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과의 교섭'이 갖는 의미

등록 2026.03.11 10:05수정 2026.03.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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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처우와 안전을 결정하는 '진짜 사장'과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지난 2013년 법원이 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47억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해고 노동자들에게 '벌금 폭탄'을 퍼부은 셈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시민이 모 언론사에 '노란 봉투'를 보냈다. 봉투 안에는 손수 쓴 편지와 소중하게 보관하던 4만 7000원이 들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노란봉투법' 운동.

이 노란봉투법 운동이 결국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약칭 '노조법') 제2조와 제3조의 개정을 이루어냈고 지난 3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함으로써, 우리나라 헌법 제33조에 나와 있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더욱 실질화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고용노동부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13%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경제협력기구에도 미치지 못하고 복지선진국이라고 일컫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이 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인 40%~60%에 한참 못 미치는 비율이다. 부문별 조직률은 민간 9.8%, 공공 71.7%, 공무원 66.4%, 교원 32.3%으로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 부문에서 대부분의 노동자가 노동 3권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노동자 300명 이상 사업장 35.1%, 노동자 100~299명 사업장 5.4%, 노동자 30~99명 사업장 1.3%, 노동자 30명 미만 사업장 0.1%로,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조직률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노동자가 적게 근무하는 사업장일수록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할 수 있는데, 그만큼 노동현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강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최근 통계자료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조사 단계에서부터 공식적 통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특히,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025년 10월 22일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2025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 명 늘었다. 2년 연속 증가하며,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비정규직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비정규직 증가세를 이끌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월 180만 8000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그만큼 경제적 불평등, 사회 양극화가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통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비공공부문인 민간부문에서 그것도 300명 미만의 노동자가 소속돼 있는 사업장에서 일할수록 그것도 비정규직이라면, 노동 3권을 누릴 확률이 그만큼 낮은 노동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상 권리는 이 나라 국민이면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현재보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더 높아야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 조직률 확대를 막고 있는, 원청과의 단체교섭 거부 문제, 1년 단위 근로계약서를 반복 작성하는 등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면서 확실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원청 대표 즉, '진짜 사장'과 단체교섭을 체결하는 것이다.

경영계와 경제지들은 '노란 봉투법' 시행 전부터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와 쟁의행위가 남발될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에 앞장서 왔다. 물론, 노동위원회에서 원청에 사용자 판단을 내리더라도 기업들이 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은 단지 노동조합만의 요구가 아니라, 원·하청 격차를 해소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진짜 사장이 나와야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기홍씨는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위원장 겸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입니다. 이 기사는 평택시사신문에도 실립니다.
#원청교섭 #노란봉투법 #노동3권보장 #비정규직노동자 #노동조합조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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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경기남부본부장,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평택안성오산지역협의회 의장,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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