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가 방문한 자다르? 일몰이 빚은 기적 같은 찰나. 붉게 물든 자다르의 하늘 위에 둥실 떠 있는 묘한 구름 한 조각. 마치 UFO가 일몰을 구경하러 내려온 듯한 신비로운 광경이 렌터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해 준다.
김봉석
그 인파 속에서 낯익은 언어가 들렸다. 한국 관광객들이었다. 타지에서 만난 동포가 반가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아는 척은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 그들의 여행에도 평화가 깃들길 빌어주었다.
저녁이 되자 바람은 매서워졌고 입에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추위 덕분에 아내와 나는 더욱 밀착했다.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바라보는 자다르의 노을.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르겠지만,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이 3일간의 렌터카 여행이라는 페이지는 인생이라는 책 속에서 가장 찬란한 금박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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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춘 듯 흐르는 자다르의 황홀한 일몰. 바다 오르간 계단에 앉아 바라본 자다르의 노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서서히 붉게 타오르는 바다를 타임랩스로 담았다. ⓒ 김봉석
렌터카 핸들을 놓으며
3일 동안 시트로엥과 함께 누빈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화성 같던 파그 섬, 요정의 숲 플리트비체, 그리고 오늘 야생의 숨결을 느낀 파클레니차까지.
렌터카 여행은 우리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이었다. 스스로 경로를 정하고, 낯선 표지판에 긴장하며, 때로는 길을 잃어도 웃을 수 있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내일이면 핸들을 반납하고 다시 두 발로 걷는 여행자로 돌아가겠지만, 마음속에 품은 이 넓은 세상의 지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은퇴 후의 삶도 오늘 본 노을처럼,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빛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임을 믿으며 자다르의 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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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의 안정된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부부가 함께 은퇴 후 시작한 새로운 여정. 안정된 삶 대신 꿈을 선택한 40대 파이어족의 좌충우돌 '은퇴 후 삶'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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