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앞, 각자의 염원을 담아 올리는 낮은 기도. 산방덕의 눈물과 여행자의 간절함이 동굴의 정적 속에 쌓여간다.
전갑남
마침내 도착한 산방굴사. 거대한 천연동굴 안은 서늘하면서도 아늑한 기운이 감돌았다. 동굴 안에는 인자한 미소의 부처님이 고요히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계셨다. 특이하게도 동굴 안에는 커다란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부처님을 보호하기 위함이란다. 이 파라솔은 역설적으로 이곳에 끊임없이 '산의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침묵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동굴 안쪽으로는 여행객들이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여신 산방덕이 인간 세상의 탐욕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 고여 샘을 이루듯, 그들의 낮은 기도 소리 또한 동굴의 정적 속에서 묵직한 울림이 되어 쌓여가고 있었다.
그 맑은 눈물 한 모금은 어떤 맛일까? 일상에서 지녔던 번뇌와 땀 흘리며 올랐던 돌계단의 노고가 이 차가운 물줄기 속에 씻겨 내려가리라. 산방덕의 눈물은 슬픔의 기록이었으나, 기도를 올리는 이들에게는 세상의 풍파를 견뎌낼 위로의 성수가 되어 흐르는 듯했다.
막힌 길에서 찾은 뜻밖의 선물
산방굴사를 내려오는 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산방산의 기이하고 육중한 겉모습 안에 이토록 애틋하고 맑은 눈물이 머물고 있을 줄이야. 만약 오늘 용머리해안의 길이 열려 있었다면, 나는 이 고요한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막힌 길이 우리를 전혀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제주의 산방산이 가르쳐 주었다.
다시 마주한 수평선! 아까보다 훨씬 더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멜이 꿈꾸던 고향의 바다도, 산방덕이 바라보던 세상도 결국 저 푸른 물결 속에 하나로 녹아 있을 것이다. 멀리 용머리해안의 등줄기는 파도 사이로 여전히 늠름했다.
가지 못한 길은 미련이 아닌, 다음에 찾아올 설렘의 이정표로 남겨둔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노란 꽃물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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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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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 출입 통제로 만날 수 있었던 산방산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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