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변희수 하사의 5주기를 맞아 27일 오전 서울, 충북, 대구 등 각지에서 온 20여 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지난 2021년 2월 27일 세상을 떠난 고 변희수 하사는 국방부로부터 뒤늦게 순직을 인정받아 2024년 6월 24일부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있다.
유지영
자기 몸의 몇 배가 되는 탱크를 몰던 전차조종수는 이제 두 뼘 가량 되는 봉안당 안에 잠들어있다. 고 변희수 하사의 5주기인 27일 오전 유족들과 20여 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그가 안장돼있는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서울, 충북,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각자가 기억하는 변희수 하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고 변희수 하사처럼 트랜스젠더인 네오(22)씨도 이날 이곳을 찾았다. 그는 "변희수 하사님은 저희 트랜스젠더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분"이라며 "비록 하사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그분 덕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갑의 전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변희수 하사님을 기억하는 익명의 트랜스젠더." 네오씨가 변 하사의 유골함 앞에 남긴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군인이라는 '장래희망'을 끝내 이룬 사람, 변 하사는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루카(29)씨는 변 하사의 유골함 앞에 "기갑의 정신, 기억하겠습니다. 살아남은, 당신을 동경하는 누군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루카씨는 "처음에 하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먹먹했다. 그동안 두려워서 (봉안당 방문도) 피했는데, 오늘에서야 다같이 올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나 또한 군대에 가고 싶었던 트랜스젠더지만, 갈 수 없었다"라면서 "트랜스젠더를 향한 혐오적인 언어가 판치는데, 앞으로는 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희망을 전했다.

▲ "기갑의 정신, 기억하겠습니다." 고 변희수 하사의 5주기를 맞아 27일 오전 서울, 충북, 대구 등 각지에서 온 20여 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유지영
변 하사를 만나고자 대구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현충원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생전 트랜스젠더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변 하사와 교류했다고 밝힌 귀자(40)씨는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 (변희수 하사가) 가브리엘이라는 세례명을 가브리엘라(여성 세례명)로 바꾸고 싶어했는데, 천주교인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키라라의 수상 소감, 변희수 하사의 봉안당에 전해지다
고 변희수 하사는 육군 하사로 복무하던 중 지휘관들에게 허가를 얻어 성확정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국방부가 돌연 '여성 군인으로 복무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전역을 강제하자, 트랜스젠더 군인으로서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예정됐던 전역일(2021년 2월 28일)을 하루 앞두고 사망했다. 변 하사가 사망한 이후 법원은 육군의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국방부로부터 순직을 인정받아 2024년 6월 24일부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있다.
고 변희수 하사를 지원해온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은 전자음악가 키라라의 수상 소감을 옮기면서 "우리 사회에 소외받고 힘든 사람들이 더는 명을 달리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키라라씨는 26일 시상식에서 "트랜스젠더가 만든 음악이 올해의 일렉트로닉 앨범"이라면서 "트랜스젠더 여러분,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울지 마세요. 자살하지 마시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변희수 하사의 유골함 앞에서 "우리 사회에 소외받고 힘든 사람들이 더는 명을 달리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변희수 하사의 5주기를 맞아 27일 오전 서울, 충북, 대구 등 각지에서 온 20여 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유지영

▲ 고 변희수 하사의 5주기를 맞아 27일 오전 서울, 충북, 대구 등 각지에서 온 20여 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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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 하사였던 고 황인하 하사의 묘를 27일 오후 그의 아버지인 황오익씨가 둘러보고 있다. 고 황인사 하사는 2013년 공군 가혹행위 사망 사건의 피해자로 황씨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아들이 사망한 이후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유지영
"(변희수 하사와) 안면은 없지만 매년 이곳에 하사님을 만나러 오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봉안당에 방문한 한 시민은 퀴어문화축제에서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는 혐오 세력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뒤로는 연대하는 자리에 더 많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변 하사의 유족 외에도 군대에서 자녀를 잃은 다른 유족들도 추모에 함께했다. 시민들은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군인권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고 고동영 일병, 고 황인하 하사의 묘소를 둘러보고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고동영 일병과 황인하 하사 모두 군대 내 가혹 행위로 인한 사망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인권위, 변희수재단 설립 신청 2년 다 되도록 방치...1심 행정 소송 패소
한편, 고 변희수 하사 5주기에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법인 설립 방해로 인해 변희수재단은 여전히 준비위원회로 머물러 있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지난 12일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 설립 허가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패소 이후인 26일 상임위원회에도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인권위는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신청에 대해 20일 이내에 심사해 허가나 불허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21개월 가량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법인 설립을 지연시키고 있다. (관련 기사 :
김용원 핑계 대봤지만, 인권위 위법 낱낱이 드러난 '변희수재단' 판결문 https://omn.kr/2h61r)
이 때문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인권위지부)는 27일 오후 변희수 하사의 5주기 추모사를 내고 사과했다. 인권위지부는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하여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관계자분들 그리고 인권위에 실망하신 모든 시민분께 매우 송구하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고 변희수 하사의 상실이 성소수자의 상실감으로 남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을 사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위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태훈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보수주의자들도, 안보주의자들도 '트랜스젠더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눈물 흘리면서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데 시켜주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이것이 바로 민심"이라면서 "그래서 인권위가 이 문제에서 비타협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 더욱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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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님 덕분에 살아있는 사람들, 여기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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