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위험이 예고되며 긴장감이 감돌던 산간마을이 눈으로 덮였다. 소복이 내려앉은 흰 눈이 마을을 감싸 안으며, 불안 대신 안도의 숨결이 번지는 겨울 풍경을 전한다.
진재중
하얗게 바뀐 오대산 능선
4일 강릉 시내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했다. 산허리에는 푸른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 정상에는 하얀 눈이 내려 고요한 장관을 완성한다. 도시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겨울 산의 단정하고도 깊은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대관령 정상은 온통 눈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바삭거리던 낙엽으로 뒤덮였던 산마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계절의 흔적을 지운 설경은 산을 더욱 깊고 단정하게 빚어낸다. 3월에 내린 이번 눈은 산과 고갯길을 중심으로 올겨울 가장 깊은 설경을 남겼다. 향로봉에는 65.4㎝의 눈이 내려 가장 많은 적설을 기록했고, 미시령터널 65.0㎝, 진부령 61.1㎝, 구룡령 57.2㎝ 등 주요 고갯길마다 50~60㎝ 안팎의 눈이 쌓였다.
동해안과 남부 내륙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릉 왕산 48.6㎝, 삼척 도계 40.7㎝, 태백 25.4㎝의 적설을 보이며 곳곳이 두툼한 눈 이불로 덮였다. 산과 들, 고갯마루마다 내려앉은 눈은 마치 봄을 시샘하듯 마지막 기세를 떨치고 있다.

▲ 오대산 진고개가 눈꽃으로 곱게 물들었다. 굽이진 고갯길과 능선을 따라 내려앉은 설경이 진고개를 한층 더 아름답게 장식하며, 겨울 산의 정취를 깊게 전하고 있다.
진재중

▲ 눈으로 덮인 산이 온통 흰빛에 잠겨 있다. 산불 위험으로 불안감이 감돌던 능선은 하얀 설경 속에 잠시 숨을 고르듯 고요를 되찾았다.
진재중
이 정도면 큰 불 걱정은 덜어... 현장에 번진 안도감
눈 대신 비가 내린 해안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속초 대포에는 114㎜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고, 고성 간성 60㎜, 강릉 45.4㎜, 동해 24.6㎜ 등 적지 않은 비가 대지를 적셨다.
동해안 일대는 지난해 11월 이후 강수량이 평년을 밑돌며 실효습도가 20% 안팎까지 떨어졌고, 건조특보와 강풍주의보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작은 불씨 하나에도 온 산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이번 눈과 비로 겨우내 이어졌던 건조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눈이 쌓이면서 산과 대기에 습기가 충분히 공급됐다"며 "당분간 대형 산불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봄을 시샘하듯 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잎을 틔우기 전 고요한 가지 위에 머문 흰 눈이 겨울의 마지막 숨결을 전한다.
진재중
가뭄 해갈 기대... 6~7일 추가 예보
기상청은 6~7일에도 동해안에 비 또는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강수는 산불 위험 완화뿐 아니라 겨울 가뭄 해갈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하얀 설원으로 변한 동해안 산자락, 바람만 불면 불이 번질 듯 위태롭던 숲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폭설이 주고 간 것은 아름다운 설경만이 아니었다. 겨울 내내 이어진 '불안' 위에 내려앉은, 값진 안도감이었다.

▲ 동해안 산간에 내린 눈이 산과 들을 하얗게 덮고 있다. 봄을 시샘하듯 내려앉은 설경이 마을과 능선을 고요하게 감싸며 깊어진 겨울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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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동해안 덮은 '햐얀 이불' 덕에, 큰 불 걱정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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