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애국" 눈물 흘린 칠순 교포, 한복 입고 멜버른 거리 누비다

[현장] 1987년 이후 37년 만에 뭄바축제 퍼레이드 참가한 한인들의 감동

등록 2026.03.16 11:22수정 2026.03.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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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격려해 주는 다문화 현장. 매년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끄는 브라질팀과 기념 촬영. 주상 복장을 한 박응식 전 한인회장, 분홍빛 당옷으로 눈길을 끈 윤강이 한인회 부회장 그리고 격려차 직접 참석한 오진관 주멜버른 총영사
▲서로 격려해 주는 다문화 현장. 매년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끄는 브라질팀과 기념 촬영. 주상 복장을 한 박응식 전 한인회장, 분홍빛 당옷으로 눈길을 끈 윤강이 한인회 부회장 그리고 격려차 직접 참석한 오진관 주멜버른 총영사 김스텔라
지구 최남단 호주 멜버른에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보낸 여름이 조금씩 수그러질 즈음인 3월이면 커다란 축제가 열린다.

바로 '뭄바(Moomba) 축제'다. 원주민어 뭄바는 'Let's get together and have fun', 즉 함께 모여 즐기자는 의미를 지니며, 무려 7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경이 닫히고 모든 시민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5킬로미터 이상 나갈 수 없었던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빠짐없이 축제가 이어졌다.

멜버른 도심을 관통하는 야라 강(Yarra River)을 따라 크고 작은 무대와 놀이기구가 설치되고, 길거리 음식이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축제는 닷새 동안 계속되며, 자신이 만든 무중력 글라이더로 야라 강 위를 날아보는 전통 게임을 비롯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준급 공연이 이어진다.

그리고 축제의 백미는 마지막 날 퍼레이드다. 뭄바 축제의 마지막 날은 노동절(Labour Day) 공휴일로, 날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3월 둘째 월요일에 지켜진다. 올해 축제는 3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렸으며, 특별히 '호주 한복 문화협회'(Hanbok Culture Australia Inc. 회장 이선영)가 한복 퍼레이드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인들의 뭄바 퍼레이드 역사

관중들을 향한 팬서비스. 코리아를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돌아서서 부채춤의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는 팬서비스까지 완벽한 팀원들.
▲관중들을 향한 팬서비스. 코리아를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돌아서서 부채춤의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는 팬서비스까지 완벽한 팀원들. 김스텔라
한인들의 뭄바 축제 퍼레이드 참여는 198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올림픽 홍보를 겸해 호돌이 탈을 선두로 사물놀이 팀과 꼬마 신랑·신부 행진이 진행됐다. 당시 코리아는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나라가 아니어서, 호주인들은 자그마한 당나귀에 올라 탄 꼬마 신랑과 손수 만든 꽃가마에 앉은 신부를 보며 "저 가마를 들고 가는 사람들은 힘들겠네"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무비 등 'K'만 붙이면 관심을 끄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뭄바 퍼레이드에 'K팀'이 빠진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호주 한복 문화협회 이선영 회장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임 한인회가 이번 뭄바 참여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뭄바 축제 준비위원회에 접촉해 퍼레이드 참여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데만 5개월 이상 걸렸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행사여서 놀랐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직접 한복을 만들고, 매주 주말마다 한인회관과 퍼레이드를 진행할 야외 장소에서 부채춤까지 연습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른아홉 명의 봉사자는 황금 같은 주말 휴식을 반납하며 연습을 이어갔다.

더운 날도, 비가 부슬부슬내리는 날에도 정해진 동선을 직접 체험 해보며 연습했다. 연습이 끝난 날이면 그룹 채팅 방에서 서로위로를 하고 안부를 챙기며 이들은 서서히 팀이 되어 갔다. 목표는 단 하나, 코리아를, 한복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여기 모범적인 소수민족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퍼레이드 당일의 감동

이것이 케이 패션. 한복 주상 전하, 대비마마를 선두로 행진이 시작됐다
▲이것이 케이 패션. 한복 주상 전하, 대비마마를 선두로 행진이 시작됐다 김스텔라
부채와 한복의 조화. 행진만 한 것이 아니라 부채춤까지 선보였다.
▲부채와 한복의 조화. 행진만 한 것이 아니라 부채춤까지 선보였다. 김스텔라
결과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3월 9일, 갑자기 오른 기온과 쨍쨍한 햇볕에도 불구하고, 36명의 행진 팀과 촬영으로 참여한 세 명의 봉사자는 약 20분간의 행진을 완벽하게 해냈다. 길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군중 속 한국인들은 호주인들에게 한복을 설명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케이 응원과 "코리아 화이팅!" 소리가 행진 팀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게 바로 애국이지, 이게 바로 멋진 외교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또 이제는 코리아라고 하면 모두가 알아주는 시대가 되어 내 조국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이민 50년을 바라보는 70대 윤강이 한인회 부회장은 부채춤을 추며 행진했음에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격려차 현장을 방문한 오진관 주 멜버른 총영사 역시, 한인 팀이 자긍심으로 보여준 멋진 모습을 치하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35개 국가 1450명이 참가했으며, 관중 참여도 역시 역대급이었다. 호주 공영 방송들은 퍼레이드 전체를 앞다퉈 보도했고, 저녁 메인 뉴스에서는 한국 팀 장면이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퍼레이드로 2026 뭄바 축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연장선상에서 열린 '헬로 멜버른 뮤직 페스티벌'(Hello Melbourne Music Festival)에는 엔하이픈과 태민의 출연이 알려지며, 멜버른 상공에 케이팝이라는 비행운을 남겼다. 케이팝 공연은 3월 14일 멜버른 컵 경마대회로 유명한 플레밍턴 레이스코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조국의 발전이 해외 동포들의 원동력이 되고, 해외 동포들의 애국심이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 멜버른 축제 현장이었다.

하늘이 알려주는 케이팝 공연. 케이팝 공연을 앞두고 멜버른 상공에 나타난 비행운.
▲하늘이 알려주는 케이팝 공연. 케이팝 공연을 앞두고 멜버른 상공에 나타난 비행운. 김스텔라


#뭄바페스티벌 #호주멜버른 #케이문화 #다문화 #한복알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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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7 년차. 이제 공식적으로 은퇴 나이이지만 아직도 현장을 뛸 때 최고의 기분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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