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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동해안 덮은 '햐얀 이불' 덕에, 큰 불 걱정 덜었다

[사진] 오대산과 대관령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 산불 위험 낮추고 겨울 가뭄까지 해갈한 값진 눈

등록 2026.03.04 11:22수정 2026.03.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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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에 쏟아진 '눈폭탄'이 바싹 마른 산자락을 덮었다. 최근 사흘간 최대 70㎝에 육박하는 폭설과 적지 않은 비까지 이어지면서 겨우내 최고조에 달했던 산불 공포도 일단 한 풀 꺾였다. 숨 죽이며 산불 걱정을 하던 주민들은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불 위험이 예고되며 긴장감이 감돌던 산간마을이 눈으로 덮였다. 소복이 내려앉은 흰 눈이 마을을 감싸 안으며, 불안 대신 안도의 숨결이 번지는 겨울 풍경을 전한다.
산불 위험이 예고되며 긴장감이 감돌던 산간마을이 눈으로 덮였다. 소복이 내려앉은 흰 눈이 마을을 감싸 안으며, 불안 대신 안도의 숨결이 번지는 겨울 풍경을 전한다. 진재중

하얗게 바뀐 오대산 능선

4일 강릉 시내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했다. 산허리에는 푸른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 정상에는 하얀 눈이 내려 고요한 장관을 완성한다. 도시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겨울 산의 단정하고도 깊은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대관령 정상은 온통 눈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바삭거리던 낙엽으로 뒤덮였던 산마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계절의 흔적을 지운 설경은 산을 더욱 깊고 단정하게 빚어낸다. 3월에 내린 이번 눈은 산과 고갯길을 중심으로 올겨울 가장 깊은 설경을 남겼다. 향로봉에는 65.4㎝의 눈이 내려 가장 많은 적설을 기록했고, 미시령터널 65.0㎝, 진부령 61.1㎝, 구룡령 57.2㎝ 등 주요 고갯길마다 50~60㎝ 안팎의 눈이 쌓였다.

동해안과 남부 내륙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릉 왕산 48.6㎝, 삼척 도계 40.7㎝, 태백 25.4㎝의 적설을 보이며 곳곳이 두툼한 눈 이불로 덮였다. 산과 들, 고갯마루마다 내려앉은 눈은 마치 봄을 시샘하듯 마지막 기세를 떨치고 있다.

 오대산 진고개가 눈꽃으로 곱게 물들었다. 굽이진 고갯길과 능선을 따라 내려앉은 설경이 진고개를 한층 더 아름답게 장식하며, 겨울 산의 정취를 깊게 전하고 있다.
오대산 진고개가 눈꽃으로 곱게 물들었다. 굽이진 고갯길과 능선을 따라 내려앉은 설경이 진고개를 한층 더 아름답게 장식하며, 겨울 산의 정취를 깊게 전하고 있다. 진재중
 눈으로 덮인 산이 온통 흰빛에 잠겨 있다. 산불 위험으로 불안감이 감돌던 능선은 하얀 설경 속에 잠시 숨을 고르듯 고요를 되찾았다.
눈으로 덮인 산이 온통 흰빛에 잠겨 있다. 산불 위험으로 불안감이 감돌던 능선은 하얀 설경 속에 잠시 숨을 고르듯 고요를 되찾았다. 진재중

이 정도면 큰 불 걱정은 덜어... 현장에 번진 안도감

눈 대신 비가 내린 해안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속초 대포에는 114㎜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고, 고성 간성 60㎜, 강릉 45.4㎜, 동해 24.6㎜ 등 적지 않은 비가 대지를 적셨다.


동해안 일대는 지난해 11월 이후 강수량이 평년을 밑돌며 실효습도가 20% 안팎까지 떨어졌고, 건조특보와 강풍주의보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작은 불씨 하나에도 온 산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이번 눈과 비로 겨우내 이어졌던 건조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눈이 쌓이면서 산과 대기에 습기가 충분히 공급됐다"며 "당분간 대형 산불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봄을 시샘하듯 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잎을 틔우기 전 고요한 가지 위에 머문 흰 눈이 겨울의 마지막 숨결을 전한다.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봄을 시샘하듯 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잎을 틔우기 전 고요한 가지 위에 머문 흰 눈이 겨울의 마지막 숨결을 전한다. 진재중

가뭄 해갈 기대... 6~7일 추가 예보


기상청은 6~7일에도 동해안에 비 또는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강수는 산불 위험 완화뿐 아니라 겨울 가뭄 해갈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하얀 설원으로 변한 동해안 산자락, 바람만 불면 불이 번질 듯 위태롭던 숲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폭설이 주고 간 것은 아름다운 설경만이 아니었다. 겨울 내내 이어진 '불안' 위에 내려앉은, 값진 안도감이었다.

 동해안 산간에 내린 눈이 산과 들을 하얗게 덮고 있다. 봄을 시샘하듯 내려앉은 설경이 마을과 능선을 고요하게 감싸며 깊어진 겨울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해안 산간에 내린 눈이 산과 들을 하얗게 덮고 있다. 봄을 시샘하듯 내려앉은 설경이 마을과 능선을 고요하게 감싸며 깊어진 겨울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진재중

#눈 #폭설 #산불 #강원동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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