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기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은지
이번에 선정된 10대 기준 가운데 공동 1위는 세 항목이었다.
첫째, 시장·특별시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다시 특별시의원이나 여수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다. 이는 선거를 지역 발전의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몸집 불리기 수단으로 삼는 행태라는 비판이 반영된 결과다.
둘째는 지난 4년 임기 동안 시정질의·도정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는 등 지역 발전 기여도가 낮은 후보자다. 5분 발언과 달리 시정질의·도정질의는 시장과 도지사를 직접 상대로 책임을 묻고 답변을 끌어내는 공식 행위라는 점이 강조됐다. 단순히 직함만 유지한 채 견제와 감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현역 의원은 다시 선택받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공동 1위 셋째는 음주운전·범죄·도박·폭행·부동산 투기·직권 이용 가족사업 행위 등을 한 후보자다. 이 항목은 재임 기간뿐 아니라 재임 이전 행위까지 포함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고, 표결 끝에 재임 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4위는 범죄는 아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언론에 오르내린 인사였다. 포럼은 법적 처벌 여부만으로 공직 적격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인물 역시 유권자의 엄정한 평가 대상이라고 봤다.
공동 5위에는 네 항목이 올랐다. ▲시의회 의장 출신의 재출마 ▲당선을 목적으로 탈당한 철새 정치인 ▲뚜렷한 이유 없이 당선 유불리를 따져 주거지를 옮긴 후보 ▲재임 기간 중간평가 또는 주기적 의정보고회 개최 동의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후보가 이에 해당했다.
특히 중간평가 항목은 현장 제안으로 추가됐다. 회의에서 "임기 4년 동안 시민 평가 없이 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선되면 의정 보고를 주기적으로 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중간 평가를 받겠다는 약속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해당 제안은 표결을 거쳐 채택됐다.
이어 공동 9위는 ▲낙선 후 4회 이상 잦은 선거 출마 후보 ▲같은 지역구에서 4선 이상 출마한 후보였다. 지방의원을 '직업 정치'처럼 반복하는 구조가 지역 정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인물의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리를 지키는 데 익숙해진 정치 관성이 더 큰 문제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반면 금품과 음식을 제공한 사전 선거운동 행위는 이날 유일하게 부결됐다.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당연한 위법행위여서 굳이 시민 기준에 넣는 것이 오히려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의견과 "현실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만큼 경각심 차원에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표결 끝에 부결 처리됐다.
이번 포럼은 시민이 직접 지방의원 평가 기준을 만들고 우선순위까지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석자들은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지방의회의 수준은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가 만든다는 자각이 이번 포럼의 핵심 메시지다.
여수 지역정치가 오랫동안 특정 정당 중심 구조와 낮은 경쟁, 무난한 공천에 기대어 흘러왔다는 비판 속에서 이번 10대 기준은 정치권에 "이제 시민이 보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얼굴과 공약, 줄서기 정치에 맞서 시민이 처음으로 집단적 판단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은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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