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황윤석도서관 내부 목조 건축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종묘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황윤석도서관 내부
임병식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곳이라면 일부러 찾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목구조 천장 아래 공간은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풍경도 사뭇 달랐다. 어떤 자리는 아늑했고 어떤 자리는 탁 트인 조망이 압권이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머물고 싶었다. 도서관이 책을 보관하는 건물을 넘어 경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한 현장이다.
황윤석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종묘를 닮은 매끈한 외관에 힘입어 입소문을 탔다. 외지인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에도 변화가 왔다. 여기에 행정의 연장선상에서 도서관을 개관했다는 스토리텔링도 더해진다. 전임 군수가 시작한 사업을 후임 군수가 마무리했다. 전임자 업적은 지우고 보는 관행 속에서 소중한 이야기다.
따분한 공간 넘어, 지역 살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시대, 활자 매체의 종말을 입에 올린다.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에 굳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와 사유는 다르다. 책은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사유의 공간을 넓혀준다. 오늘날 도서관은 엄숙하고 따분한 공간을 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면서 사유와 재미까지 추구할 수 있다.
전주 '꽃심도서관'에서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뒹굴다 책을 읽는다. 12~16세만 이용하는 '우주로1216'은 어린이도 성인도 아닌 청소년만 공간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책과 놀이, 강의와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키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이용객들로 도서관마다 만석이다.
전주시는 도서관을 도시 전략으로 택했다. 대부분 지자체가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에 매달릴 때 거꾸로 갔다. 도서관 투자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도서관이 특색 있는 공간으로 바뀌자, 도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전주도서관 투어는 최고 관광 상품이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도서관은 사람을 불러 모았다. 도서관도 얼마든지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케오도서관2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진화한 다케오도서관 내부
임병식
일본 사가현 다케오도서관은 한발 앞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다케오는 도서관으로 주목을 받았다. 도서관은 조용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다케오도서관은 서점과 카페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떤다. 도서관은 지역 특산물과 술도 판매한다. 유려한 디자인과 이런 분위기를 즐기려는 외지인들로 연간 100만 명이 북적인다. 한적한 소도시에 사람이 모이면서 주변 음식점과 숙박업은 활기를 되찾았다.
가나자와 이시카와 우미미라이현립도서관 역시 눈에 띄는 사례다. 2022년 개관했는데, 로마 콜로세움을 떠올리게 하는 원형 구조로 화제를 모았다. 6000개에 이르는 둥근 창에다 중앙 홀을 따라 3층까지 이어지는 서가는 장관이다. 이곳 또한 도서관을 관광 자원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 명소다. 가나자와를 찾는 이들마다 우미미라이는 필수 관광 코스다. 개관 이후 3년 만에 300만 명을 넘어섰다. 도서관이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관광 수요까지 창출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 정약용도서관, 원주 미리내도서관, 고양 별꿈도서관은 독특한 디자인과 열린 공간을 앞세워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는 열린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었다. 상업화를 우려하는 비판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지방 도시에서 도서관은 검토해 볼만한 유효한 정책 수단이다.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면 사고도 깊어질 것이다.
지방을 살리는 방안으로 지역마다 랜드마크 도서관을 건축하면 어떨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외지인을 유인하는 도시의 얼굴이다. 잘난 도서관은 지역 회생에 주춧돌이다. 황윤석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고창에서 지방을 살리는 도서관 도시를 꿈꿔본다.

▲황윤석도서관2 목조 건축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종묘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황윤석도서관 외부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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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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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닮은 아름다운 도서관, 입소문 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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