 아래에서 자란 신씨는 소위 '전몰군경의 자녀'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사일을 도우며 평범한 일상을 꿈꾸던 신씨는 청년이 돼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신씨의 비극은 1975년 12월, 적금리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시작됐다. 어느 날 갑자기 행정연락소로 호출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여수와 서울, 전주를 돌며 불법 구금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신씨에게 납북됐다가 돌아온 마을 친구 신명구씨로부터 북한을 찬양하는 말을 듣고도 수사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신씨는 "그런 적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행정연락소에서 마주친 수사관으로부터 이틀간 밤샘조사를 당하면서 잠을 자지 못한 채 신명구와의 관계를 인정하라며 조사를 받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수면 박탈 속에서도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지 않자, 수사관들은 그를 수갑 채워 열차에 실었고, 눈 덮인 산 중턱의 차가운 건물, 서울 보안대 대공분실인 소위 '서빙고분실'로 끌고 갔다.

7.5평 남짓한 어두운 조사실에서 수사관들은 '신명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 쓰라며 요구하였고, 알지 못한자고 하자 신씨에게 돌아온 것은 야전침대 몽둥이와 각목 찜질이었다.


수사관들은 "너는 거꾸로 매달아서 한강물을 봐야 한다"는 협박까지 하며 겉으로 흔적이 남지 않게 교모히 머리와 얼굴을 피해 몸 구석구석을 구타하는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후 신씨는 1976년 12월 13일, 육군 제35사단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 "적법 영장 없는 불법 구금 명백"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재심개시 이유 중 일부분.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재심개시 이유 중 일부분. 변상철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구)는 신씨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며 당시 수사과정의 치명적 불법성을 지적했다. 그것은 '적법절차의 부재'였다.

재판부는 피해자 신씨와 변호인이 제출한 과거 수사, 재판 기록을 살펴본 결과, 신씨를 구금할 당시 적법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음을 확인할 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록 어디에도 신씨에 대한 적법한 사전구속영장이나 사후 구속영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재소자 신분카드에 미결 구금일수가 기재돼 있지만, '영장 발부'와 '영장 집행'란이 공란으로 남아 실제 미결 구금일수가 어떻게 계산됐는지의 근거도 없었다.

재심 재판부는, 비록 신씨의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는 형사소송법 제422조가 규정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해 재심 사유가 충분하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신씨의 악몽같은 삶은 교도소 출소 후부터 시작됐다. 출소 후 돌아온 고향에서 그는 '불명예 제대자'이자 '빨갱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더군다나 서빙고 대공분실에서의 고문으로 인해 허리를 다쳐 수술로도 완치되지 못할 지병을 얻어, 항상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어딜가든 따라붙는 담당형사는 수시로 집까지 찾아와 옷장 서랍까지 뒤지는 모욕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고향 여수를 더나 군산으로 이사를 가도 그를 따라다니는 국가의 감시는 계속됐다.

 여수에서 만난 신지우씨.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여수에서 만난 신지우씨.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변상철

이번 결정은 앞서 무죄를 확정받은 신명구씨와 지난달 무죄 선고를 받은 고(故) 신충관씨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신명구씨의 무죄 판결은 신지우씨의 유죄 인정 근거였던 '찬양·고무 발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남아 있다. 함께 재심을 기다리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정구씨를 비롯해, 여수와 적금리 곳곳에는 여전히 주홍글씨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신씨는 "나는 신명구와 그런 대화를 한 적도 없는데 보안법 죄인이 돼 평생 가족들과 고생하며 살았다"며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모두 밝히고 싶다"고 간절한 심경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국가폭력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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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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