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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3.19 11:19수정 2026.03.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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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밭일하다 졸리면? 여기로 들어가면 됩니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18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해졌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빌려두었기 때문이다. 주말 텃밭에서 농사 연습을 했지만, 훨씬 넓어진 땅은 농기계 없이 사람 손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귀농을 준비하며 농기계임대사업소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우리가 귀농을 한 지역에는 농기계 임대사업소가 다섯 군데나 있다. 임차할 수 있는 농기구도 트랙터, 굴착기, 로우더, 분무기, 예취기, 탈곡기, 살포기를 포함해 88종 929대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 근처 사업소를 방문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필요할 때 언제든 임차가 가능하다는 직원 설명에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꼭 필요한 농기계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삽, 호미, 괭이, 모종삽, 수레가 전부인 우리 같은 초보 농사꾼에게 농기계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임대사업소는 천군만마와 같다. 임대 방법도 어렵지 않다. 처음 방문해 신분증과 자격증(남편은 귀농을 위해 3톤 미만 지게차, 3톤 미만 굴착기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등록만 하면 끝이다. 이후에 필요한 농기계를 전화로 신청하고 임대료를 내면 현장까지 가져다준다.
트랙터에게 인사한 이유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중인 남편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중이다. 로터리란 단어가 입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김희
이번에 빌린 농기계는 트랙터와 관리기다. 최근 성토(밭에 흙을 부었음)한 밭은 흙이 들떠 있고 돌과 흙덩이가 많아 로터리(흙부수기 및 평탄화) 작업이 필수다. 트랙터를 이용해 흙을 곱게 부수고 땅을 평평하게 골라야 한다. 로터리 작업을 하는 동안 트랙터가 지나가는 흙은 흙다지기가 자연스럽게 되어 작물을 심고 물을 주면, 수분을 보존하고 작물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가 있다.
잠시 간식 시간에 남편과 나는 지금 돌아보면 너무 어처구니없지만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렸다. 양평 주말 텃밭에서 농사 연습을 할 때, 텃밭 농사를 짓기 위한 흙이 부족했다. 옆집에서 집을 짓기 위해 터파기 하며 나온 흙을 가져가도 된다고 해 욕심껏 실어 나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흙에 돌이 많아 바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는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에서 베이킹할 때 체에 걸러 곱게 가루를 내던 게 기억나 남편과 나는 얼기설기 뭔가를 만들었다. 옮겨온 흙을 체에 쳐볼 참으로…. 마침, 딸 집에 다니러 온 엄마까지 셋이서 그렇게 흙을 체로 쳐 고운 흙을 걸러 내면서 얼마나 웃고 즐거웠는지, 그때 함께하고 즐거웠던 추억들이 결국 비를 맞으며 로터리치고 두둑을 만드는 오늘까지 오게 됐다.
"여보, 이 많은 흙을 그때 그 흙체로 친다고 생각해 봐. 트랙터와 관리기에 고맙다고 인사 한번 하자."
하루 임차한 농기계 2종을 사업소에서 전날인 17일 오후에 현장에 갖다 두었다고 연락이 와, 후딱 밭으로 가서 비가 오기 전 시험 가동해 봤다. 대충 작업량과 시간을 계산하니 아침 일찍 나와 일을 해야 그나마 비를 피해 작업을 마칠 수 있어 동이 트기 전부터 작업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는 '참 쉬운 게 없어'란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 무슨 일이든 그냥 얻어지는 건 없다. 건강한 채소를 수확해 가족들과 나누고, 거기에 좀 더 수확된 작물들을 이웃들과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한 오늘의 고단함. 이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위한 미리 뿌리는 마중물인 셈이다.
보슬보슬한 농토를 위해

▲관리기로 작업중인 남편 로터리 작업을 하고 두둑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김희
성토한 생흙이 로터리를 쳤다고 바로 보슬보슬한 흔히 밭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이 되지는 않는다.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작업은 밭에 넣은 흙이 비옥토가 되기 위한 첫 과정이다. 이제 흙부수기 작업을 했으니, 올 한 해 농사를 지으며 충분한 퇴비를 넣고 작물이 땅속으로 뻗는 뿌리 사이로 영양분들이 공급되면 미생물이 번식해 흙 입자가 보슬보슬해진다.
지난해 성토를 하고 작물을 키워본 경험으로 배웠다. 올해 다시 성토했으니 막막했던 과정을 반복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이 들녘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단비, 때에 맞춰서 뿌리고 넣어주는 퇴비와 액비가 흙 사이 사이로 스며들어 지금은 거칠기만 한 생흙도 살아 숨 쉬는 보슬보슬한 농토로 변할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초보 농사꾼 부부는 조급하지 않다. 4년간의 농사 연습과 지난해 무턱대고 시작했어도 발품 팔아 해결한 일들이 우리에겐 경험으로 쌓여 큰 자산이 되었다. 생흙을 고르는 이번 마중물 작업부터 하나하나 정성으로 일하는 성의를 땅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남편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로터리와 두둑 만들기 작업을 12시간 만에 끝냈다.

▲작업 후 정리된 밭 흙 로터리작업을 해도 돌멩이와 흙덩이는 너무나 많다. 올한해 농사를 짓다보면 조금은 보슬해진다
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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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12월 17일 첫 출근, 25년 12월 17일 마지막 출근
35년간 직장생활을 마쳤다. 이제 나는 자유인이다. 지금은 듀얼라이프, 도시와 시골 반반살기, 지금까지 나를 앞으로 나를 기록하는 글쓰기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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