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2.26 16:38수정 2026.02.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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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서관 2025년 10월 25일 개관, 면적 30,300㎡ 의 국내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이다.
김은진
"오늘 저녁은 각자 알아서 드세요."
지난 24일 오후 4시, '비밀의 화원'에 가기 위해 가족들에게 문자를 남기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출발하면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좀 멀긴 하지만 거리만큼 그곳에서 마주하는 평온함도 크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면 목적지가 보인다. 바로 내가 '비밀의 화원'이라 이름 붙인 경기도서관이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10월 25일 뉴스를 통해서다. 국내 최대 규모 공공 도서관이 경기도에 개관했다는 소식이었다. 푸른색 스킨다모스(이끼)가 심어진 나선형 계단을 지나는 환희에 찬 사람들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층층마다 이끼가 심어져 있다니 놀랍기도 했고, 정말 살아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처음 경기도서관에 방문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를 막 지난 시간이었고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선형 계단이 시선을 압도했다. 도서관에 심어진 공기 정화 식물을 만져보니 모두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친환경 경기도서관 휴식 공간마다 공기 정화 식물이 심어져 있어 숲 속에서 책을 읽는 듯 하다.
김은진
1층에 떡갈잎 고무나무, 여인초, 몬스테라, 코코엔젤이 보였다. 다른 식물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이름을 알아보았다. 아레카야자, 스노우 사파이어, 아비스, 스파티필름 등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식물들이 가득했다. 잎을 만져보니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책으로 가득했던 보통의 도서관과는 달리 초록 잎이 갑자기 떨어지는 함박눈처럼 반가웠다.
침침하던 눈이 어느새 밝아지는 것 같았다. 식물을 보며 한껏 '힐링'하고 책을 읽기 위해 서가로 눈을 돌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발길이 멈춘 곳은 3층이다. 낮은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의자로 향했다. 사진이 많은 책을 여러 권 골랐다. 그렇게 책을 읽고 다시 책꽂이에 꽂기를 반복하던 사이 어느덧 창밖엔 해가 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돌아가고 도서관이 더 조용해졌다. 지금 집으로 출발하면 퇴근 시간이 걸려 복잡할 것 같으니 도서관에 남아 책을 더 읽기로 했다.
4층은 3층과 비슷하지만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요한 세상과 숨결을 주고받는 듯 앉아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편안했다.

▲경기도서관 4층 도서관 곳곳에 독서는 물론 노트북으로 개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김은진
나도 책을 들고 창가 앞 책상에 앉았지만 시선이 저절로 밖을 향했다. 지나가는 차량,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어두운 밤이지만 낮보다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희미한 반영을 책 읽듯이 바라보았다.
돌돌 말린 내 마음을 읽는 특별한 장소
창밖으로 길게 이어진 차량의 라이트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불빛은 어둠을 통과해서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단어로 변신했다. 사람, 실패, 부끄러움, 망설임, 위로, 회복, 견딤, 사랑... 단어들이 2층과 3층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하나, 둘 새싹처럼 자랐고 문장이 되었다. 식물이 자라듯 생각이 문장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경기도서관을 비밀의 화원이라 이름 짓고 종종 찾곤 한다. 거리가 머니 자주는 다녀오진 못하고 수원을 지날 일이 있으면 들어가 자투리 시간을 보내다 오곤 한다. 최근 이곳에서 읽은 책은 일홍 작가의 에세이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다. 표지에 온통 네잎클로버가 그려져서 어떤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안에 좋은 글들이 많았다.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어 아래 옮겨 본다.
"내 마음처럼 모두가 당신 편이었으면 좋겠다. 불행할 일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의 모든 버팀이 마침내 커다란 기쁨으로 펼쳐지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p. 163)
일홍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중에서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상이 잠깐만 내 편에 머물고 그 사람 편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도서관이 집 가까이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쉽지만 갈 길이 멀어서, 마감 시간 한 시간 전에 나왔다. 문을 나설 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의 한 문장이 어깨를 토닥였다.
"바라보는 눈이 바르면 세상 전체가 정원이 될 수 있어요."
경기도서관에 자주 방문할 순 없지만 세상 전체가 정원이라고 생각하고 행복을 가꾸어 나가야겠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도청로 40에 있는 경기도서관에는 독서 공간 외에도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보드게임과 게임플레이, 스튜디오존 등 놀거리(지하 1층)가 있고 카페(1층)도 있다. 세계친구책마을(2층)에서는 22국의 책을 만날 수 있고, 기후환경공방(4층)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테라티움(4층)을 보며 미니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수원을 지날 때면 경기도서관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당신의 마음속에 숨 쉬고 있는 비밀의 화원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주말은 오후 6시까지다(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경기도서관 계단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연결된 계단의 모습, 스킨다모스(이끼)가 심어져있다.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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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갈 수밖에 없는 도서관, 애칭까지 붙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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