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
이든하우스
"자본주의는 누군가가 돈을 빌리면서 성장합니다. 돈을 계속 빌리면서 돈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가 상승하고 자본주의도 성장하게 됩니다." (p. 53)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구조를 간결하게 설명한 문장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 성장을 생산이나 기술 발전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자본주의는 '신용'과 '부채'를 통해 팽창한다. 개인이 대출을 받고 기업이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면서 경제 활동이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자산 가격과 물가도 함께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이 구조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가끔 사람들에게 생각을 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을 줄이면 현재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p. 85)
처음 읽었을 때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이 '생각을 줄이라'니. 그러나 곱씹어 보면,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를 설명하는 말로 이해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본다. 집값은 계속 오른다거나,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들이다. 이런 생각이 많을수록 실제 시장의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터를 차분히 바라보고 현재의 흐름을 읽어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이렇게 정리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가 나타나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가 나타난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늘어나며,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감소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법한 단순한 공식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생애 첫 집을 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다. 결혼 이후 30년 넘게 살던 서울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옮긴 것은 남편의 은퇴와 아이들의 독립이라는 삶의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그때의 선택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을 정리하고, 가족 구조와 생활 패턴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공간을 선택하는 과정은 큰 결정을 요구했다. 나는 안정적인 주거와 생활 편안함을 우선으로 삼았다. 집은 투자 수단이라기보다 은퇴 이후에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반면, 작은딸 부부는 나와는 다른 현실적 판단을 한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그들은 시간 날 때마다 부동산 '임장'을 다닌다. 임장은 단순히 집을 보는 행위가 아니라, 투자와 미래 계획을 함께 고려하는 과정이다. 주변 단지와 교통, 개발 계획, 매매 및 전월세 거래량까지 직접 확인하며 선택의 폭을 좁힌다. 작은딸 세대는 집을 단순히 생활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와 시장의 흐름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자료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세대마다 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모두 삶의 선택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는 안정과 편안함을 기준으로, 작은딸 부부는 기회와 전략적 선택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읽을 가치를 준다. 나에게는 현재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고, 작은딸 부부에게는 앞으로의 선택을 준비하게 하는 통찰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추천하며, 작은딸 부부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집을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최소한 시장과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해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는 일이다. 집값 그래프를 맞히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삶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숫자와 데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무엇을 위해 집을 사고, 무엇을 위해 기다릴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조금 더 선명한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게 된다. 나 뿐 아니라 작은딸 부부에게도, 그리고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 모두에게, 이 책은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은이),
이든하우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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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나이 들어가는 삶의 감각과 가족. 부부의 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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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줄이라'는 시장 분석가, 그 말을 곱씹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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