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국민에게서 나와야 합니다"

50년 전 명동의 외침, 오늘 우리 교실로 이어지다

등록 2026.03.01 14:30수정 2026.03.01 14:30
0
원고료로 응원
1976년 3월 1일, 억눌린 때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깊은 길잡이가 된 '3·1 민주구국선언'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쉰 해가 흐른 2026년, 그날의 외침은 다시 시민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3·1 민주구국선언 5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나간 일을 오늘의 배움으로 잇고, 앞으로의 평화로 이어 가겠다는 다짐의 자리였다.

어둠을 뚫고 나온 세 가지 외침, 오늘 우리가 할 일

1976년 선언문은 민주주의를 되찾고, 나라 살림을 뿌리부터 돌아보며, 겨레가 하나 되는 길을 열자고 했다. 밑글을 쓴 문익환 목사와 서명에 함께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여러 재야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

"무엇이 나라와 겨레를 위해 좋은지 가리는 일은 국민이 스스로 해야 한다."

이 말은 독재에 맞선 외침을 넘어, 민주주의의 속뜻을 밝힌 가르침이었다.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먼저 시민이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외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내야 할 값으로 가르치는 일이다.


믿음과 양심, 그리고 손잡는 힘

기념행사에서 말씀을 전한 함세웅 신부는 이 일을 "하느님의 뜻이자 독재 정권 스스로 무너질 불씨가 된 사건"이라고 풀이했다. 민주 인사들을 가두었지만, 그 일은 오히려 유신 체제를 흔드는 씨앗이 되었다는 뜻이다.


3.1구국선언 50주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출발이 되었던 3.1 구국선언을 발표한 지 50주년 기념행사가 그 장소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3.1구국선언 50주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출발이 되었던 3.1 구국선언을 발표한 지 50주년 기념행사가 그 장소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김옥성

증언에 나선 배우 문성근씨는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장준하 선생의 죽음 뒤 "이제 내가 죽을 차례다"라는 다짐으로 선언문을 썼다고 돌아보았다. 이 이야기는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묻는다.

나는 옳은 일을 위해 무엇을 기꺼이 견딜 수 있는가?
왜 서로 손잡는 힘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가?
양심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일은 이런 물음을 교실에서 마음 놓고 나누고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보라색 양산과 '빅토리 숄', 이름 없는 시민의 용기

잡혀간 이들의 가족들은 보라색 양산과 '빅토리 숄'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 움직임은 훗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로 이어졌다. 이 일은 우리에게 말해 준다. 민주주의는 몇몇 이름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 없이 살아가는 시민들의 작은 용기로 세워진다는 것을.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가르칠 때에는 여성과 시민 모임의 몫을 고루 살피고 폭력을 쓰지 않는 움직임의 뜻을 배우며 서로 손잡는 기쁨을 몸으로 겪게 해야 한다.

오늘 교실에서 시작하는 평화와 하나 됨의 배움

쉰 해 전 선언은 민주주의와 함께 겨레가 하나 되는 길을 큰일로 내세웠다. 그것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사람의 존엄과 평화를 믿는 마음에서 나온 외침이었다. 오늘도 나라 안팎의 흐름이 흔들리는 가운데, 우리는 다시 묻는다.

하나 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평화는 어떻게 배우고 익히는가?
다툼을 말로 풀어 가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일은 곧 평화를 익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다툼을 풀며, 함께 뜻을 모아 보는 경험은 민주주의를 몸으로 사는 연습이다.

지난 일을 바로 배우는 일이 앞날을 세운다

지난 일은 오늘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쉰 해를 맞은 3·1 민주구국선언은 우리에게 묻는다.
기억은 그냥 간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받아 몸으로 살려 내야 할 책임이다.

오늘 우리 학교와 교회, 마을에서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배우고 그 뜻을 깊이 헤아리며 평화와 하나 됨을 준비하는 말을 나누고 서로 손잡는 기쁨을 몸으로 겪는 배움이 이어져야 한다.

다시, 국민에게서 시작되는 민주주의

쉰 해 전 명동성당을 울렸던 외침은 지난 일로 머물지 않는다. 그 목소리는 오늘 교실에서 물음이 되고, 이야기거리가 되고, 삶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기억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몸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숨 쉰다.

이제 우리는 지난 일을 기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배움으로 살려 내고, 그 배움으로 평화를 익히며, 그 평화로 하나 됨을 꿈꾸어야 한다. 그날의 외침처럼, 민주주의는 다시 국민이 스스로 세워야 한다.
#3·1 #민주구국선언 #50주년 #기념행사 #문익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옥성은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교육개혁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하늘씨앗교회 목사이며 행복마음연구소 대표로서 영성과 마음챙김 명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회복을 돕고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8년 다닌 회사에서 잘렸다, 구직급여 신청하고 깨달은 것 8년 다닌 회사에서 잘렸다, 구직급여 신청하고 깨달은 것
  2. 2 김승원 지키려다 정권 무너져... 아닌 건 아니다 김승원 지키려다 정권 무너져... 아닌 건 아니다
  3. 3 김어준이 맞았나, 민티07 뜨자 유튜브 적극 시청자 늘어 김어준이 맞았나, 민티07 뜨자 유튜브 적극 시청자 늘어
  4. 4 악취 풍기던 성남 탄천, 이젠 이런 동물까지 산다고? 악취 풍기던 성남 탄천, 이젠 이런 동물까지 산다고?
  5. 5 한국 기술로 소나무 살린 중국... 실패의 길로 가는 산림청 한국 기술로 소나무 살린 중국... 실패의 길로 가는 산림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