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벼리 야간조명, 화려함 뒤에 남은 질문"

"도심 속 자연에 맞는 조명 기준 재설계해야"

등록 2026.03.04 11:16수정 2026.03.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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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앞세운 새벼리 야간조명..빛공해·생태 교란 우려 확산” 진주시가 새벼리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을 재개한 가운데, ‘빛공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려함 앞세운 새벼리 야간조명..빛공해·생태 교란 우려 확산” 진주시가 새벼리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을 재개한 가운데, ‘빛공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주시

경남 진주시가 새벼리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을 재개한 가운데 '빛공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진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급경사지 정비 공사로 중단됐던 새벼리 야간 경관조명을 재설치하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히며, "문화도시 진주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화려하고 품격 있는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벼리는 남강 변 절벽 지형이 빚어내는 자연경관으로 '진주 8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진주시는 2022년 4억 6000만 원을 들여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이후 2025년 8월 시작된 급경사지 정비 공사로 지난해 10월부터 조명 운영이 중단됐고, 공사 준공 이후 재설치를 마쳤다.

그러나 조명 재개를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인위적인 빛의 연출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지, 나아가 도시의 빛공해를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을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 오광석 회원은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도심 속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장소라면 밤에는 달빛과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산그림자를 존중하는 것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 아니냐"며 "인공 조명으로 산을 연출하는 방식이 과연 아름다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 심 빛공해 가중 ▲ 야생 동·식물 서식 환경 교란 가능성 ▲ 야간 조명에 따른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 증가 ▲ 사업비 집행의 타당성 등을 문제로 짚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도시의 빛공해가 인간의 수면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야행성 동물과 곤충, 조류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남강 변 절벽과 수변 공간은 다양한 생물의 이동 통로이자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조명의 색온도와 조사 시간, 밝기 조절 등에 대한 세밀한 관리 없이 '화려함'을 앞세울 경우 생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빛공해방지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일상과 밀접한 분야의 빛환경을 개선해 국민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조명 관리기준에 주관적 불편을 반영한 지표를 추가하고, 미허가 광고조명과 옥외 체육시설 조명 등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화려함 앞세운 새벼리 야간조명..빛공해·생태 교란 우려 확산” 진주시가 새벼리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을 재개한 가운데, ‘빛공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려함 앞세운 새벼리 야간조명..빛공해·생태 교란 우려 확산” 진주시가 새벼리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을 재개한 가운데, ‘빛공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주시청

자치단체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각 시·도는 '빛공해방지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빛공해 방지 및 좋은 빛 형성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2016년 서울 전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주택가 보안등으로 인한 수면방해 민원을 줄이기 위해 '주택가 빛환경 개선사업'과 '골목길 스마트 보안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환경부 평가에서 빛공해 방지 업무 추진실적 1위를 차지하며 경기장 조명 LED 교체와 빛방사 측정 기반시설 구축 등을 진행했다. 충청북도 역시 도 전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빛공해방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대응은 이어진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2만여 개의 나트륨 가로등을 LED로 교체했고, 캘리포니아주는 '불을 끄자' 캠페인을 시행했다. 영국은 2023년 랭커스터대학교에 빛공해 연구센터를 설립해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부 이선영 교수는 현재의 새벼리 경관조명에 대해 "자연경관을 보완하는 계획이라기보다 이벤트성 연출에 가깝다"고 짚으며 "새벼리는 도시 생활권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남강을 따라 형성된 진주의 대표적 자연 암벽 경관으로, '도심 속 자연'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채도 색광을 전면에 내세운 연출은 장소의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시각적 주목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암벽 고유의 질감과 지형적 깊이를 드러내기보다는 색채 자체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자연경관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연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와 시간의 층위는 사라지고, 단기적 효과에 치중한 '볼거리' 중심의 조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도로와 인접한 입지 조건을 고려하면 조명의 색상과 밝기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운전자 시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고채도 색광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평상시에는 중·저채도의 백색 계열 조명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운영하고, 색채 연출은 축제나 기념일 등 특정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명확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며, 자연경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명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야간조명 #진주시 #빛공해 #진주새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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