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낸 3월, 이래도 되나 싶지만

마지막까지 계속 생각은 바뀌었지만 한 번은 멈춰 보자... 그 이후 이야기

등록 2026.03.20 10:33수정 2026.03.20 10:3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언제 와?"

학원 앞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먼저 봤다.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자리에서 일어나기엔 일이 조금 애매하게 남아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해놓고 급하게 컴퓨터를 끄던 날이 몇 번이나 있었다.


차를 몰고 도착하면 아이는 이미 밖에 나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늘 마음이 좀 그랬다.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괜히 더 미안해졌다. 그날도 비슷했다. 서둘러 나왔지만 결국 아이를 기다리게 했고, 차에 올라탄 아이는 별말이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같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팀장을 맡은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솔직히 말하면 이제 조금 익숙해지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는 게 더 쉽지 않았다.

'지금 빠져도 되나.'
'이 타이밍에 나가는 게 맞을까.'

책임감 때문이라기보다, 아직 자리가 낯설다는 게 더 크게 느껴졌다. 이제 막 흐름을 이해하고, 팀원들이랑도 조금씩 맞춰가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육아휴직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이가 아니라 회사 일이었다.

제도는 알고 있었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으면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고용보험에서 급여도 지원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쓸 수 있는 제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에게 적용하려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쓰고 싶긴 한데 지금은 좀 애매해."
"나도 계속 고민 중이야."


제도는 있지만, 결국 결정은 각자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계속 망설였다. 그런데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늘 빠듯했다. 집에 와서 밥을 준비하고, 숙제 이야기를 듣고, 다음 날 준비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아이랑 대화를 하면서도 어딘가 계속 급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니면, 이 시간을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지난해 1년,그렇게 몇 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올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청서를 내고 나서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계속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한 번은 멈춰 보자 싶었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의 풍경 육아휴직을 시작한 후 아이와 함께 아침을 보내는 시간을 표현한 이미지. 출근 준비 대신 아이의 등교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는 변화된 일상을 담았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의 풍경 육아휴직을 시작한 후 아이와 함께 아침을 보내는 시간을 표현한 이미지. 출근 준비 대신 아이의 등교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는 변화된 일상을 담았다. 김은정(AI생성이미지)

그렇게 육아휴직을 시작한 3월 첫 아침.

"엄마, 오늘은 안 나가?"

올해 2학년이 된 아이 말에 웃음이 났다. 평소 같으면 출근 준비로 바쁠 시간이었는데, 그날은 그냥 집에 있었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은 생각보다 어색했다. 이 시간에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기도 했고, 괜히 시계를 한 번 더 보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랑 같이 아침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동안은 늘 바빴다.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아침이 낯설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육아휴직이라는 게 단순히 일을 쉬는 시간은 아닌 것 같았다. 잠깐 멈추면서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이 선택이 누구에게나 쉬운 건 아닐 거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특히 나처럼 아직 자리에서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선택이 맞았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그날 아침, 나는 내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육아휴직 #워킹맘 #일과육아 #출근 #직장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에서 발견한 사는 이야기와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작은 기록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과 공감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남욱 "유동규, 미국 송금 알아봐달라 요청"...다시 흔들린 '428억 약정설' [단독] 남욱 "유동규, 미국 송금 알아봐달라 요청"...다시 흔들린 '428억 약정설'
  2. 2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3. 3 주가 떨어질까봐 삼성전자 노조 비난하는 당신이 놓친 것  주가 떨어질까봐 삼성전자 노조 비난하는 당신이 놓친 것
  4. 4 [단독] 46년 만에 공개된 5·18 인터뷰, 힌츠페터가 촬영한 이 외국인의 정체 [단독] 46년 만에 공개된 5·18 인터뷰, 힌츠페터가 촬영한 이 외국인의 정체
  5. 5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연도별 콘텐츠 보기