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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금식' 히잡 학생들, 인화여중 식당에서 '엄지척'...왜?

이란 어린이 추모 행사장 나타난 중동 출신 학생 3명..."생명 소중함 일깨우는 교육 필요"

등록 2026.03.16 14:35수정 2026.03.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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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인화여중에 다니는 중동 이주배경 한 학생이 지난 12일, '이란 어린이 추모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인천 인화여중에 다니는 중동 이주배경 한 학생이 지난 12일, '이란 어린이 추모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윤근혁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희생된 이란과 팔레스타인 초등학생 추모 활동을 벌이는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중 학생들. 이들 150여 명이 직접 적어놓은 추모 손 편지가 걸린 이 행사장에 라마단을 맞아 금식 중인 3명의 중동 이주배경 학생들이 나타나 '엄지척'을 해 눈길을 끈다. 이 행사장은 학교 급식실 옆에 있다.

"금식해서 기운 없었을 텐데, 급식실 찾아오다니..."

이 행사를 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인화여중 조수진 교사는 16일, <오마이뉴스>에 "행사 시작 다음 날인 지난 13일 점심 즈음 '히잡'(이슬람 풍속에 따라 머리 부분을 감싸는 천)을 쓴 우리 학교의 중동 이주배경 학생 3명이 행사장을 찾았다"라면서 "라마단 기간이라 점심을 먹지 못해 기운이 없었을 텐데도 음식 냄새가 나는 급식실 입구까지 직접 찾아왔다"라고 밝혔다.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란 어린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란 어린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윤근혁

조 교사는 "이 학생들은 행사장에 오더니, 이란과 팔레스타인 어린이 희생을 추모하는 전시물과 추모 손 편지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봤다"라면서 "그러더니 수줍게 웃으면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한 뒤 두 손으로 행사 준비 학생들과 나에게 엄지척을 해 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학생들은 한국말이 서툴고 수줍음도 많이 타서 직접 손 편지까지는 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이주배경을 가진 또 다른 학생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와 손 편지를 남겼다. 이 학생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 내용은 "Please stop attacking Palestine"(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멈춰 주세요)이었다. 이 학생은 지난 12일에도 행사장을 방문해 아무 말 없이 "I hope they stop killing people. I'm sad.(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멈췄으면 좋겠어요. 너무 슬퍼요) 슬픔"이라는 손 편지를 쓴 바 있다.

 부모가 중동인인 인화여고 한 학생도 조용히 다가오더니 영문과 한글로 “I hope they stop killing people(나는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멈추길 희망한다). sad 슬퍼”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부모가 중동인인 인화여고 한 학생도 조용히 다가오더니 영문과 한글로 “I hope they stop killing people(나는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멈추길 희망한다). sad 슬퍼”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윤근혁

 12일,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적어놓은 손 편지.
12일, 인천 인화여중 학생들이 적어놓은 손 편지. 윤근혁

조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이란과 팔레스타인 학생들의 희생에 대해 아파하는 한국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중동 이주배경 학생들이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한국 친구들의 연대가 이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따듯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화여중에는 예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 중동과 분쟁지역 출신 학생 1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인화여중 조수진 교사 "한국 친구들의 연대가 따뜻한 기억으로 전해지길..."

조 교사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많은 것들이 우리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라면서 "집, 학교, 마을, 지역, 국가를 넘어 세계를 연결하고 그 속에서 배우도록 교육활동을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 교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인종학살을 들여다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자 기사 "인화여중 학생들, '사망한 이란 어린이' 첫 추모행사... '학교가 전쟁터? 죽이지 마라'"(https://omn.kr/2hcel)에서 "인화여중 학생 30여 명이 1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과 급식실 옆에서 희생된 이란 어린이를 추모하는 행사를 벌였다"라면서 "이 자리에서 이 학교 150여 명의 학생들이 직접 이란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손 편지를 썼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어린이를 추모하는 행사를 벌인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란어린이추모 #인화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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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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