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9일 호주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에서 호주 동포응원단이 조선 여자축구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정일영
첫 번째 응원전은 3월 8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메인이벤트, A조에서 각각 2승씩을 거둔 한국과 호주의 조 1위 결정전이었다. 호주에서 여자 축구는 인기 스포츠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호주전에는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해 경기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홈팀의 열광적인 응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약 천명의 호주 동포응원단과 한국에서 온 남북응원단이 목청껏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호주 관중들로 둘러싸였지만, 응원 열기만은 홈팀 부럽지 않았다. 우리의 간절한 응원이 전달된 것일까, 치열한 경기는 한국과 호주의 3 대 3 무승부 끝났다.
특히 후반 11분에 터진 강채림(몬트리올 로즈) 선수의 극적인 역전골은 남북응원단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FIFA 여자 랭킹 15위 호주를 물리친 한국(21위)은 A조 선두로 8강에 진출하며 우즈벡(49위)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호주는 조 2위로 밀려난 결과 8강에서 북한(9위)을 만나게 됐다.
만약 한국 선수들이 호주에 패했다면 결과적으로 남북대결이 성사될 뻔했다. 필자 또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것이 스포츠라 하더라도 남북이 싸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다행히 한국이 호주를 이기고 조 1위를 차지하며 마음 편히 4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다음 경기는 3월 9일 웨스턴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조선(북한)-중국 경기였다. 이 경기 또한 한국-호주전만큼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16년 만에 아시안컵에 복귀한 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언론과 축구팬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먼 이국땅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마음아팠기 때문이다.
한국-호주전과 같이 조선-중국전에서도 남북응원단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응원단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 경기가 어쩌면 남북관계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간절함을 응원에 담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둥~ 둥~ 둥~' 우리의 심장이 뛰듯 응원단의 북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일당백이라 것이 이런 것일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이날 응원전은 우리의 승리였다. 호주 동포응원단과 남북응원단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코리아 이겨라', '조선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를 목청껏 외쳤다.
아쉽게도 조선-중국전은 중국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북한 선수들의 축 늘어진 어깨가 응원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북한 선수단이 우리 응원단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경기장이 떠나갈 듯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북한 김경영 선수가 선취골을 넣었을 때보다, 중국 선수가 역전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 큰 함성이 쏟아졌다. 감동과 울분이 뒤섞인 함성이었다. 그렇게 우리 응원단의 간절한 마음이,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졌으리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납시다

▲ 지난 3월 8일 호주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에서 호주 동포응원단과 남북응원단이 함께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인호
남북응원단은 호주 아시안컵 여자 축구대회 응원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멈춰 서 좌절하지 않고 민간의 힘으로, 해외동포와 함께 마음을 모아 응원하며 우리 스스로 다시 하나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올해 9월에 개최되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9.19~10.4)에서 더 큰 감동을 준비해 보자. 여전히 남북관계에 대한 비관론이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다시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명, 두 명, 그렇게 다시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그 마음들을 모아 다시 한번 목청껏 '코리아'를 외쳐 보자.

▲ 3월 9일 호주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조선-중국전 경기가 시작되고 있다
정일영

▲ 3월 9일 호주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에서 조선 선수들이 응원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정일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공유하기
남북 응원단 향해 감사 인사한 북한 선수들... 꼭 다시 만납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