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로보택시, 노동의 자동화란?

보이지 않는 곳에 인간의 노동이 있다

등록 2026.03.12 16:00수정 2026.03.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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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자동화라는 주제에 관심 있으신가요? 여기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 편의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로보택시인데요, 두 이야기가 비슷한 듯 다릅니다.

1. 일본 편의점의 '자동화', 그리고 로봇 뒤의 사람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의 편의점 업계는 몇 년 전부터 로봇 도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패밀리마트(FamilyMart)와 로손(Lawson)은 2022년부터 텔렉시스턴스(Telexistence)라는 업체가 개발한 로봇 300여 매장에 도입했습니다. 이 로봇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진열하는 작업을 수행하며,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세븐일레븐 재팬(Seven-Eleven Japan) 역시 텔렉시스턴스와 협력해 생성형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복잡한 과업까지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29년 매장 도입이 예정돼 있습니다.

편의점 기업들은 로봇 도입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며,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하죠. 하지만 기업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사실도 있습니다. 로봇은 아직 완벽하지 않고, 그래서 오작동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현재 일본 패밀리마트 등에 도입된 로봇의 경우,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없는 매장에서 로봇이 음료를 운반하다 떨어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런데 이 문제를 수습하는 주체는 일본 현장 직원이 아닙니다. 필리핀의 스타트업 '아스트로 로보틱스(Astro Robotics)'에서 일하는 원격 조종 노동자들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VR 헤드셋을 착용한 필리핀의 젊은 IT 노동자들이 24시간 일본 편의점 로봇을 모니터링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들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해 상황을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로봇이 떨어뜨린 음료를 다시 집게 합니다.


즉 일본 편의점 업계는 매장을 '완전히 자동화'한 것이 아니라, 자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노동을 해외로 이전한 셈입니다. 새로운 일자리는 일본이 아니라 필리핀에 생겨났고, 그 일자리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이 낮습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필리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고학력자라는 점은 이 자동화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더욱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란?
기업이 생산, 제조, 서비스 등 특정 업무나 프로세스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의 저비용 국가로 이전하는 것

2. 로보택시 뒤에도 필리핀 노동자가?!

지난달 미국 의회 상원에서 열린 상업·과학·교통위원회 청문회. 이 자리에서 구글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에 관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란?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웨이모 최고안전책임자(CSO) 모리시오 페냐(Dr. Mauricio E. Peña) 박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보였어요.

페냐 박사는 로보택시가 특수한 상황에서는 미국 및 해외에 위치한 즉시대응팀(fleet response agent)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량의 센서와 소프트웨어, 사전학습된 모델로 현실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할 때 인간이 개입해서 정보를 제공한다는 거죠. 페냐 박사는 처음에는 "미국 및 해외"라고만 하다가, 의원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해외"는 필리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로보택시 도입으로 미국 택시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필리핀에 일자리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일본 편의점 사례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어요. 웨이모 측에 따르면 필리핀 즉시대응팀의 노동자들이 직접 차를 원격조종하지는 않습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밟지도 않습니다. 대신 인간 노동자는 AI가 판단을 못할 때 지도에 새로운 경로를 그려주거나, '지금 이러이러한 조작이 안전하다'고 알려줍니다.

그동안 웨이모가 즉시대응팀의 존재를 비밀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2024년 5월 자체 블로그 포스트에서 즉시대응팀의 존재를 밝힌 적이 있어요. 하지만 웨이모가 이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린 건 아닙니다. 테크 기업들은 기술을 '완전한 자동화'로 홍보하기를 선호하거든요. 대중의 관심을 받고 투자금을 모으려면 그게 유리하니까요.

업계 선두주자를 자처하는 웨이모는 현재 미국의 6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 중이고, 매주 5만 회의 "완전 자율주행" 운행을 한다고 홍보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웨이모 택시 운행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AI는 다양하고 복잡한 대도시의 맥락에 약합니다. 검은 비닐봉지가 날아다니는데 로보택시는 그것을 돌멩이로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관이 손짓을 하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이럴 때 마닐라나 세부에 위치한 인간 노동자가 그 차의 경로에 대한 판단을 한다면, 인간의 판단도 주행 시스템의 일부가 됩니다.

로보택시가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이 운행될수록 특수한 상황도 많이 발생할 것이고, 인간의 지원도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그렇다면 자율주행의 '자율'이란 인간의 부재가 아니라 인간 노동력이 활용되는 방식과 장소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나가며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주화와 오프쇼어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인간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AI 경제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입니다.
덧붙이는 글 33레터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했습니다.
#자동화 #로봇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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