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3.15 14:28수정 2026.03.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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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동생이 집에 왔다. 아이에게는 베스트프렌드인 이모다. 미혼인 동생은 집에 오면 늘 먹고 싶은 것을 먼저 이야기한다. 동생네 집엔 1인 가구답지 않게 최신형 냉장고가 있지만, 음료수 보관대 겸 장식품으로 쓴다. 아침은 음료로 때우고,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약속이나 회식으로 해결하는 날이 허다하다. 몸이 상할까 싶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 주곤 한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인데도, 줄어들지 않는다. 과연 다 먹기는 할지 의심스럽다.
전체 가구의 35%를 넘어선 1인 가구.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식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냉동 간편식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영양 성분까지 계산되어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꽤나 완벽한 식사가 완성된다. 분명 편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한 끼 식사마다 쌓여 가는 일회용 용기들, 과연 맛은 있을지, 몸에는 괜찮은지 의문이다. 바쁜 시대라지만 식사 한 끼를 준비하는 시간이 사라지는 사회가 건강한 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생의견은 정반대다. 나는 음식 만들기와 먹는 것을 좋아해 혼자 있을 때도 잘 챙겨 먹지만, 자매인 동생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계란 프라이도 겨우 하는 '요린이'이기 때문이다.

▲ 크림스파게티 와 크림떡볶이
김선아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아이는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동생을 찾았다. 둘은 같은 방에서 꽁냥꽁냥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 목소리로 외쳤다.
"크림스파게티 해줘!"
냉동실에는 얼려 둔 파스타 면도 있고 햄과 브로콜리도 있었다. 나는 얼른 마트에 다녀와 생크림만 사 왔다. 재료를 꺼내려고 보니 한쪽에는 설에 남은 가래떡도 보였다.
"크림 떡볶이도 해 줄까?"
이모는 떡은 살찐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아이는 너무 좋다며 환호했다. 살이 걱정인 이모에게는 가래떡 대신 스파게티 면으로,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떡으로 요리를 하기로 했다. 가래떡은 떡국 떡처럼 썰지 않고 길게 세로로 잘라 떡볶이 떡처럼 만들었다.

▲ 크림스파게티 와 크림떡볶이를 위한 재료들
김선아
요리하는 동안 이모는 소파에 누워 있었고, 아이는 그 옆에서 붙어 쉼 없이 수다를 떨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봤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언니 오빠, 앞집 옆집을 들락거렸다.
아파트 단지로 바뀌며 앞동 뒷동 윗집 아랫집이 됐을 뿐, 핸드폰도 없이 서너 시간씩 옆단지 동네를 다녀와도 별일 없이 잘 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부모와 함께 다녀야 하고, 조금 크면 핸드폰 없이 아이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불안한 시대가 됐다.
이제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아이를 돌봐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동생이 와서 아이와 놀아주는 덕분에 나는 뜻밖의 자유 시간을 얻었다. 이번 주말은 아무래도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아이 역시 부모 이외의 어른을 가까이하며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기니, 이래저래 좋은 일이다.

▲ 크림스파게티
김선아
그렇게 둘이서 깔깔 웃으며 이야기 하는 동안, 나는 부엌에서 요리를 완성했다. 크림 스파게티와 크림 떡볶이, 두 접시를 나란히 내놓고 보니, 문득 나와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재료에서 나왔지만 다른 음식. 같은 부모님에게 태어났지만, 요리를 너무 사랑하는 나와 계란프라이도 버거워하는 그녀다.
그런 생각도 잠시, 둘은 눈 깜짝할 새에 그릇을 비우더니 후식까지 요청했다. 이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는 콜라 한 잔을 부탁했다. 나는 과일과 함께 음료를 내주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소소하고 행복한 주말이 지나갔다.

▲ 가래떡을 이용한 크림떡볶이
김선아
[크림스파게티, 크림떡볶이]
▶ 재료
스파게티면, 가래떡, 햄, 브로콜리, 양파, 마늘, 우유, 생크림, 치즈, 버터, 밀가루, 소금, 후추
▶ 만드는 법
① 버터를 넣은 뒤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볶는다. 농도를 잡기 위해 밀가루를 조금 넣어 함께 볶는다.
② 햄과 브로콜리를 볶은 뒤 우유와 생크림을 1:1 비율로 넣고 치즈를 넣어 풍미를 높인다.
③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④ 준비한 소스를 반으로 나누어 따로 덜어 둔다.
⑤ 각각의 팬에 미리 삶아 둔 파스타 면과 가래떡을 넣어 소스와 섞은 뒤 접시에 담고 통후추를 갈아 뿌린다.
* 가래떡은 미리 물에 살짝 삶아 두면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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