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파병기념관 건설 현지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해외 군사작전 전투위훈 기념관' 건설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8일 밤과 19일 새벽 사이, 여러 언론이 미 국가정보국(DNI)의 '2026 연례 위협평가'를 인용해 "북한, 핵탄두 등 전략무기 확대 전념…한미일에 중대 위협"(문화일보)이라고 속보를 띄웠다. 이 표현만 보면 당장 전쟁이 터질 듯한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런데 같은 보도들에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된 또 하나의 문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동맹군에 의해 억지된 상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이다.
바로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정말로 시민이 받아들여야 할 핵심은 '중대 위협' 한 문장뿐일까. 아니면 '위협이지만 동시에 억지되고 있다'는 더 복합적인 현실일까. 공포를 자극하는 제목은 단순하고 강렬하지만, 실제 안보 현실은 원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핵 억지이론으로 보면 위협과 억지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핵 억지이론은 이 점을 비교적 쉽게 설명해 준다. 서로가 상대를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오히려 전면전은 어려워진다는 것이 억지의 기본 원리다. 영국 애버딘대 정치·국제관계학과의 제임스 존슨은 2025년 연구에서 핵 보유가 거시적 차원에서는 안정의 외피를 제공하는 반면, 저강도 위험 충돌은 더 개연성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핵은 모든 위험을 없애는 무기가 아니라, 가장 큰 전쟁을 막는 대신 더 작은 도발과 긴장을 남겨두는 장치에 가깝다.
이른바 '안정-불안정의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핵을 가진 상대끼리는 전면전 문턱이 높아지지만, 미사일 시험발사, 국지 도발, 사이버 공격, 심리전 같은 낮은 수준의 충돌은 오히려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 능력을 키우는 모습과,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에 의해 억지되고 있다는 평가는 서로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둘은 함께 읽어야 현실에 가까워진다.
일본 쪽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는 2024년 12월 보고서에서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전략 환경이 크게 변했지만, 그 핵심은 '북핵 관리'가 지역 문제를 넘어 국제적 전략경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같은 보고서는 북한이 핵 보유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전쟁 억지와 전쟁 수행이라는 이중 임무를 핵전력에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한국은 확장억지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일본의 주요 정책 연구도 "위협은 커졌지만, 그 대응 역시 억지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구도로 보고 있는 셈이다.
북한 보도에 필요한 건 속보가 아니라 독해력
일본 언론의 논조 차이는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2024년 일본과 미국의 2+2 회의를 두고 산케이·요미우리·닛케이는 핵억지 강화 쪽을 상대적으로 긍정 평가한 반면, 아사히·마이니치는 지역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현실을 두고도 어떤 신문은 '억지력 강화'로 읽고, 다른 신문은 '긴장 고조'로 읽는다는 뜻이다. 사실이 하나라고 해서 해석까지 하나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에 휩쓸리는 습관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이 선택되었는지 따져 보는 태도다.
"한국과 일본 언론 모두 북핵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프레임을 선택해 왔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제목을 뽑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포가 된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도 공포 일변도와는 거리가 있다. 2026년 1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정부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그 분석의 초점은 임박한 전면전보다 북한이 핵 억지력 확보와 함께 재래식·전술핵 수준의 충돌에도 대응 가능한 수단을 추구하고 있다는 데 맞춰졌다. 이는 일본 당국도 북한의 행동을 '즉각적 전면전'보다는 '억지와 도발이 공존하는 위험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언론 연구 역시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김동윤의 연구(2015)는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보수와 진보 성향에 따라 다른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는 지상파 방송 보도에서도 북한 관련 의제가 위협 프레임을 통해 제시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이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특정한 각도에서 잘라 보여주는 렌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이 프레임의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자료는 북한 위협 인식이 강할수록 더 강경한 안보 선택지, 특히 자체 핵무장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위협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보도는 단지 시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정책 토론의 중심을 점점 더 극단적인 쪽으로 밀어간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 위협을 가볍게 보자는 말은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고,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심각한 안보 과제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중국과의 관계 변화, 북핵의 질적 고도화가 동북아 전략 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위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만 떼어내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다. 뉴스 읽기의 핵심은 문장을 빨리 소비하는 데 있지 않다. 어떤 문장이 제목이 되고, 어떤 문장이 뒤로 밀려나는지 살피는 데 있다. '중대 위협'은 클릭을 부르지만, "여전히 억지되고 있다"는 문장은 맥락을 준다. 민주사회 시민에게 더 필요한 것은 공포의 반사신경이 아니라 맥락을 끝까지 읽어내는 판단력이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현실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분명 위협이다. 그러나 그 북한은 동시에 억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문장 가운데 언론이 어느 하나만 앞세울 때, 시민의 인식도 함께 기울어진다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안을 키우는 속보 경쟁이 아니라, 위험과 억지가 함께 존재하는 현실을 차분히 설명하는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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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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