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누운 일주일... 곁을 지켜준 아내

아프면 가족 모두가 괴로워... 함께 밥 먹을 때 가장 행복

등록 2026.02.25 13:54수정 2026.02.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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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일주일 꼬박 누워 지냈다. 명절 준비와 음식 차림은 아내가 다 했는데 내가 탈이 나고 말았다. 마음이 조급한 설 전후 몸살로 침상을 지키니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누워만 있으니 큰일 난 것처럼 아내의 얼굴은 어둡다. 예전에는 내가 몸이 불편해도 아내가 밖에 잠깐 다녀오면 아무렇지 않게 멀쩡했는데 그게 아니니 겁을 먹었다. 덕분에 아내에게 매일 삼시 세 끼에다 보살핌을 받았다. 아내와 오순도순 상을 차리고 밥을 먹었던 것이 아주 먼 것처럼 느껴졌다.


 아내의 쌍화탕, 몸살에는 쌍화탕이 최고라네요.
아내의 쌍화탕, 몸살에는 쌍화탕이 최고라네요. 이혁진

오랜만에 아내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죽을 먹으면서 혼자 배시시 웃기도 했다. 아내는 외출도 못하고 종일 내 곁에서 동태를 파악하기 바빴다. 간간이 더 아픈 데를 추궁하는데 몸살이 전부라며 엄살을 부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왜 몸살이 났는지 이유를 찾아봤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쌓인 피로가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저 힘이 빠지면서 몸이 가라앉았다. 내 나이를 의식하면 아플 수 도 있지만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라 여겼다.

과거 병고를 많이 치른 나는 아파도 웬만한 것에 참고 지내는 습성이 있다. 아내에게도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부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만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더욱 놀란 표정이다. 사실 아무리 아파도 약속을 어기거나 나가서도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 구기고 뻔뻔하게 아내를 찾았다. 옆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완전히 보채는 어린아이가 되고 말았다. 아내에 대한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역시 고달픈 내 신세를 받아주는 사람은 아내뿐이다. 아버지도 한아름 걱정이다. 백세 어르신 앞에서 자식이 아프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항상 겸상하는 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셨을까. 아버지는 아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 했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아내가 모든 살림을 관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사람이 아프면 고역이다. 그것처럼 처량하고 불쌍한 것이 없다. 세 명만 사는 집에 나 때문에 집안에 적막이 가득했다. 가뜩이나 아내는 월초에 지방 모임에 갔다가 귀경길에 교통사고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 고속도로 전용차선에 택시가 끼어들어 고속버스가 추돌하면서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아내가 만들어준 오뎅국
아내가 만들어준 오뎅국 이혁진

노인 가족의 소중한 건강... 은퇴 이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교훈

아파 누워있으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다. 아내가 내 곁에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누워있을 것이다. 고마운 아내의 소중함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반대로 아내가 몸져눕는다면 우리 집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내가 아픈 것이 차라리 나은지도 모른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하고 버티는 힘이 세다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고백하면 아내의 입장과 고민을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밖에서 내 할 일을 잘하면 집은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각자 가정관이 너무 달랐다. 이러한 생각이 바뀐 것은 은퇴 후 오래 집에서 머무르면서부터다.

내가 살림을 접해보니 그간 집안팎이 온전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는 걸 알았다. 아내의 수고로움에 공감하거나 위로하는 "고마워"라는 말도 해본 기억이 없다. 지난 시절 일과 가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만 산 것을 후회했다. 이러한 성찰은 은퇴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 자신과 생각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야 비로소 가족 구성원으로서 철이 들었다고 할까. 뒤늦게 아내의 존재감을 확인한 것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도 분명해졌다. 물론 지금도 노후의 참다운 의미를 탐구하고 있지만.

내가 아프면서 세 식구가 늘 함께 하는 식사도 각자 '혼밥'으로 바뀌었다. 노인들만 사는 집에 누구 하나가 삐꺽 대면 일상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서로 밥상을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희한하다. 평소 골골하는 아내가 간병하는 괴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내가 아프면 아내부터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아내는 믿음직한 주치의이자 확실한 건강보험이다.

오늘부터 침상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걷기만 해도 살아난 기분이다. 내 건강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새삼 깨닫는다.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몸살 #노인가족 #노인건강 #혼밥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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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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