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미국은 종종 한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동맹은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협력 위에서 이루어진다. 동맹이라는 이름이 특정 국가의 전략을 다른 국가들에게 강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군함 파견 요구는 동맹의 본래 의미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군사 전략에 동맹국들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각자 다른 역사적 경험과 안보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안보 상황은 중동 국가들과도, 미국과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에 자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동맹의 본질과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러한 요구는 더욱 문제적이다. 그는 외교 정책을 종종 국내 정치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강경한 대외 정책을 통해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 속에서 군사적 긴장이 확대된다면, 그 피해는 동맹국들과 중동 지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동맹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신뢰는 일방적인 군사 동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맹이 진정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주권과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동맹의 의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오히려 동맹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서로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 군함이 아니라 외교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군함이 아니라 외교다. 군사력의 증강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더 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국제 사회는 이미 수많은 전쟁을 통해 이 사실을 배워왔다.
외교는 느리고 복잡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제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군사적 압박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당사자들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해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러 국제 평화 활동에 참여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군사적 긴장을 확대하는 국가가 아니라 평화를 촉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는 전쟁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반도 전쟁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지금도 그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가 또 다른 전쟁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행동에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군함을 보내 전쟁의 그림자를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외교와 대화를 통해 평화를 지향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외교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나라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쟁의 편에 서기보다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 한국은 갈등을 확대하는 국가가 아니라 갈등을 완화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국은 중동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는 요구는 한국의 길이 아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외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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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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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 거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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