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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미래 위해, '열매'를 만듭니다

[5·18 열매 ⑤]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에서 '과거사 젠더폭력의 진실과 치유' 단체로 거듭나

등록 2026.02.24 10:00수정 2026.02.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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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으로 2024년 9월 출발한 '열매'는 현재 피해자와 그 가족,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가 및 연대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동안 과거사의 젠더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법적 투쟁과 공동체 치유 활동을 해왔으며 이 활동을 확장하기 위해 오는 2월 비영리민간단체로의 창립을 준비 중입니다. 창립을 앞둔 열매의 활동가들이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걸어온 길을 전달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다섯 차례 연재를 이어갑니다.[편집자말]

 지난해 12월 12일 3차 집담회는 모임이었던 열매가 '과거사 젠더폭력의 진실과 치유'를 비전으로 삼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12일 3차 집담회는 모임이었던 열매가 '과거사 젠더폭력의 진실과 치유'를 비전으로 삼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열매

2026년으로 접어들며 열매는 '모임'에서 조직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열매 대표인 김복희와 총무 김선옥, 윤경회 간사와 이다감 상담자가 주축이 되었고, 열매 연대자 중 일부도 활동가가 돼 보다 깊게 합류했다. 열매는 그간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치유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2월 10일은 이 프로그램 안에서 다가오는 창립총회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위해 총회에서는 단체 회칙과 임원 선출, 사업예산 등을 의결하게 된다. 어려운 용어와 절차를 이해하고 관련한 내용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비영리 민간단체로의 비전을 논의하고 열매 내부의 공통된 이해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했다. 과거사 성폭력 피해 당사자는 피해 경험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폭력은 청산되어야 할 문제로 공론화되었던 반면, 그 안의 성폭력은 사회문제화되지 못하고 이들을 대변할 기관이나 단체도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의미화할 언어를 만나거나 사회적 의제와 연결될 기회도 드물었다. 열매는 피해당사자가 중심이 되면서 젠더폭력이란 의제 하에 여러 과거사 피해자와 포괄적으로 연대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열매에게는 피해 당사자로서 겪은 삶의 경험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감각이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터득한 앎이다. 모임과 단체의 차이, 과거사, 성과 젠더, 치유 등을 주제로 한 대화는 낯선 언어와 이미 알고 있는 몸의 감각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열매는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라는 단체명으로 조직을 정의했다.

젠더폭력 피해자를 폭넓게 껴안기

열매는 왜 과거사 성폭력이 아닌 젠더폭력을 비전으로 삼았을까? 한국 사회 #미투(Me Too) 운동의 반향은 2018년 12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성차별 금지나 성평등을 명시한 법은 존재했지만, 여성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하여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및 '2차 피해'가 포함된다.

그러나 이 법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적 폭력을 당한 남성 또는 성소수자는 이 법의 보호망에서 배제된다. 이에 따라 법 적용 대상을 생물학적 성으로 한정하지 말고, 성별과 관련한 사회적 통념과 차별에 기반한 젠더폭력을 포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젠더폭력은 사회가 규정하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성적인 특성에 의해 개인이 겪게 되는 억압과 폭력을 확장하여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열매가 여성폭력이 아닌 젠더폭력으로 조직의 비전을 설정한 이유도 유사하다. '과거사 여성폭력'으로 범주를 한정할 때 소외되는 이들을 껴안기 위함이다. 공권력에 의한 위법적인 폭력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행해지지 않았다. 진상위는 5·18 성폭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성 피해 당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5·18로 조사를 받으며 성고문을 당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 5·18연구소나 관련 책자, 조사과정에서는 그러한 인권침해 사례나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두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관계 위주로 접근했지, 당시 피해자가 어떠한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얘기를, 오늘 조사과정에서 처음으로 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조사보고서 239쪽)

그의 증언은 남성도 젠더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사실과 더불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재했던 피해를 규명하기에 한국 사회의 인식론과 조사 방법론은 아직 뒤처져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속에 있었던 열매는 그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열매는 열매가 시작한 운동에서 어떤 이도 소외된 채 뒤에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법과 인식론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 당사자와 폭넓게 연대하기 위해 열매는 과거사 젠더폭력 문제에 나서기로 했다.

 2월 10일 전원회의에서 열매는 단체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회칙(안)을 검토하는 등 26일 총회를 예비했다.
2월 10일 전원회의에서 열매는 단체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회칙(안)을 검토하는 등 26일 총회를 예비했다. 열매

 열매는 조직으로 전환되며 피해당사자 외에도 활동가와 많은 연대자가 함께 하는 단체가 되었다. 그러나 조직의 기원으로 열매 모임의 당사자가 활동의 주체여야 한다는 점은 변함 없다. 사진은 전원회의에 참가한 열매 당사자가 단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열매는 조직으로 전환되며 피해당사자 외에도 활동가와 많은 연대자가 함께 하는 단체가 되었다. 그러나 조직의 기원으로 열매 모임의 당사자가 활동의 주체여야 한다는 점은 변함 없다. 사진은 전원회의에 참가한 열매 당사자가 단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열매

속도가 윤리, 행동을 서둘러야 할 때

공교롭게도 열매의 창립총회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 3기가 출범하는 날과 같다. 1, 2기에 비해 3기는 진실규명 대상 기간을 늘렸고 규명 대상을 확대했으며 조사 권한도 강화했다. 과거사 피해당사자 다수가 고령이고 여전히 진상규명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현실이 3기의 조속한 출범의 배경이었다. 미신청자 중에는 신청 자체를 모르거나 놓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피해가 인정받지 못할 거란 불신이나 염려로 단념한 이들도 많다.

젠더폭력 피해자 다수는 높은 확률로 그러하다.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 1, 2기에서 전시·전후 성폭력과 연좌제 등에 의한 여성 피해 등은 별도의 진실규명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조사가 이루어졌어도 보고서에 의미 있는 사실로 기재되지 못했다. 젠더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이전 위원회의 낮은 젠더 감수성과 조사의 한계가 반복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매는 과거사 젠더폭력 문제가 한국 과거사 청산 작업에서 중요하게 간주되고 실질적인 진상규명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젠더폭력이 중요하게 의제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현존하는 여성, 소수자, 인권 운동의 사안과 열매의 비전을 연결할 것이다. 또한 피해를 호소할 창구를 찾지 못하는 피해 당사자가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려한다. 진상규명 조사를 신청하거나 조사·심의를 받는 일은 개인의 역량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열매는 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 당사자를 조력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국가 기관 및 정책에 과거사 젠더폭력를 조사하고 보상 및 치유로 이어지는 제도적 정의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열매의 실천적 활동은 국가에 의해, 권력의 언어로 정의된 과거사, 젠더폭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나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피해자는 이미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인정받거나 배제당했다. 그러나 심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진상규명 대상으로 조명되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은 기존의 원칙과 기준을 재정의할 필요를 상기시킨다. 열매는 과거사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었던 젠더폭력 피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 당사자의 치유를 수행하는 단체이다.

열매는 더 이상 열매의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욱 많은 연대자가 열매의 비전에 힘을 모을 때 이 미래는 더 빠르게 실현될 것이다. 오는 2월 2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매의 창립총회가 열린다. 현재 창립 발기인 및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깃발이 올려지는 순간에 동일한 꿈을 품은 많은 몸들이 어우러지길 바라본다.

 2월 10일 전원회의는 열매와 활동가 외에도 열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하주희 변호사, 열매의 예술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김신윤주 작가가 참석해 단체 발족에 힘을 보탰다.
2월 10일 전원회의는 열매와 활동가 외에도 열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하주희 변호사, 열매의 예술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김신윤주 작가가 참석해 단체 발족에 힘을 보탰다. 열매
덧붙이는 글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 창립 발기인에 함께해주세요. https://forms.gle/LEeRKhMGgJqG6KRh7
#열매 #518 #과거사 #젠더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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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 치유와 회복을 위한 단체 '열매'의 연구 활동가입니다. 국가폭력과 젠더폭력이 겹쳐진 곳에서 들려지지 못한 여성 증언을 청취하고 당사자의 곁에서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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