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이 입학하는 날을 준비하며

초등 1학년 아이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입학생 부모님과 학교장이 마음을 모읍니다

등록 2026.02.27 10:32수정 2026.02.27 10:32
1
원고료로 응원
학령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골 학교에는 1학년 입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구도심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다행히 42명이 입학하여 두 개 반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1학년은 급당 인원 23명을 기준으로 한 반이 구성된다. 학교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1학년 급당 기준 인원수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1학년 아이들은 예전과 정말로 많이 다르다. 한 명 한 명 개성이 두드러지고 그만큼 자기 주장도 강하고 요구도 많다. 콩알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각기 다른 23명의 아이들을 한 명의 담임 교사가 돌보고 가르친다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1학년 교실에서 진땀을 뺐다

2년 전 교감으로 있을 때 1학년 학급에 보결 수업을 들어간 적이 있다. 20명 남짓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독후활동을 할 계획이었다.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몇 개의 그림책을 선정해 읽어본 뒤 아이들과 읽을 그림책 한 권을 골랐다. 수업 시간이 되어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한 마디씩 했다. "아줌마, 누구세요?", "우리 교실에 왜 왔어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나를 소개한 뒤 공부할 거리를 안내했다. 나는 교단 앞에 작은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가까이서 잘 볼 수 있도록 곁으로 와서 앉게 했다. 그림책 읽어주기에는 자신 있던 터라 아이들이 잘 집중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웬걸 아이들 시선은 수시로 흩어졌고 여기 저기서 말들이 쏟아졌다. 그림책 한 쪽을 읽으면 "나는 이런데...", "나도 그런데...", "저건 뭐예요?", "와, 저것 봐", "저건 무엇이야" 등등 각자 한 마디씩 해야만 다음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림책 읽기에 동참하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읽든 말든 자리에서 일어나 뒷쪽으로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교감 선생님은 그저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서 교실에 온 '어떤 아줌마'에 불과했다. 정말이지 1학년에게 그림책 한 권 읽어준다고 이렇게 진땀 뺀 적은 처음이었다. 현직 교사 시절 1학년 담임 경험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아이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겠지' 하며 잔뜩 기대를 했는데 절망이었다. 그 이후로 "제가 보결할게요" 하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1학년 부모님과의 소통 시간을 준비하며

친구가 듣기 싫은 말을 해서 화가 났다며 수업 중에 교실 밖으로 뛰쳐나오는 아이, 마음이 틀어지면 고집을 부리며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 위험한 곳에 올라가 선생님을 당황하게 하는 아이, 아이의 부모님과 상담 전화를 하며 소통이 어렵다고 난처해 하는 선생님 등 학교 현장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여담이지만 나는 장학사로 근무하는 동안 학교를 떠나 있었고 현장의 어려움을 피부로 체험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을 한 이후로 나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교실이,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구나!'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만약 1학년 25명이 입학한다면 그 교실에는 25명의 아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100명이 있는 거라는. 여기다 이모까지 더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처럼 한 아이를 둘러싼 관심의 눈이 예전에 비해 몇 배로 많아졌다. (아이가 어린 만큼 어른들의 걱정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선생님들의 교육 부담도 몇 배로 늘었다.

3월 입학식을 앞두고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나도 생각이 많아진다. 선생님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온 마을'은 아닐지라도 '학부모님의 도움과 지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1학년 학부모님을 가장 많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은 입학식날이다. 그래서 입학식을 준비하는 교무부장님과 1학년 선생님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떡할까요? 입학식 때 간단한 인사말이 나을까요? 아니면 학부모와의 대화 시간을 준비해 볼까요? 이를테면 1학년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협조할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과 같은... 20분 정도로 짧게..."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지요."

아이의 입학식을 위해 휴가를 내신 부모님들도 많을 테니까 20분 정도로 짧게 '행복한 교육 동행'을 위해 부모님과 학교장이 소통하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구성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네 가지 항목

AI Canvas 기능을 활용해 1학년 학부모님과 나눌, 초등학교 생활을 위해 가정에서 협력할 가장 기본적인 항목 4가지를 추려 간단하게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다.

 AI Canvas의 기능을 활용해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니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었다.
AI Canvas의 기능을 활용해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니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었다. 이정미

네 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 학교는 '우리'를 배우는 소중한 사회입니다.
아이들이 귀한 시대인 만큼 소위 '금쪽이'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교실 내 아이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잦다. 학교 폭력도 줄어들지 않고 끊임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아이들 간의 작은 다툼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확대되어 친구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학교 폭력 사건이 학교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물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도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어쩌면 통과의례같은 갈등도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얼굴 생김이 각자 다르듯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가정 환경도 자라온 배경도 취향도 생각도 모두 다르다. 그러니 갈등과 다툼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만나는 '작은 사회'이다. 아이들이 사회를 건강하게 배울 수 있도록 내 아이, 네 아이, 우리 모두의 아이를 좀 더 큰 그림으로, 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② 공부하는 습관, 자신감에서 시작됩니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나라 부모들의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성장 단계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결하며 자신감을 갖는다. 교실에는 서로 다른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러니 가정에서와 같이 선생님이 일일이 챙겨줄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알림장을 확인하고 가방을 챙기는 작은 습관부터 스스로 하는 아이는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할 것이다.

③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신뢰, 성장의 안정제입니다.
학교장으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교육 현장이 어느 순간 '아동 학대', '교권 침해'로 얼룩지고 있다. 학교와 선생님을 감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든든한 교육 파트너'로 신뢰하고 협조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부모님의 긍정적인 시각과 태도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바탕인 된 아이는 선생님 지도를 믿고 따를 것이며 학교 생활도 즐겁게 잘한다. (물론 학교도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믿고 응원해주면 학교도 선생님도 으샤으샤 더 잘하지 않을까.)

④ 아이의 일상을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요즘 아이들은 태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SNS, 숏폼 등 디지털 과다 사용에 대한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은 1교시에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이와 함께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해 가정에서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좋은 습관을 길러주면 좋겠다.

교문 앞에서 아침맞이를 하다 보면 아침부터 군것질하는 아이들을 종종 발견한다. "아침 안 먹었어?"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의 주요 활동은 오전에 이루어진다. 아침 식사는 수업 집중에 큰 영향을 미친다. 꼭 밥이 아니어도 좋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 아이의 뇌와 몸을 깨우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만큼 탈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은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 ,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도 성장하는 것'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설레는 입학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귀엽고 사랑스런 1학년이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우리 선생님들도 보람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이 서로 신뢰하고 응원하는 새 학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입학식 #1학년 #학부모와대화 #교육동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가락지 하나 없던 시어머니 유산, 텃밭에서 나왔다 금가락지 하나 없던 시어머니 유산, 텃밭에서 나왔다
  2. 2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3. 3 유럽 여행 간 아들네 강아지를 18일 맡아주고 깨달은 것 유럽 여행 간 아들네 강아지를 18일 맡아주고 깨달은 것
  4. 4 여권 빼앗고, 밥과 오이만 주고...전국 방방곡곡에 도는 '괴담' 여권 빼앗고, 밥과 오이만 주고...전국 방방곡곡에 도는 '괴담'
  5. 5 "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