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익 명지대 객원교수
유승익 제공
- 참여연대는 법왜곡죄에 대해 통과되기 전에 더 숙의해야 한다고 했던데 어떤 부분이 우려스러운가요?
"참여연대가 법왜곡죄 도입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사법개혁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맞겠지요. 다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급박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시민사회는 이 법이 우리나라와 같은 특수한 사법 토양에서 어떤 순기능을 할지, 혹은 법관의 독립성을 해칠지에 대해서 숙의가 선행되기를 원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조항에서 무엇이 법 왜곡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법원이 자칫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역으로 검찰이 판결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압박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요."
- 법이 수정됐는데 그건 어떤가요?
"법왜곡죄 입법 과정에서 본래 취지가 왜곡되었습니다. 물론 명확성 원칙이 문제되었던 일부 조항이 정비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적용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법리의 자의적 적용은 형사 재판뿐만 아니라, 민사, 행정, 가사 재판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거대 기업과 개인의 민사 소송에서 판사가 의도적으로 법리를 왜곡한다면, 그 피해는 형사 사건만큼이나 치명적일 수 있겠죠."
- 왜곡의 기준은 누가 판단하나요?
"마지막에는 법관이 판단하게 되겠죠."
- 권력의 압력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권이나 다른 수사기관 또는 검사들이 법왜곡죄를 빌미로 법관들에게 압력 가할 가능성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분명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판결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나 고발하고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검사는 기소하면 법관은 위축되고 압력받겠죠. 그런데 같은 시나리오로, 우리가 이미 운용 중인 '직권남용죄'와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직권남용죄 역시 얼마든지 법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판사가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재판을 했다고 몰아내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직권남용 죄 때문에 사법권이 마비될 것이라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이미 무엇이 직권이고 무엇이 남용인지 판례와 기준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판례와 기준이 너무 강하게 법원을 보호하고 있어서 우리는 이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어요. 관건은 법관에게 무리한 압박이 될 것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성역과도 같은 검찰과 법원의 행태를 처벌할 수 있는 정교한 수술칼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앞으로 법을 적용해 나가면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수사기관, 기소 기관 또는 법원을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 법왜곡죄는 경찰이 수사할 거잖아요. 그럼, 경찰이 왜곡하면 누가 수사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는 것 같거든요.
"맞습니다. 법 왜곡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하는 주체 역시 기본적으로 경찰인데, 경찰이 증거 누락하거나 조작했을 때, 그 조작을 입증해야 할 주체가 다시 경찰이 되는 것이죠. 조직 내부의 생리상 동료의 잘못을 밝혀내는 일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지요. 그래서 크게 보면 두 가지 층위의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나는 조직 내부에 강력하고 독립적인 특별 수사 기구나 감찰 체계를 둘 필요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내부 통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수처와 같은 외부 전문 수사 기구가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하고 환경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 대법관 증원 관련해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대법관 증원안과 관련해 대법관 후보 추천제도 개선안이 이번 입법에서 누락된 점은 매우 아쉽다'고 입장을 냈는데요.
"한마디로 양적 확대가 질적 다양성을 반드시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관 증원의 명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다양성 확보'였습니다. 그런데 추천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인원만 늘린다면 기존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을 뜻하는 '서오남' 대법관 12명이 추가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습니다."
- 대법관 12명을 이재명 정부에서 늘리는 거잖아요. 장기적으로 진행하자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그건 정책적인 선택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나 코드 인사 논란을 희석하고 장기적으로 충원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개혁안 추진에 있어서 개혁의 추진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정치 지형상 개혁 입법을 너무 길게 끌게 되면, 정권이 바뀌거나 정세가 변했을 때 '이거 없던 일로 하자'며 법을 재개정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대법관 숫자는 사건 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습니다. 대법관 한 명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이 수천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증원 속도를 늦추는 것은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신속히 받을 권리를 계속해서 방치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법원행정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를 사법개혁의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법 개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타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전국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제청권을 통해 누가 대법관이 될지까지 좌지우지합니다. 대법원장의 '손발' 역할을 하는 기구가 바로 법원행정처입니다. 이곳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제왕적 체제의 뿌리를 뽑을 수 없습니다."
- 전관예우 문제도 있지 않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조 카르텔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관예우는 법조 카르텔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대물림하고 재생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대법관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같은 고위직들이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구조이지요. 사법 시스템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과 현직이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해 주는 '수익 창출 모델'로 전락해 버린 셈이죠. 자기들끼리 인사하고, 자기들끼리 예산 짜고, 퇴임 후엔 선배 대접받으며 고액 수임료를 챙기는'폐쇄적 체제'인데, 외부의 시선이 들어오는 순간 이 시스템은 마비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법 독립이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자신들만의 '전관예우 생태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거죠."
- 전관예우를 방지할 수 있는 법은 없는 거 같거든요. 사법개혁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중요한데, 왜 그럴까요?
"일단 문제가 터지면 바로 메울 수 있는 안들을 먼저 추진하죠. 사실 전관예우는 굉장히 큰 문제고 사법의 체질을 바꾸는 문제예요. 그래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자꾸 뒤로 밀리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법원행정처의 폐지나 전관예우 문제가 사실 근본적인 문제고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그리고 그걸 바꾸지 못하면 사법개혁은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워낙 큰 문제고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젠다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도입하자고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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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손발' 역할... 법원행정처 폐지가 사법개혁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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