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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치실, 하루 만에 끝나는 장례... 스님들이 달려간 이유

[인터뷰] 분향소도 없이 잊혀지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록 2026.03.18 09:46수정 2026.03.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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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사망 사고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현장을 찾는 이들이 있다. 25명의 스님과 20명의 활동가가 참여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다. 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 이주, 빈곤, 장애, 인권, 성소수자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계종 직접기관이다. 2012년 발족한 이후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했고,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아리셀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 해결에 앞장섰다. 주로 산업재해 현장에서 김용균재단과 만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양한웅 집행위원장과 최근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기자말]
 경기도 이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응웬 반 뚜안 님 사고 현장 기도
경기도 이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응웬 반 뚜안 님 사고 현장 기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난 10일 새벽,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자갈 가공업체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기사로 소식을 접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아래 조계종 사노위)는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 돌과 자갈이 가득 쌓여있는 공장은 사람 한 명 없이 고요했다. 종이에 '亡 베트남 노동자'를 꾹꾹 눌러써 위패를 세우고 기도를 올렸다.

이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응웬 반 뚜안님의 이름을 찾았고 빈소를 차렸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이주노동자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죽음은 한 줄의 단신으로, 그마저 전해지지 않으며 끝난다. 분향소도 조문객도 없이 안치실에만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조계종 사노위는 이렇게 조용히 묻히는 죽음을 찾아 나선다. 처음 이주노동 의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8년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가 단속을 피하다가 사망한 사건 때였다. 조계종 사노위는 살인 단속을 멈추라고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함께 추모제를 열었다.

"아무도 챙기는 사람이 없는 거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단신 보도, 끝. 그래서 계속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뉴스를 봤어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보면 곧바로 열차를 탄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으로 가면서 장례식장을 검색하고 전화해서 물어봐요. 이주노동자가 와있냐고, 스님들과 조문하고 싶다고요." 지난해 7월 구미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포항 야산에서 제초작업 중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 8월 고흥 새우 양식장에서 감전 사고로 사망한 베트남과 태국 두 이주노동자의 죽음도 그렇게 만났다.

고흥 장례식장을 찾았던 때는 너무 참혹했다. "안치실이 그냥 창고인 거예요. 옆에 쓰레기통, 쓰레기 박스들 있고. 음식물도 있고요. 허름한 창고에 두 분을 모신 거죠." 결국 저녁에 방문한 사업주를 설득했다. "아들같이 지냈다면서 (분향소는) 안 한대요. 대부분 그래요. 죽음을 외면하고 책임도 외면하죠. (분향소를) 차려야 친구들이 조문도 할 수 있다고, 도망갈 궁리하지 말고 영정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루 세 번 상을 올리는, 그 백만 원 남짓의 비용도 아깝다며 거절하는 사업주들을 붙들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전북 부안 플랜트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한 태국 이주노동자 티타완님 안치실 현장기도
전북 부안 플랜트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한 태국 이주노동자 티타완님 안치실 현장기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존엄한 대우,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있어야

양 집행위원장은 첫째로 죽음에 대한 존엄한 대우, 둘째로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예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존엄과 예우가 앞서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장에 다니면서 사망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대우조차 갖춰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사고 사망의 경우 부검을 할 때가 있는데, 입관 전 염습을 하는 등의 장례 절차가 생략되는 식이다. 부검 상태 그대로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양 집행위원장은 크게 분노했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의 장례는 마치 서류 업무를 하는 것처럼 서둘러 '처리'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친구들이나 국가별 커뮤니티, 영사관을 통해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하는데, 소식을 전하면 충격에 휩싸인다. "부모가 자지러져요. 저기 먼 곳에 가서 죽었다는데 시신을 보고 싶다고 하죠. 근데 (고인을 본국으로 인도하는데) 비용이 천만 원 이상 발생하니까... 그거 누가 내냐고요. 사용자는 안 내려고 하지." 산업재해 사고의 책임이 있는 자가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업주는 이를 거부하거나 합의금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영사관도 장례를 빠르게 치르자고 권하고, 소식을 먼저 접한 브로커가 붙어서 합의를 종용한다. 사과 하나, 배 하나 놓고 빈소를 차려도 하루 만에 끝나고, 화장해서 유골만 보내버린다. 그렇게 장례는 빠르게 마무리되고 죽음의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잊힌다. 그 모든 과정에서 유가족의 의사가 분명히 확인되었는지, 충분한 위로와 배·보상이 이루어졌는지, 심지어 산재 처리가 됐는지도 알 수 없다. 유가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현실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아주 사소한 문제로 취급되고 합의되고 정리된다"고 말했다.

죽음을 멈추고 나아가려면

이천 자갈 가공 업체뿐만 아니라 전남 대불산단, 전북 부안, 충남 서산, 김포까지 연일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소식이 전해진다. 지난 3주간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6명에 달한다. 정부는 중대재해를 엄중 처벌하고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끼임, 깔림 등 원시적 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작은 영세 사업장에는 기본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2인 1조 안전 수칙이 지켜졌다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전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넘어져 죽고, 맞아 죽고, 이 어이없는 죽음을 정부가 해결해야죠."

양 집행위원장은 먼저 존엄과 예우를 위해서는 산재부터 장례절차 지원까지 노동부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노동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점은 변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정부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종교계와 시민사회도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조계종 사노위는 중대재해 "소식을 접하면 무조건 간다"고 약속했다. 노동안전보건정책이 닿지 않는 소규모 영세사업장, 방치되는 이주노동자, 합의금을 위해 달려드는 브로커, 회피하는 사측, 비호하는 경찰, 조용히 처리하려는 영사관까지 수많은 문제가 얽혀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드러내고 하나씩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종교의 역할로서 추모와 위로를 다 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더 잘 싸워갈 것을 다짐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 예진입니다.
#김용균재단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산업재해 #조계종사노위
댓글1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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