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의 글로벌 경제의 진로와 대응: 중동 리스크, 관세 불확실성, AI 산업 재편 앞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김영근편집/일러스트=OpenAI DALL·E
중동 리스크, 에너지 안보 흔들리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가스의 핵심수송로인 만큼, 실제 봉쇄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통항 차질 우려만으로 국제유가와 LNG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 악화가 곧바로 물가·무역수지·성장률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발 리스크는 단순히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LNG 시장이 불안해지면 발전 단가와 산업용 에너지 비용이 동반 상승하고, 이는 제조업 전반의 원가 압박으로 이어진다. 한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경쟁력이 중요한 경제에서는 에너지 가격 변동이 생산·물류·소비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준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실물 기반을 직접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봐야 하는 이유다.
관세 불확실성, 수출경제를 압박하다
에너지 충격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이미 통상 불확실성이 누적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관세율 인상 자체보다 기업의 투자와 수출 계획을 흔드는 불확실성의 확대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제조업 경쟁력에 성장 기반을 둔 한국은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등 핵심 업종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 채산성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위험은 개별 악재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 부담이 커지고, 관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수출 전망이 나빠지며, 환율 변동성이 겹치면 기업과 가계의 심리까지 위축된다. 에너지·수출·금융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복합 충격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AI 호황의 그늘, 산업격차와 공급망 불안
그럼에도 한국경제에는 분명한 버팀목이 있다. AI 확산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수요 증가는 한국 수출의 중요한 상방 요인이다. 그러나 AI 호황이 곧바로 경제 전반의 호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이 성장하는 동안 전통 제조업과 내수 기반 산업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 AI 수요 확대의 과실도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희소가스와 정밀소재의 공급 차질의 가능성 역시 경계해야 한다. AI는 한국경제의 구원투수일 수 있지만, 동시에 산업 간 격차를 더 벌리는 새로운 축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AI 호황 자체가 아니라, 그 성과를 경제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일본의 교훈은 무엇인가
일본의 대응에서 눈여겨볼 점은 중동 위기를 일시적 가격 충격이 아니라 '경제안보'의 문제로 다뤄왔다는 점이다. 일본은 에너지 수급 점검과 비축유 활용 검토, 민관 정보공유를 신속히 가동하는 한편, 원유·LNG 도입선을 넓히고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에도 꾸준히 힘써왔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동 각국과의 외교 채널을 열어두려는 균형 외교 역시 특징적이다. 위기 때 더 강한 국가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평소 더 오래 준비한 나라다.
한국의 과제, 다변화와 복합 대응
이 국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조달 구조를 장기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둘째,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수출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셋째, AI 반도체 등 경쟁 우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취약 업종의 전환비용을 줄이는 산업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넷째, 외교적으로는 특정 진영의 논리에만 기대기보다 다자 협력과 위기 완화 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군사 충돌은 언젠가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 산업 질서의 변화는 훨씬 긴 시간 동안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 2026년 봄의 복합위기는 글로벌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의 구조적 관리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위기를 사후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평시 제도화의 과제로 다루고, 도입선 다변화와 비축, 외교와 해운, 금융과 공급망 정책을 하나의 경제안보 전략으로 묶어내는 것 — 그것이 지금 한국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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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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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의 글로벌경제, 세 가지 변수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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