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월 14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구지법에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조정훈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력이 있고, 박근혜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교육계에는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진행했던 국정교과서 도입 사건에서 국정교과서 도입을 열렬하게 지지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선거에서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소속의 국회의원 경력을 밝힌 선거운동을 하였고, 심지어 이를 표시한 선거 공보물을 만들어 선관위에 제출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런 새누리당 경력을 내세워 보수정당의 참패 속에서도 박근혜의 홈그라운드라는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 조항 위반으로 고발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선거법 관련 200만 원 벌금은 당선무효형이다)을 선거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80만 원으로 감경되어 가까스로 교육감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한만중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관련 경력을 내세우자 여론조사에서 들쭉날쭉한 지지율을 나타냈는데, 이 때문에 이 조항에 대해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거라면 설득력이 약하다. "왜 전직 노무현은 되는데 현직 이재명은 안 되냐?"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확실히 위헌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나서서 문제의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6조를 삭제하거나 개정하면 된다. 압도적 다수당인데 왜 안 하는지, 왜 안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제3항뿐 아니라 2항도 문제가 있다. 많이 양보하더라도 1항 정도만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이 1항마저도 남겨두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 실제로 미국 선거에서 정당 추천을 하지 않는 선거가 많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당 공천을 받지 않을 뿐이지 정당 경력을 내세우는 건 자유다. 그래서 국민들이 어느 정당 소속인지, 어느 정당 성향인지 당연히 모두 안다.
출마 기준 1년 동안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형식적인 조항 역시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이나 당원을 하다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슬그머니 탈당계를 내고(그것도 국민도, 심지어 그를 선거에서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모르게) 당원 아니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하면서, 또 정작 선거운동에서는 그걸 밝히고 싶어하고, 그것을 못 밝히게 하니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건 누구라도 궁색해 보인다.
그래서, "1년간 정당 당원이 아닐 것을 요구하는 정당 당원 관련 교육감 출마 자격 제한을 삭제하고, 정당 당원 경력이나 정당 관련 경력을 표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역시 삭제하는 것으로 하되,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거나 조직적으로 교육감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한다"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미국 비정당 선거의 교훈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의 선거 관여 금지와 후보자의 정당 경력 표방 금지에 대하여 이것이 왜 문제인지 미국의 비정당 선거(non-partisan election)를 중심으로 조금 더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헌법과 지방교육자치법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현 법체계상 정당의 교육감 선거 관여는 허용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현행 우리나라 방식처럼 그 어떤 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모조리 금지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가장 비슷한 사례인 비정당 선거 방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주마다 선거 방식이 다르다. 투표로 뽑는 직책도 대통령에서부터 연방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 등 입법부 의원들, 주지사와 시장 등 자치단체장, 여기에 주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나아가 각 주의 법관, 주 교육감과 시 교육장, 교육위원회 위원 등 우리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수도 많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양축으로 하는 양당제 국가라서 초대 조지 워싱턴을 제외하면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고 현재도 없다. 현재를 기준으로 100명의 연방 상원의원 중 양당에 소속되지 않은 상원의원은 버니 샌더스와 앵거스 킹 두 명이고, 435명의 연방 하원의원 중 양당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은 없다. 당연히 선거를 할 때 후보자 이름과 함께 소속 정당을 표시하는, 우리 식의 정당 공천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시장이나 법관, 교육감 선거 등 지방선거로 확장해 보면 정당을 표기하지 않는, 정당의 공천이 필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정당과 상관 없는 선거 방식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라고 할 만큼 많다.
미국 50개 중 유일하게 네브래스카 주에서는 의원(유일하게 상하 양원이 아니라 단원제임)을 정당 추천이나 표기 없이 선출한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나 시카고를 비롯한 많은 도시가 정당 표기나 추천 없이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다. 정당 공천이 없고, 투표지에 정당 표시가 없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 어느 정당 성향인지 알고 투표한다. 후보들도 숨기지 않는다. 숨길 필요가 없다.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 것과 소속 정당을 밝히는 것, 지지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을 밝히는 건 후보의 선택이므로 금지하거나 제한이 없다. 그냥 하면 되고, 모두 알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주들이 주민 직선으로 뽑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정당을 표기하고, 또 다른 일부는 정당 표기 없이 선거를 진행한다.
미국 50개 주 중 12개 주가 주민 직선으로 주 교육감을 선출한다. 이 중 애리조나, 조지아, 아이다호, 몬태나,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와이오밍 주는 정당 공천을 받아 정당을 표기한 후보자에 투표하고, 캘리포니아, 노스다코타, 워싱턴, 위스콘신 주는 정당 표기 없이 출마하여 유권자에 의해 선출된다. 다른 38개 주 중 버지니아, 뉴저지 주 등은 주지사에 의해 주교육감이 지명되며, 텍사스, 미시간 주 등은 주 교육위원회에서 임명된다.
즉, 미국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주에 따라서 일부는 정당을 표기하고, 일부는 정당 표기 없이 출마하여 선거가 진행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든, 안 하든 그건 알아서 할 문제다. 정당을 표시하고 뽑힌 교육감은 훌륭하고, 그렇지 않은 교육감은 덜 훌륭한 것도 아니며, 그 역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하든 큰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관세 부과 권한 남용 판결과 관련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우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시장 선거이든 교육감 선거이든 정당 선거이든 비정당 선거이든 정당 공천을 받든 말든, 투표지에 정당 표시가 있든 말든 "후보자가 나는 어느 정당 출신이다.", "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한다.", "나는 어느 정당의 지지를 받는다"라고 공표 또는 표방하는 걸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비정당 선거라 하더라도 정당 공천이 없고, 소속 정당을 투표지에 표기하지 않을 뿐이지 후보가 자기 소속 또는 지지, 성향 정당이나 정치적 지향을 공개하는 건 자유라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비정당 선거 방식이라도 정당 또는 당원이 후보자 지지 선언을 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가장 적극적으로 이렇게 하는 사람이 현 대통령인 트럼프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다른 대통령도, 다른 정당들도 이렇게 한다. 교육감 선거든, 시장 선거든, 주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이든, 대법관이든 상관 없이 자기 정당 소속 후보가 아니더라도, 자기 정당을 표방하지 않은 후보라도 정당이나 당원이 지지를 선언하거나 선거 운동을 하는 건 자유이며 제한이 없다.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이 답할 때
강민정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 나아가 정당들에 제안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이 교육감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거나 선거 운동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더라도 후보자가 자기 정당 경력이나 지지 정당, 정치적 성향을 공개하면서 선거운동 하는 것을 문제 삼지 말자.
나아가, 정당의 당원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거나 교육감 선거 운동을 하는 것 역시 제한하지 말자. 특정 종교를 믿는 것이 죄가 아니듯 특정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죄가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 12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보이콧 속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처리된 사법개혁안에 반발해 본회의와 상임위에 불참했다.
남소연
헌법재판소는 하루 빨리 강민정 후보의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놓아야 한다.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를 미루는 것은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역시 이 조항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정당이 배출한 교육감 후보들을 21세기판 홍길동으로 만들지 말고 당장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6조의 개정에 나서라. 국민의힘 역시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의견이 다를 이유가 티끌만큼도 없어 보인다. 정치권의 무관심 역시 직무유기이자 국민의 선택권 침해이다.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참고 : 문제의 법률 조항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6조 (정당의 선거관여행위 금지 등) ① 정당은 교육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
② 정당의 대표자·간부(「정당법」 제12조부터 제14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등록된 대표자·간부를 말한다) 및 유급사무직원은 특정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이하 이 항에서 "선거관여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으며, 그 밖의 당원은 소속 정당의 명칭을 밝히거나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관여행위를 할 수 없다.
③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당원경력의 표시를 포함한다)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조신설 20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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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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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 다 아는데 말하면 안된다? 웃긴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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