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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광고에... 이런 신문이 있습니다

저마다 지닌 재능으로 지역에 기여하며 "모든 시민은 기자" 실천하는 <풍구> 시민기자들

등록 2026.03.21 11:44수정 2026.03.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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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구>에 실린 ‘2025년에 출생한 풍산아가들’ 광고는 주민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풍구>는 다정한 ‘풍산 친구’ 역할을 한다.
<풍구>에 실린 ‘2025년에 출생한 풍산아가들’ 광고는 주민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풍구>는 다정한 ‘풍산 친구’ 역할을 한다. 풍구

"엄마를 닮아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서현아~♥ 앞으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2025.10.18. 월산마을 아빠 구 용 ♥ 엄마 김고은."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며 서로 웃어줄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랍니다. 크지 않아도 소중한 일상을 즐기며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5.03.18. 상죽마을 아빠 박기완 ♥ 엄마 최한슬."

<풍구>에 실린 '2025년에 출생한 풍산아가들' 광고 문구다. 전북 순창군 풍산면에는 특별한 지역 신문 <풍구>가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창간 정신을 실천하듯 주민들이 시민기자가 돼 풍산면 이야기를 신문에 기록하고 있다. 전체 인구 1622명(2025년 12월 말)인 풍산면에서 2024년 2월 1일 태어난 <풍구>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일단 만들어 보자" 고 시작한 무모한(?) 도전

2022년 말 풍산작은도서관이 건립된 후 2023년 6월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처음 열렸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누군가가 "저마다 지닌 역량과 재능으로 풍산면 이야기를 담은 신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신문 제작 경험이 전혀 없던 이들은 '일단 만들어 보자'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도전을 시작했다.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풍산면민과 순창군민 몇몇이 추가로 합류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기자는 순창군 지역신문 <열린순창> 편집국장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운영위원 등에게 취재·인터뷰 방법과 기사 쓰기, 신문 제작 과정을 몇 차례 교육했다. 교육을 마친 10여 명은 '시민기자' 역할을 맡아 각자 취재와 인터뷰 등을 분담했다. 신문 제호는 '풍산 친구'이자 '곡물의 쭉정이를 날려 알곡만 남게 하는 농기구인 풍구'를 뜻하는 <풍구>로 정했다.


시민기자들은 지난 2024년 2월 1일 <풍구> 창간호 16면을 발간했다. 이후 <풍구>는 추석과 설을 앞두고 1년에 2번 발간하는 '반년간지'로 틀을 잡고 올해 2월 11일 5호까지 펴냈다. 설과 추석 앞에 발간하는 건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향우들이 주민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돋이와 함께 <풍구> 1면을 장식한 풍산면 주민들 얼굴.
해돋이와 함께 <풍구> 1면을 장식한 풍산면 주민들 얼굴. 풍구

직업 기자가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


시민기자들은 <풍구>를 단순한 소식지가 아닌 기록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풍구>는 세련된 문장력보다 시민기자들의 '현장감'과 '애정'이 돋보인다. 지역과 주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민기자들은 직업 기자가 한두 시간 취재해서는 담아낼 수 없는, 깊이와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 전한다.

'한골댁 박정님씨와 최필관씨의 달달한 노년' 같은 주민들의 인생사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풍산면에 하나뿐인 풍산초등학교 아이들의 소박한 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바라본 면 단위에서의 복지 제도 문제를 진지하게 들춰내기도 한다.

결혼이주여성이 직접 말하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이야기를 실명으로 싣고,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와 나눈 대담을 "주민자치의 핵심을 이야기하다"로 보도하고, 풍산면에서 '순창 한 달 살기'를 체험한 박채연 <경향신문> 기자가 쓴 "풍산 덕에 농촌을 상상하다"를 싣는 등 다양한 시선으로 풍산면 곳곳을 조명한다.

글씨가 작아 신문을 읽기 힘든 어르신들이나 아직 글이 서툰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앙증맞은 '미달이의 6컷 이야기' 그림도 <풍구>만의 자랑이다. 신문광고에는 '풍산면에서 태어난 아가들' 사진·이름과 부모 이름이 장식되기도 한다.

 ‘미달이의 6컷 이야기’ 그림은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도 무슨 내용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달이의 6컷 이야기’ 그림은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도 무슨 내용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풍구

중앙언론이 다루지 않는 추모공원 문제 제기

<풍구>는 중앙언론이 다루지 않는 '풍산면 공설추모공원 건립'이나 '송전탑 건립' 문제 등을 풍산면 주민 시각으로 직격한다. 순창군 행정이 풍산면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공설추모공원 건립' 문제를 지적하는 글은 탄탄하고 생생해 울림이 크다.

시민기자 면면은 도서관 운영자, 주민자치위원, 교사, 농악패, 아동센터·복지센터 종사자, 동화작가, 학부모, 농민회원 등 다양하다. 동화작가가 편집장을 맡고, 책을 펴낸 경험이 있는 도서관 운영자가 기사를 모아 다듬으며 편집 작업을 총괄한다. 편집자들은 기사 작성과 지면 편집 과정에서 시민기자만의 각자 개성이 묻어나는 '날것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풍구>는 매호 2000가량을 인쇄해 풍산면민을 포함한 순창군민과 향우에게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풍구>가 5호까지 발간이 가능했던 건 지역 거점들의 긴밀한 연대 덕분이다. 풍산작은도서관, 풍산초등학교, 풍산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축이 돼 각자의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든든하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지원 없이 풍산면 주민자치위원회의 후원과 주민들의 연대, 재능 기부로 만들어가는 <풍구>는,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농촌 지역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스스로를 기록하고 위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더욱이 전문 기자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내 이웃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시민기자가 돼 기사를 쓰는 <풍구>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이자 주민자치, 공동체 회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0호 발간, 160면 기록 전시회 꿈

시민기자들은 "기록되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는 자세로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10호 발간을 1차 목표로 정했다. 그들은 '풍산 친구'로서 10호 때까지 쌓인 지면 160면의 기록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하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시민기자들은 그들이 주민에서 시민기자로 거듭났듯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고와 참여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어느덧 6호 발간 준비에 들어간 시민기자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신문에 잘난 사람만 나오는 게 아니라, 나도 나오고 너도 나올 수 있는 '친구 같은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풍산면민이 시민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정대로라면 <풍구>는 2028년 추석(10월 3일)을 앞둔 9월 말 10호를 발간하게 된다. 창간호부터 10호까지 누적 지면 160면 발간 기념 전시회 개최를 기약하며 시민기자들의 이름을 기록으로 남긴다.

▲<풍구> 시민기자 : 구상윤 구준회 기옥종 김선영 김혜영 김효민 박미선 박석주 이완준 이은영 차은숙 최수진 최육상(가나다 순)

 시민기자들이 <풍구> 1호부터 5호까지 자신이 쓴 기사가 실린 지면을 펼쳐보이고 있다.
시민기자들이 <풍구> 1호부터 5호까지 자신이 쓴 기사가 실린 지면을 펼쳐보이고 있다.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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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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