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시작, 회사 책상을 정리하며 발견한 것

잠시 멈추는 시간에 대한 기록

등록 2026.03.06 09:51수정 2026.03.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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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근무일 퇴근을 앞두고 회사 단체 대화방에 짧은 인사를 남겼다. 평소 업무 보고와 일정 공지가 끊임없이 올라오던 단체 대화방이었다. 늘 그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그날 남긴 메시지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그 글을 남기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매일 함께 있던 공간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나는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직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이어지던 업무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는 시간이다. 나는 취업 지원과 상담 업무를 하는 회사에서 일해왔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다양한 제도를 안내하며 취업을 돕는 일을 했다. 상담 기록을 정리하고 사업 운영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정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하루하루는 늘 빠르게 흘러갔다. 상담 일정이 이어지고 보고서 마감이 겹치는 날에는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취업이 잘되지 않아 지친 마음을 털어놓던 사람도 있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방법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육아휴직을 앞두고 일을 잠시 멈추게 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매일 반복되던 출근과 업무가 갑자기 멈추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또 다른 시간을 시작하게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상사진 육아휴직을 앞두고 마지막 근무일에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던 모습.
▲책상사진 육아휴직을 앞두고 마지막 근무일에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던 모습. AI생성이미지

우리 사회에서 육아휴직 제도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여러 고민이 따른다. 업무 공백에 대한 걱정,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일을 잠시 멈춘다는 것에 대한 낯선 감정까지 여러 생각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맡아왔던 업무들이 떠올랐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얼굴도 스쳤다. 그래서 마지막 근무일에는 업무 인수인계를 꼼꼼하게 하고 책상 위를 정리하며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사용했던 메모지와 자료들이 꽤 많이 나왔다. 상담 내용을 적어두었던 작은 메모들, 행사 준비를 하며 적어 놓았던 일정들, 사업 계획을 세우며 체크해 두었던 기록들까지. 그 종이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지난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이렇게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는 순간은 많지 않다. 육아휴직을 준비하며 책상을 정리하던 그 시간은 어쩌면 그동안의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퇴근 시간이 되어 사무실을 나설 때도 겉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늘 지나던 복도였고 늘 보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당분간 나는 직장인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시간 대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업무 일정표 대신 아이의 생활 리듬에 맞춰 하루가 흘러갈 것이다. 물론 육아가 결코 쉬운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인내가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육아휴직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시간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단체 대화방에 남긴 짧은 인사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었다. 잠시 멈추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다. 일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췄다가 다시 돌아오기 위한 시간. 일을 하며 달려온 시간도 소중했지만, 잠시 멈춰 서서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것도 삶의 중요한 경험일 것이다.

육아 휴직을 시작한 지금, 나는 조금 다른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예전보다 느린 시간일 수도 있고, 때로는 더 바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이 시간 역시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다.
#육아휴직 #워킹맘 #일과육아 #직장인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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