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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쪽은 국립, 한쪽은 125m 전망대... 부산시 환경정책의 민낯

금정산은 보전이라 말하고, 황령산은 개발을 허락하다, 도시의 환경 마인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록 2026.03.05 11:24수정 2026.03.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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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 능선의 기암과 도시 전경. 개발 압력 속에서도 보전의 상징이 된 이 산은 부산 환경정책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금정산 능선의 기암과 도시 전경. 개발 압력 속에서도 보전의 상징이 된 이 산은 부산 환경정책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정남준

부산은 지금 두 개의 산 앞에 서 있다. 하나는 국립공원이 된 금정산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민간 개발이 추진 중인 황령산이다. 한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이 상반된 풍경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부산의 환경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정산은 지난 3일부터 공식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보전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생태적 다양성, 독특한 암릉 경관, 역사·문화적 축적, 그리고 대도시 인접성이라는 공공적 의미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다. 국립이라는 이름은 곧 제한의 언어다. 등산로를 무분별하게 넓히지 않고, 전망대 설치를 신중히 하며, 접근성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런데 불과 도심 건너편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황령산 정상부에 125m 높이의 대형 전망대를 세우고, 황령산레포츠공원과 부산진구 전포동 일대를 잇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민간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명분은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효과다. 전망 산업, 체류형 관광, 도시 브랜드 강화. 익숙한 개발의 문법이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한다. 금정산에서는 탐방로 하나를 정비하는 일에도 환경영향을 따지며 신중을 기하겠다고 하면서, 황령산 정상에는 125m 구조물을 세우는 사업이 공론장에 오르고 있다.
도시는 묻지 않는다. 두 산의 생태적 가치가 근본적으로 다른가. 경관 훼손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공성의 정의는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물론 두 산의 법적 지위와 관리 체계는 다르다. 금정산은 국립공원이라는 강한 보호 틀 안에 들어섰고, 황령산은 그와 같은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법적 지위가 곧 환경윤리의 경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연은 행정구역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황령산 정상부는 부산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 바로 그 상징성 때문에 더 높은 구조물을 세우겠다는 발상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 번 세워진 구조물은 되돌리기 어렵고, 케이블카가 놓이면 탐방객 수요는 급증하며, 그에 따른 추가 시설 요구가 연쇄적으로 뒤따른다. 개발은 항상 1단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금정산 정상부의 금샘은 바위 위에 고인 작은 물웅덩이에 불과하다. 그 소박함이야말로 자연의 품격을 보여준다. 반면 황령산 개발 구상은 자연 위에 또 하나의 인공적 랜드마크를 얹으려 한다. 우리는 무엇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까. 바위 위의 물인가, 콘크리트 타워인가.


문제의 핵심은 관광 자체가 아니다. 부산은 관광도시이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도시들이 고민하는 것은 '얼마나 더 많이'가 아니라 '어떻게 덜 훼손하며' 성장할 것인가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현실이 된 시대에, 산 정상에 초고층 전망대를 세우는 발상이 과연 미래지향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한쪽에서는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상징적 결단을 내리며 환경 보전을 선언하고, 다른 쪽에서는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대형 산지 개발을 검토한다면 시민은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환경은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보전은 선택적이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지역만 엄격히 지키고, 다른 곳에서는 개발을 용인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전략이지 가치가 아니다.

도시는 결국 태도의 총합이다. 산을 대하는 방식은 그 도시의 미래 감각을 드러낸다. 금정산이 우리에게 "어디까지 멈출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황령산은 "우리는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부산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국립이라는 이름을 진정한 전환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상징적 이벤트로 소비할 것인가. 산은 침묵하지만, 시민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환경정책의 품격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에서 드러난다.

 금정산 금샘. 바위 위에 고인 작은 물웅덩이는 최소한의 개입 속에서 유지되는 자연의 상징이다. 국립공원 지정은 이러한 가치를 지키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금정산 금샘. 바위 위에 고인 작은 물웅덩이는 최소한의 개입 속에서 유지되는 자연의 상징이다. 국립공원 지정은 이러한 가치를 지키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정남준
 황령산 정상 일대. 125m 전망대와 케이블카 설치가 검토되는 공간으로, 보전과 개발 사이 부산의 정책 일관성이 시험대에 오른 현장이다.
황령산 정상 일대. 125m 전망대와 케이블카 설치가 검토되는 공간으로, 보전과 개발 사이 부산의 정책 일관성이 시험대에 오른 현장이다. 정남준
#금정산 #황령산 #금정산금샘 #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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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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