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에 독수리가 내려 앉고 있다
이경호
심지어 독수리는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공중 포식자를 조기에 감지하고, 상승 기류를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며 비행을 시작한다는 점이 최근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합강리 소나무 위에 나란히 앉은 독수리들의 모습은 이러한 생존 전략이 월동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내 산림 관리 현실은 이러한 생태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독수리의 잠자리가 될 수 있는 대형 교목이 제거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독수리는 인간 활동에 매우 민감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 보호를 위해서는 둥지 반경 약 1km 이내에서 벌목 등 산림 관리 활동을 제한이 필요하다고 한다. 잠자리 나무와 주변 숲의 안정성이 번식 성공과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잠자리가 사라지면 서식지 이용 패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세종 합강리에서 확인된 소나무가 독수리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잠자리인지 여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6개체가 동시에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월동기 공동 휴식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수리 식당' 등의 운영을 통해 독수리의 서식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성과들을 더 높이기 위해 숲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합강리에 월동하는 독수리 등의 철새들을 위해 이들이 이용하는 숲과 나무를 파악하고 보호하는 노력도 필요 한 상황이다. 특히 오래된 소나무 숲이나 대형 교목이 남아 있는 지역은 단순한 산림 자원이 아니라 조류 서식지라는 생태적 가치를 함께 지닌다. 숲을 바라보는 관점이 '목재 생산'이나 '단순 녹지 조성'에만 머문다면 독수리들이 앉을 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겨울마다 먼 초원에서 날아오는 독수리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다시 쉼터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숲을 관리하는 방식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 나무 위에 앉을 자리가 남을지 사라질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몽골 초원에서 날아온 귀한 손님들이 내년에도 합강리 소나무 위에서 평온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이제는 우리의 산림 관리 정책이 답해야 할 때다.
▲ 세종 소나무 위 독수리 6마리겨울 잠자리의 비밀 #birds 세종 합강리 인근에서 겨울을 보내던 독수리 6개체가 한 소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독수리는 겨울 동안 공동 잠자리(로스트)를 형성해 같은 나무나 숲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성숙한 소나무는 굵은 가지와 평평한 수관을 형성해 대형 조류가 앉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숲가꾸기와 벌목으로 이러한 큰 나무들이 줄어들고 있다. 월동 철새에게 잠자리 숲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다. 내년 겨울에도 이 나무에서 독수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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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독수리 6마리, 그들은 왜 소나무를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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