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할머니와의 기억. AI생성 이미지
오마이뉴스
10여 년 전, 주민센터에서 근무할 때 만난 지역 노인복지관 생활관리사를 하던 분이다. 업무를 하면서 만나게 되었지만 나보다도 연배도 높고 온화한 미소가 참 따뜻했던 분이다. 복지관 생활관리사(현재 명칭 : 생활지원사)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를 수행하는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다. 주로 지역 내 독거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민센터로 알려 협력 사업으로 일을 해결하곤 해서 자주 만나 어르신들의 생활 실태를 공유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한 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많은 사례를 겪었지만, 그분도 나도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신 그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 1인 독거 어르신이지만, 주민센터도, 복지관도 관리 대상 범위 안에 들지 않는 어르신이었다. 동네에서 괴짜 욕쟁이 할머니로 소문난 어르신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며 온 동네 쓰레기를 모두 집으로 모으고 계셨다. 악취와 비위생적인 관리 상태로 계속 주민센터로 신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 하루, 자그마한 키에 뒷짐을 지고 위태롭게 걸어 다니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 골목 저 골목 내놓은 쓰레기만 뒤지셨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들고 다시 위태로운 걸음을 집으로 향하기를 반복했다. 반나절을 지켜 보니 점심을 안 드시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반나절을 지켜보고 식사를 하지 않는 할머니가 계속 생각이 났다.
할머니 집 주변을 방문해 할머니의 사정을 들어봤다. 지금껏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찾아오는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주변에서 관심이라도 가지면 욕하고 소리를 지르신다고 했다. 이후 책임감으로 할머니를 지켜 보기 시작했고, 할머니와 아주 작은 소통이 시작될 무렵 할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할머니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경찰서에서도, 병원에서도, 주민센터 담당자를 찾았다. 그렇게 할머니의 담당자가 되었다.
교통사고 이후 할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위태로운 걸음마저도 이제 걸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 할머니의 세 끼를 누구도 챙겨줄 수 없어, 복지관 생활관리사와 주변의 도움으로 순번을 정해 들여다보기를 여러 달. 할 수 있는 방법을 전부 동원해 확인해도 할머니는 혼자였다. 할머니도 나도 이대로는 계속 버틸 수가 없다고 판단해 법원에 성년후견인 제도를 알아보고 절차를 진행했다.
잊을 수 없는 한 마디
할머니의 기억 저편에 있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어린 딸 얘기 듣기를 수십 번, 담당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할머니가 안전하기를 누구보다 바라게 됐다. 지금의 주거 상태로는 할머니가 안전할 수 없었다. 성년후견인이 선정되는 동안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다. 주민센터 차량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요양원으로 가던 날,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누구의 관심도 없이 홀로 반지하 주택에서 보낸 세월을 뒤로하고 할머니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1년 반 동안 살펴준 나와 생활관리사를 멍하니 바라보며 차량에 올랐다. 대소변이 힘들어 기저귀를 채우고 미리 세탁소에서 세탁을 해둔 할머니 고운 옷을 입히고 요양원으로 입소하던 날이었다. 이후 나는 다른 부서로 발령 받았고, 후임자에게서 변호사가 후견인으로 지정됐고 앞으로 할머니의 관리는 후견인이 하게 된다고 전달 받았다. 두 해가 지나 다시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지금도 내게 할머니가 딱 한 번 얘기해 준 "고마워"를 잊을 수 없다. 요양원으로 가기 위해 어렵게 할머니와 소통을 이어가던 중 동의서에 도장을 찍을 때였다. "동 직원, 고마워"라고 하셨다. 냄새나는 반지하방에서 나와 생활관리사는 할머니를 부여 안고 한참 울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날, 가슴 저미도록 보고 싶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소환한 따뜻한 오후였다.
"할머니, 보고 싶네요. 사랑 듬뿍 받는 행복한 집에 다시 태어나시기를 기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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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12월 17일 첫 출근, 25년 12월 17일 마지막 출근
35년간 직장생활을 마쳤다. 이제 나는 자유인이다. 지금은 듀얼라이프, 도시와 시골 반반살기, 지금까지 나를 앞으로 나를 기록하는 글쓰기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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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모으던 독거 노인이 '딱 한 번' 꺼낸 말,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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