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3.15 15:28수정 2026.03.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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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무엇이 좋은 삶인지 안다고 말합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화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쉬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도 압니다. 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돈보다 건강이 먼저라는 것도, 불안에 끌려다니지 않는 삶이 더 낫다는 것도 대체로 알고 있습니다. 명상을 배우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런 여러 지식을 익히는 일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삶은 좀처럼 아는 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좋은 말을 듣고도 늘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가고, 결심해도 며칠 못 가고, 옳다고 생각한 방향을 알면서도 자꾸 다른 길로 흘러갈까요.
가만히 보면 문제는 이해 부족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해가 아니라 실행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삶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좋은 설명 한 번이 아니라, 그것을 끊어지지 않게 이어 가는 힘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길만 정확히 알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삶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 될 것 같고, 방법만 익히면 금방 달라질 것처럼 여깁니다. 그래서 삶에서 바뀌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우리는 끊임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를 뒤지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길을 아는 것과 끝까지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봅시다. 일찍 자고, 몸을 돌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부터 방해가 생깁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몰리고, 가족이 손을 내밀고, 돈 문제가 생기고, 관계의 갈등이 끼어듭니다. 내 안에서는 귀찮음과 미루는 습관이 올라오고, 바깥에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이 밀려옵니다. 그렇게 마음먹은 일은 자꾸 뒤로 밀립니다.
삶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을 막는 것은 대개 우리가 뭘 바꿔야 하는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진짜 지혜는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단순히 아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그 길을 계속 가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삶을 바꾸는 일은 새로운 정보를 하나 더 얻는 일보다, 나를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바로 그 힘은 곧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 지혜는 선명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공부나 수행뿐 아니라 일상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더 좋은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기 전에 내가 어디에서 자꾸 실패하는지, 어떤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변화는 '이해했다'는 느낌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습관은 지식보다 강합니다. 머리로는 새 길을 택했다고 생각하지만, 몸과 감정과 일상은 늘 익숙한 방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삶을 바꾸는 일은 결국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일입니다.
성공을 서두르거나 왜 나에게만 장애가 많은지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간의 목표이든 수행의 성취이든, 어려움이나 장애가 없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그런 날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리고 그 목표가 위대할수록, 더 큰 방해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얼마 전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께서 새 책을 내셨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덕조스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은사인 법정스님의 가르침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자기 질서"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크고 화려한 결심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로 세우고 반복해서 지켜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삶은 아는 대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복하는 쪽으로는 반드시 바뀝니다. 삶을 바꾸는 힘은 머리보다 일상에, 설명보다 반복에, 결심보다 지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하루에는 어떤 반복이 쌓이고 있을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선명상 학생들과 길상사에서 사람들은 흔히 길만 정확히 알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삶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 될 것 같고, 방법만 익히면 금방 달라질 것처럼 여깁니다. 그래서 삶에서 바뀌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우리는 끊임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를 뒤지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길을 아는 것과 끝까지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현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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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님을 은사로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현재 서울 종로 보화선원에서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도하고 있다. 국내 저서『미국스님 한국표류기』(모과나무, 2026)『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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