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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건설에 연기금 활용해야... 그럼 '영끌'할 이유 없다"

[인터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록 2026.03.12 11:43수정 2026.03.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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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 정부에서 국민연금공단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공공주택 시장에 연기금 활용,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퇴직연금의 공적 연금화, 발달 장애와 치매 노인 신탁사업까지 파격적인 이슈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여론이 주목하는 네 가지를 중심으로 김성주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편에서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신을 피력했다.

"평생 대출 갚는 대신, 연금보험으로 내 집 마련한다면..."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제공

- 공공기관 최초로 재임했다. 취임과 함께 쏟아낸 사안마다 논쟁을 촉발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공주택 시장 참여를 언급했는데, 어떤 의도인가?

"매년 수많은 아파트를 공급하고,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겼다. 그럼에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적 수요와 금융, 투자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10년 이상 고민했다. 선진국 사례를 토대로 우리도 얼마든지 국민연금을 활용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도달했다. 물론 안정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다. 화두를 던졌으니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다가서길 기대한다."

-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강남의 수십억 넘는 주택은 정책이 관심을 가질 영역이 아니다. 국가는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책임이 있다. 부담 가능한 주택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에 연기금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주택시장 안정과 가격 억제,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다."

- LH공사가 맡으면 되지 않냐?


"LH는 주로 저소득층 주택을 공급해 왔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70~80% 주택은 시장에 맡겨져 있다.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내버려둘 것인지가 핵심이다. 연기금을 활용해 '부담 가능한 주택'에 대해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는데, 어떤 방식인가?


"싱가포르는 HDB(주택청)를 통해 90% 가까이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필요한 재원은 싱가포르 중앙 연기금에서 담당한다. 사회 초년생은 집값의 10~20%만 부담하고 내 집을 마련한다. 승계와 매매가 가능하며 주택 소유권도 있다. 자신이 납부한 연금보험료로 매월 집값을 갚는 방식이다. 우리는 은행대출금을 평생 갚다 죽음에 이르는 구조다. 싱가포르는 자신이 낸 연금보험으로 내 집을 마련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낸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가?"

- 연금 개시 시점에서 연금 수령액은 줄지 않나?

"연금보험료를 매월 납부하면 50살 정도에 이르러 전액 상환할 수 있다. 이후 납부한 연금보험료는 100% 연금으로 쌓인다. 은퇴 후 받는 연금이다. 수급액은 다소 줄지만 주거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니 문제없다. SH공사와 GH공사에서 '지분적립형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이다."

- 현실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공공주택 건설에 연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입법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6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지, 아니면 주택 마련에 활용할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2019년 싱가포르 HDB에서 브리핑을 받고 놀랐다. 그들은 '모든 국민에게 합리적인 주택 공급을 사명으로 한다'고 했다. 모든 국민(all people)이라는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부분적,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당장 가능한 현실적 모델은 유럽 '소셜 하우징' 방식이다. 공공 임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소셜 하우징은 중산층, 저소득층 가리지 않는다. 소셜 믹스 차원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같은 단지에 거주한다. 우리는 소득에 따라 평형을 나눠 아파트를 짓지만 유럽은 통합형 '소셜 믹스(Social Mix)'를 추구한다."

- 네덜란드는 소셜 하우징이 보편적이다. 여기에 연기금을 활용했나?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낮다. 전체 주택의 40%를 소셜 하우징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셜 하우징 건설에 필요한 재원의 70%를 연기금으로 투자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연금 가입자들에게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적정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노후 보장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도 6~8% 정도 안정적 수익을 올린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교사, 군인, 경찰관, 공무원 노조 연기금을 통합한 ABP(네덜란드 공적연금, Algemeen Burgerlijk Pensioenfonds)를 만들어 운영한다. 안정적 수익만 보장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과거에는 연기금을 오피스 빌딩과 상업용에만 투자했다. 최근 연기금은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수익률은 좋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 폭이 크다. 주거용 부동산은 안정적이다. 국민연금도 뉴욕 아파트와 호주 대학 기숙사에 투자했다."

- 공공주택 시장에 진출한다면 어떤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국민연금공단은 해외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도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국내 공공주택에는 투자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주택은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 80%에 달하는 수도권 30평형대 아파트 시장만으로도 수익성은 충분하다. 청년과 중산층 시장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면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영끌'할 이유가 없다."

"발달장애·치매 신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제공

-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주제를 옮겨보자.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어떤가.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탁자 책임 원칙이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세세한 지침과 기준이 있다. 그것에 따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정착됐는데 진전 속도는 느리다. 취임 인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 2'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유도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2018년 도입 당시 연금 사회주의,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 경영을 간섭한다'는 반발이 많았다. 이제는 정당한 주주권과 의결권 행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선진국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하게 행사한다. 유럽 연기금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담론이 형성돼 있다. 우리 기업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지배구조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극복해야 자본시장이 선진화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후진적 지배구조 탓이 크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원인 또한 주주 보호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국 증시가 매력적으로 변했다."

- 발달장애 신탁과 노인 치매 신탁은 참신하다. 어떤 방식인가?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를 오랫동안 만나왔다. 그분들 소망은 자기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다. 가슴 아픈 소망이다. 개인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 줘야 한다. 발달장애 신탁은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관리하면서 장애 아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비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 신탁 또한 자력으로 생활이 어려운 치매 노인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면서 돌보는 사업이다."

- 건강보험공단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후 자금을 신탁 관리한 경험이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게 맞다. 발달장애 신탁은 올해부터 본사업에 들어간다. 치매 신탁은 올해부터 시범 사업이다. 치매 신탁의 경우 민간 금융기관에서 운용 중인데 고소득층에 한정돼 있다. 재산 규모 5~10억 원, 연간 수수료 1000만 원 이상이다. 치매 신탁은 돈벌이가 아닌 공공목적 사업이다. 국민연금은 일반 국민이 대상이다. 노후뿐만 아니라 사후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 발달장애 신탁과 치매 신탁을 확대할 방법은 있나?

"일정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언제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 적정 수수료를 받는다면 수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시범 사업 단계에서 회계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 기간제 계약직 20~ 30명을 채용했다. 향후 대상자를 확대하려면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복지는 저소득층, 기초수급자, 장애인, 빈곤 노인, 한 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했다. 이제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 퇴직연금을 제2 연금으로 만들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밀접하다. 국민연금으로 보장받는 연금은 평균 100~150만 원이다. 반면 노후 필요한 생활비는 150~250만 원이다. 그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하면 좋은데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고 보험료율을 20% 정도 올려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주목한 게 퇴직연금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일시불에 가깝다. 자식들 결혼 자금으로 내주고, 자영업하다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진짜 퇴직연금이 절실한 이유다."

-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지금은 개인이 보험사, 은행과 계약한다. 원리금 보장형이라서 수익률은 2~ 3%에 그친다. 리스크를 피하면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은 기금화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면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 동안 평균 수익률은 10%대다. 퇴직연금에서 50~100만 원이 추가되면 유럽처럼 안정된 노후 소득 보장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으로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퇴직연금을 제2 노후 소득 보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적 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 이사장 필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제공

- 민간 금융기관의 반발이 상당하다. 어떻게 공존할 수 있나?

"퇴직연금을 단일 기금화한 뒤 공적 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모두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법을 만들고 조직을 갖추고 인력을 채용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조직과 투자 운영 경험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길을 열어 주면 좋은 모델을 만들겠다.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다. 신규 자금에 대해 시범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마저도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민간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없다. 길을 열어 주고,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된다. 국민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우리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임병식씨는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입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발달장애신탁 #치매신탁 #스튜어드십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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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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