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왼쪽부터)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마이뉴스>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포함해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의 설명을 종합한 결과, 그동안 대구시장 출마에 '거절' 입장을 내비치던 김 전 총리가 최근 들어서는 고심을 거듭하는 등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차출론과 맞물려 김 전 총리가 출마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월 사석에서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총리에게 출마를 요청했으나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구 지역 한 민주당 인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전 총리가 한두 달 전과 비교해 고민을 깊게 하는 것 같다"라며 "출마에 무게 중심을 두고 고민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측 한 인사도 "(김 전 총리가 출마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라며 "상황을 좀 지켜보면서 다각적으로 의견들을 청취하고 있다.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러 다니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한 여권 인사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총리를 만났다는 영남권 출신 의원은 "김 전 총리에게 '대구에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고 말하니 김 전 총리가 '(득표율 38~39% 정도가) 대구의 최대치구나', '대구 표 필요하면 다시 연락할게' 이러더라"라고 전했다. 정국 상황과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단호한 거절에서 고민으로 입장이 변화한 배경엔 지난 1월 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한 김 전 총리가 여러 인사들로부터 받은 출마 요청이 있다. 또 당내에선 김 전 총리에게 대구시장 출마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오기도 했다. 대구시당 지역위원장 12명은 지난해 가을 김 전 총리의 출마를 요청한 바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김 전 총리에게 접촉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대구·경북 행정통합 여부가 김 전 총리 출마 결심의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이 많다. 당내에선 통합이 되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 경험이 있는 김 전 총리가 통합단체장으로서 거대한 행정 체제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대구·경북 통합법이 통과되면 김 전 총리 이외엔 사실 나올 사람이 없다"라며 "국민의힘 아성에 대적할 만한 후보를 내야 하니 결국 김부겸을 (통합특별시장으로)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행정통합이 되지 않고 대구시장 선거를 따로 치러야 김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생긴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핵심 인사는 "대구시장 선거를 따로 치르게 되면 김 전 총리에게 대구시장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정치적 우려 때문에 국민의힘이 행정통합을 하자는 것 아니겠나"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야가 12일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본회의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가능성 자체는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김 전 총리 측 인사는 "선거 공학적으로야 통합과 통합이 아닌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김 전 총리가 출사표를 내고 안 내는 데 있어 행정통합이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라며 "예정된 이슈이기 때문에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방의원(시·구의원)이나 기초단체장(구청장) 선거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김 전 총리가 험지 출마를 결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승리가 쉽진 않지만 김 전 총리가 나설 경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정 운영 지지율에 힘입어 광역단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광역 및 기초의회 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출신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광역단체장이 제대로 서 있어야 시·구의원 등 밑에까지 선거를 할 수가 있다"라며 "어려운 곳에서 악전고투하는 후배들을 위해 김 전 총리에게 마지막으로 희생해 달라고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삼고초려 할까... "당에서 출마 명분 만들어 줘야"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원장이 지난 2025년 5월 30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정훈
대구 출신인 김 전 총리는 예전부터 민주당 대구시장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한 김 전 총리는 2012년 총선에서 군포를 떠나 처음으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면서 대구의 지역주의 장벽에 도전했다. 첫 도전에서 실패한 이후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도 나섰지만 역시 낙선했다. 하지만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득표율 62.3%로 김문수 당시 새누리당 후보(37.7%)를 누르고 당선했다.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당선한 것은 31년 만이었다.
김 전 총리는 2022년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정치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2025년 대선에선 이재명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에서 김 전 총리는 사실상 민주당의 유일한 승리 카드로 거론되는 만큼 정청래 대표가 출마 요청을 위한 '삼고초려'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영하·윤재옥·주호영·최은석·추경호 의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홍석준 전 의원 등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이철우 현 지사, 임이자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경북지사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에서 솔직히 TK에 관심이 크지 않으니 김 전 총리가 손들고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청래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굳이 김 전 총리까지 안 부르고 싶다고 하면 김 전 총리도 못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 입장에선 당이 TK에서 후배들을 육성하는 데 너무 신경을 안 쓴다는 서운함도 있다"라며 "당대표가 '앞으로 TK 정치에 신경을 쓰겠다', '염치없지만 김 전 총리가 한 번만 더 나서주시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김 전 총리가 마지막으로 열심히 싸워볼 수 있도록 당이 명분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인사는 "김 전 총리가 등판해 주시면 고맙지만 민망한 측면도 없지 않다. 김 전 총리의 뜻도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호명하고 호출하는 모습이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도 "김 전 총리가 가장 바람직하고 또 가장 선호하는 카드인 건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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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출마 '거절'에서 '고심'으로, 김부겸 결단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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